관리 부실 논란에 편의점까지…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설상가상'
팬데믹 기점으로 무인매장 증가
포문 연 ‘아이스크림 할인매장’
24시간 운영에 가격 저렴해 인기
최근 들어 입지 좁아지고 있어
관리 소홀 이슈 끊이지 않아
편의점, 초저가 아이스크림 출시
흔들리는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동네 곳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24시간 운영에 가격이 저렴해 소비자들이 즐겨 찾곤 했다. 그런데 최근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편의점'이란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데다, 관리 소홀 이슈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인점포 시대'를 열어젖힌 건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창업자 입장에서 무인점포는 창업비용이 덜 들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그중 한 분야인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동네 곳곳에 둥지를 틀었고, 어느샌가 4000개(2022년 기준)를 훌쩍 넘어섰다.
그런데 최근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빨간불이 켜졌다. 첫째 이유는 강력한 경쟁자 '편의점'이 등장했다는 거다. 주요 편의점들은 최근 1000원 이하 아이스크림을 잇따라 출시하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 6월 편의점 CU(운영사 BGF리테일)는 400원대ㆍ800원대 아이스크림을 론칭했다. '400바 멜론(400원)' '800튜브초코(800원)' '800튜브콜라(800원)' 등이다. CU는 초저가 아이스크림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올해 1~6월 CU의 1000원 이하 초저가 아이스크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8% 늘어났다. 같은 기간 아이스크림 전체 매출이 26.6%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1.2%포인트 높은 수치다.
편의점 GS25(운영사 GS리테일)도 여름철을 맞아 '400원 바'를 비롯해 가성비 콘ㆍ튜브 등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운영사 코리아세븐)은 기존에 판매하던 500원짜리 제품 '오백바' 딸기, 초코맛에 이어 6월 마지막주 레모네이드맛을 선보였다.
이마트24는 가성비 아이스크림은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6월 말까지 카카오페이머니로 일반 아이스크림을 5000원 이상 구매하면 50% 페이백해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으로선 '여름철 대목'에서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셈이다.
취업준비생 진해은(가명ㆍ29)씨는 "편의점에서 출시한 초저가 아이스크림은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제품보다 더 저렴하고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어서 종종 사먹을 거 같다"고 말했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경고등이 들어온 이유는 또 있다. '관리 소홀'이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둘러싸고 "제조한 지 한참 지난 제품이 여럿 있다" "구매 후 포장을 뜯어보니 아이스크림에 성에가 덕지덕지 붙어 있거나 너무 딱딱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비판은 점주의 불찰에서 기인한 것이다.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는 사실 법적 규제가 느슨하다. 제품 특성상 영하 18도에서 보관하기 때문에 유통기한 대신 제조일자만 표기하면 그만이다. 점주 입장에선 한번 사들인 아이스크림을 '1년'이나 묵혀 놔도 별문제가 없다는 거다.
하지만 이 가정은 어디까지나 '냉동시설'에 온전히 보관했을 때 이야기다. 소비자가 냉동고를 여닫으면 온도차가 발생해 성에가 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아이스크림이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면서 형태가 달라질 수도 있다.
직장인 김경훈(28)씨는 "아이스크림 표면에 성에가 가득해 포장지를 확인해보니 제조연월이 한참 지나 있었다"면서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 괜히 탈 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중간에 버렸다"고 쏘아붙였다.
언급했듯 무인매장은 창업비용이 덜 든다. 직원을 쓸 필요도 없다. 하지만 관리 비용까지 아끼면 부메랑을 맞을 공산이 크다. 여름철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지금 그런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영애 인천대(소비자학) 교수는 "지자체가 나서서 무인 매장에 전반적인 관리를 하거나 규제ㆍ제약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소비자 역시 단순히 소비기한ㆍ제조 일자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지 말고 포장 상태와 보관 환경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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