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진다 퍼진다 하는데 갈 수록 강해진다··· 쏟아져 나오는 두산 불펜 화수분
시즌 초 이승엽 두산 감독 앞에는 ‘독한 야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선발이 흔들린다 싶으면 빠르게 강판하고, 초반부터 과감하게 불펜 투수들을 투입하는 경기가 이어지면서다. 이 감독은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우려가 작지 않았다. 불펜 부하가 계속되는데 한여름 무더위를 버텨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특히 최지강(23), 이병헌(22) 등 20대 젊은 투수들이 등판 횟수와 투구 이닝에서 5월까지 리그 최다를 다투면서 혹사 논란까지 불거졌다.
후반기를 시작한 지금도 이 감독의 야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불펜 비중이 크다. 11일까지 구원 이닝이 모두 375.2이닝으로 리그 최다다. 라울 알칸타라 방출에 브랜든 와델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최근 들어서는 불펜 비중이 더 커졌다. 지난 10, 11일 이 감독은 선발 김민규와 김유성을 모두 3회에 내렸다.
그런데 묘한 일이다. 전체 구원 이닝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데 막상 투수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투구 이닝이 그리 많지 않다. 이날까지 KBO 리그 전체 불펜 최다 이닝 10명 중에 두산 선수는 1명도 없다. 최지강이 40.1이닝으로 15위, 김택연이 40이닝으로 바로 다음이다. 최지강과 함께 한때 리그 최다 이닝 1위를 다투던 좌완 이병헌은 39.1이닝으로 전체 18위다.
질과 양에서 두산 불펜은 다른 9개 팀을 압도하고 있다. 불펜에서 20이닝 이상 던진 투수가 9명으로 가장 많다. 특정 몇몇에게 부담이 집중된다기보다 여럿이서 고루고루 짐을 나눠서 지는 중이다. 승리조 3명 꾸리기 힘든 팀이 적지 않은데, 두산에서는 어림잡아 5~6명에 이른다.
최지강·이병헌·김택연이 여전히 불펜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고, 이영하가 주자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등판하는 때도 잦아졌다. 벤치에서 믿고 맡길 만큼 구위가 좋다는 얘기다. 베테랑 김강률이 4월 28일 첫 등판으로 불펜진에 가세했고, 5월부터는 또 다른 좌완 이교훈까지 힘을 보태는 중이다.
10일 연장 10회 경기를 포함해 두산은 11일까지 이틀 동안 불펜 투수들이 14.2이닝을 소화했다. 두 경기 합쳐 무려 13명이 투입됐다. 그런데 막상 이틀 연투를 한 투수는 김강률과 이교훈 2명 뿐이었다. 김강률이 10일 0.1이닝, 11일 0.2이닝을 던졌다. 이교훈은 10일 1이닝에 이어 11일 2.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데뷔 첫 승까지 올렸다.
20대 영건들에 김강률·홍건희 등 베테랑이 뒤를 받치면서 신구조화가 이상적이고, 좌우 균형까지 갖춰졌. 두산 불펜이 ‘뎁스’의 힘으로 최근까지도 이어졌던 과부하 우려를 씻어내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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