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김건희, 檢소환 선 긋고 여론전…‘주가조작’ 이종호는 ‘수사외압’ 사건 전면에

이혜영 기자 2024. 7. 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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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측, 명품가방 수수 사건 관련 “처벌 근거 없어 소환 부적절” 
최재영 주장 반박하며 ‘공세’ 취했지만…겹악재 속 역풍 가능성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사법 리스크' 한가운데 선 김건희 여사가 긴 침묵을 깼다. 변호인을 통해 국민에게 전한 일성은 소환조사 거부다.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유례없는 기록에 '김건희'라는 이름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여사가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고리로 여론전 불씨를 댕긴 순간, 또 다른 화약고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이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되며 전면에 등장했다. 문자와 녹취록 파장이 커지며 변수가 하나둘 추가되는 사이 "성역은 없다"고 공언한 검찰은 김 여사 소환조사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원점을 맴돌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대응이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월10일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역은 없다" 공언한 이원석 검찰총장의 대응 주목

김건희 여사가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가방을 받는 동영상이 공개된 때는 지난해 11월이다. 이후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김 여사는 약 6개월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재등장 전에 명품가방 수수와 관련해 김 여사가 직접 사과나 유감을 밝힌 적은 없다. 김 여사가 '박절하지 못해' 가방을 받았다던 윤석열 대통령이 뒤늦게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사과를 표명한 것이 끝이었다.

긴 침묵을 이어가던 김 여사 측에서 명품가방 수수에 대해 처음 입을 연 때는 7월8일이다. 이날 김 여사의 법률대리인인 최지우 변호사는 검찰에 '소환조사 부적절' 입장을 밝혔다는 점을 두 차례에 걸쳐 공지했다.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던 시점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김 여사와 최 목사의 만남을 조율하는 등 연결점에 있는 대통령실 소속 조아무개 행정관과 유아무개 행정관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했다. 핵심 인물 중 남은 사람은 사실상 김 여사뿐이라는 의미다. 바로 이 찰나, 변호인이 '소환 부적절성'을 들고나온 것이다.

검찰과 변호인 입장을 종합하면, 수사팀은 김 여사 측에 소환과 서면·방문 등 여러 조사 방식이 있다는 점을 설명했고, 김 여사 측은 소환에는 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전했다. 김 여사 측은 현행 청탁금지법에 배우자를 처벌할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 참고인' 신분의 김 여사를 소환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김 여사에 대해 '위반 사항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한 근거와도 일치한다.

결국 변호인 측이 내세운 근거와 권익위의 종결 처분 사유가 궤를 같이하면서 '소환조사는 문제가 있다'는 명분으로 작용한 셈이다. 법적 처벌 근거가 없다는 명분을 쥔 김 여사 측이 소환에 대한 여론 확산을 차단하기에 적기라는 판단을 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재경지검 부장검사 출신 한 법조인은 "참고인이든 피의자든 일반적인 수사 대상자가 조사 방식과 혐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검찰을 압박하는 형태의 접근을 할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소환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다소 위험한 방식으로 전달한 것은 그만큼 소환하지 못할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영상 속 면세점 가방(오른쪽)과 김건희 여사의 변호인이 공개한 조아무개 대통령실 행정관의 에코백 ⓒ 연합뉴스

소환에 선을 그은 김 여사 측은 최 목사가 의혹을 제기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앞 '대기자'들의 신원에 대해 모두 대통령실 직원이라고 밝히며 '맞불 전략'도 들고 나왔다. 최 목사는 자신이 명품가방을 전달한 2022년 9월13일, 또 다른 접견 대기자들이 면세점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이에 대해 "면세점 에코백이었으며, 보고서가 들어있었고 관련 자료를 모두 검찰에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김 여사 측은 동시에 최 목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나 이재명·조국 등 야권 인사를 비난했다며 '이중 플레이'를 벌인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김 여사 측이 목소리를 내기 전에 해당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친윤(親尹)'으로 분류되는 이창수 검사장으로 교체되고 산하 1·4차장이 바뀐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사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며 "수사 결과를 봐 달라"던 이원석 검찰총장이 검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과 정면충돌하며 '검찰 지키기'에 나선 점도 시기적으로 김 여사의 장외 여론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3년 11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영상의 한 장면 ⓒ서울의 소리 유튜브 화면 캡쳐

도이치 주가조작 공범 이종호의 등장이 변수로?

김 여사가 명품가방 수수와 관련해 소환조사를 받을지 여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과도 직결된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두 사건을 모두 맡고 있고, 영부인에 대한 대면조사를 사건별로 진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어느 건이든 일단 소환이 이뤄지면 나머지에 대한 조사도 동시에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초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던 것은 주가조작 의혹이었다. 2020년 4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김 여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서면 답변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작년 상반기 김 여사 측에 2차 서면 질의서를 발송하면서 구체적인 투자 경위와 주가조작 공범들과의 관계 등 100여 개에 달하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1차 답변에서 간략한 입장만을 담았던 김 여사는 현재까지 2차 질의에 대한 답변서는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법률대리인을 통한 본격 대응이 필요한 사안은 오히려 피의자 신분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인데 김 여사는 반대의 경로를 택했다. 법조계에서는 처벌 가능성을 놓고 볼 때 비교적 '약한 고리'인 명품가방 사건을 전면에 내세워 주가조작 건까지 소환을 무마하려는 전략이 내포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증인선서를 거부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오른쪽 부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서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 박성재 법무부 장관(왼쪽부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근 전 국방부 법무비서관 등이 일어서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이 검찰과 김 여사, 나아가 윤석열 정부 전체를 뒤흔드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여권 전체가 나서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 움직임에 "수사받는 당사자가 쇼핑하듯 수사기관을 선택할 수 없다"며 파상공세를 펼친 전례가 그대로 역풍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어서다. 

적시타를 노린 김 여사 측이 소환 거부 움직임을 내비친 때, 역설적이게도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여론에 재소환된 점도 악재다. 이 전 대표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핵심 인물로 떠올랐고 'VIP'를 언급하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김 여사를 중심으로 한 리스크는 오히려 더 커졌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변호사)는 "김건희 여사는 결국 검찰 소환에 불응할 것이고, 검찰 역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그러나 명품백 사건부터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댓글팀 운영, 당무 개입 등 너무 많은 의혹과 논란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런 판단이 결국 윤석열 정부를 더 최악의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이라며 "더 센 특검, 더 센 매를 몰아서 맞을 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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