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넘었지만…노동계 “사실상 삭감” 반발 [오늘의 정책 이슈]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위원 투표를 거쳐 2025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860원)보다 170원(1.7%) 인상된 금액이다.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당초 최초요구안으로 1만2600원(올해 대비 27.8% 인상)과 9860원(동결)을 내놨다. 노동계는 4차례에 걸친 수정을 통해 요구안을 1만840원까지 조정했지만, 경영계는 4차 수정안에서도 9940원을 내며 ‘1만원선’을 지키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양측이 입장을 좁히지 못하자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구간’으로 하한선 1만원, 상한선 1만290원을 제시하면서 1만원을 넘는 것이 확실시됐다. 노사 합의로 심의 촉진구간 제시를 요청한 만큼 노사 모두 이 구간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안으로 노동계는 1만120원, 경영계는 1만30원을 냈고, 투표 끝에 경영계 안이 14표, 노동계 안이 9표를 받아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으로 이뤄졌으나 투표 직전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이 ‘심의 촉진구간이 터무니없다’고 반발하며 퇴장해 투표에는 23명만 참여했다. 공익위원 9명 중 5명이 경영계 안에, 4명은 노동계 안에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최저임금 심의에 110일이 걸려 역대 최장 심의로 기록됐으나 올해에는 예상보다 빠른 53일 만에 결정이 이뤄졌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의결한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고, 고용부는 8월5일까지 이를 확정·고시해야 한다. 내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노동계 “사실상 삭감” 반발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넘길지는 세간의 관심이었다. 올해 최저임금의 경우 지난해 노동계가 최초 제시안으로 1만2210원, 경영계 9620원을 제시하면서 1만원이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표결 끝에 9860원으로 결정된 바 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예년의 인상률을 고려했을 때 1만원이 넘을 것이 거의 확실해진 분위기였다.
다만 전년 대비 인상률은 1.7%로, 2021년(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적은 규모다. ‘숙원’이었던 1만원을 넘겼음에도 노동계의 불만이 큰 이유다.
한국노총은 “일부 언론 등에서 1만원 돌파가 엄청난 것인 양 의미를 부여하지만 1.7%라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이며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역대급으로 낮은 최저임금 인상 결과에 실망했을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죄송한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공익위원은 노동계가 제안한 노동자 생계비 등은 무시하고, 노사 간 격차가 줄고 있는 상황임에도 무리하게 결론을 내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노총은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심정에서 물가상승률 예상치만큼인 2.6% 인상안을 제시한 반면 사용자측은 겨우 1.7% 인상안을 제시했다”며 “그럼에도 공익위원 다수는 사용자 편에 서 상식적인 인상안을 제시한 한국노총 노동자위원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을 농락했다”고 주장했다.
표결을 거부한 민주노총은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2년간의 물가 폭등기에 최저임금이 물가인상 폭보다 적게 오르면서 최저임금은 본래 취지를 잃었다. 해마다 이어지는 고물가 시대를 가까스로 견뎌내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쪼들리는 고통 속에서 1년을 또 살아가야 한다”며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사가 공방을 벌이다 마침내 공익위원이 ‘정부의 의지’를 실현하는 현 구조에서는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근본적 변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영계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을 고려하면 동결되어야 했다. 사용자위원으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결정은 최저임금이 또다시 고율 인상될 경우 초래될 부작용을 어떻게든 최소화하고자 노력한 사용자위원들의 고심 끝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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