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28세 외인 좌완의 영리함, 정규직 한 걸음 더…KKKKKKKKK 비결? 이것을 자유자재로 바꾸다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저도 놓쳤습니다.”
11일 잠실구장.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중계하던 MBC스포츠 플러스 김선우, 박재홍 해설위원은 이렇게 얘기했다. 중계방송 카메라가 KIA 외국인투수 캠 알드레드(28)의 미묘한 변화를 간파하고 비교했기 때문이다.
알드레드는 디셉션이 좋은 좌완이다. 팔 높이도 정통파와 거리가 있다. 심지어 크로스 스탭을 밟고 던진다. 왼손타자 기준 눈에서 멀어지는 슬라이더, 오른손타자 기준 몸쪽에 박히는 듯한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슬라이더인데 팔 높이와 공의 궤적이 스위퍼처럼 보인다는 평가다.
그동안 오른손타자 요리가 여의치 않은 측면이 있었다. 슬라이더 외에 확실한 무기는 안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드레드의 중요한 무기 하나가 밝혀졌다. 투수판이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중계를 통해 구종에 따라 투수판을 밟는 위치를 바꾸는 것 같다고 했다.
우타자에게 3루 쪽을 밟고 슬라이더를 던졌다. 우타자 기준 좀 더 공이 몸에 박히는 느낌이 든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이 투수는 크로스스텝을 밟기 때문에, 1루 쪽을 밟으면 너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동작 때문에 타점이 안 만들어진다”라고 했다.
그런데 MBC스포츠플러스가 제작한 화면에 따르면 알드레드가 우타자 송찬의를 상대할 때 3회 첫 타석에선 1루쪽 투수판까지 깊숙하게 밟았다. 당시 알드레드는 주무기 슬라이더를 1개만 던졌다. 바깥쪽 체인지업을 2개 구사했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 체인지업을 구사하기 위해선 1루 쪽을 밟는 게 편할 수 있다. 반면 3루 쪽을 밟고 던진 6회에는 대부분 우타자 몸쪽을 파고 드는 주무기 슬라이더 승부였다.
알드레드는 체인지업이 슬라이더만큼 날카롭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투수판을 활용해 위력을 극대화하는 건 영리함 그 자체다. 경기 도중 투수판 밟는 위치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투수는 절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알드레드가 이런 변화를 언제부터 줬는지 알 수 없다. 어쨌든 이날 6⅔이닝 1피안타 9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으로 KBO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한 걸 감안하면, 확실히 성공적이었다. 우타자 슬라이더 활용이 상당히 많았고, 잘 통했다. 우타자에게 슬라이더를 써야 바깥쪽 체인지업 효과도 배가할 수 있다.
알드레드는 윌 크로우의 부상 대체 외국인선수로 입단, 6경기서 2승1패 평균자책점 3.45다. 2경기서 4실점, 6실점으로 무너졌지만, 나머지 4경기 중 3경기서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무실점 경기도 3경기일 정도로 위력이 있다.
윌 크로우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KIA는 알드레드를 8월15일(이후 등록시 포스트시즌 출전 불가능)까지 정식선수로 등록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정황상 8월15일 이전 정식선수 등록이 예상된다. 알드레드보다 잘 하는 외국인투수를 당장 데려올 수 있다면 몰라도, 현 시점에선 알드레드가 KIA에서 더 잘하도록 돕는 게 최상의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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