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바보가 아니다...'합리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책과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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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로 접어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오판'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판단 말이다.
서방이 판단하기에 푸틴은 이기기 쉽지 않은 전쟁을 감행한 비합리적인 인물이다.
저자들은 "합리성은 결과와 무관하다"고 전제한 뒤 푸틴의 판단은 "예상하지 못했거나 제어할 수 없는 요소들이 나타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뿐, 합리적 의사결정이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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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3년째로 접어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오판'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판단 말이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는 전쟁 직전 푸틴의 행동에 대해 "푸틴이 문제를 비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다가오는 재앙을 보지 못한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푸틴은 이성적이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은 완전히 잘못 계산한 것"이라고 했다. 서방이 판단하기에 푸틴은 이기기 쉽지 않은 전쟁을 감행한 비합리적인 인물이다.
미국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존 J.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와 그의 제자 서배스천 로사토 노터데임대 교수가 함께 쓴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이런 시선에 반기를 든다. 저자들은 "합리성은 결과와 무관하다"고 전제한 뒤 푸틴의 판단은 "예상하지 못했거나 제어할 수 없는 요소들이 나타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뿐, 합리적 의사결정이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의 선제 공격은 '세력 균형 이론'에 기반한 의사 결정이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다는 건 러시아 엘리트들에게 "국가의 존립과 주권에 대한 위협"이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상호 방위'를 명분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에 군사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고를 무시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밀어붙인 결과 러시아가 자위를 위해 선수를 쳤다는 게 책의 진단이다.
의사 결정의 합리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신뢰성 있는 이론'과 '신중한 결정과정(심의)'이라는 요소를 충족했는지 여부다. 책은 그 기준을 적용해 보면 비합리적이라고 여겨진 과거 국가들의 결정이 사실은 합리적이었다는 논리를 편다. 예컨대 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여러 나라와 전쟁을 벌인 일본은 1920년대 말 대공황으로 우려되는 경제 추락을 막기 위해 자원이 풍부한 중국 만주를 주목했다. 일본 지도자들 입장에선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치 독일의 2차 대전 패전을 초래한 1941년 독일의 옛 소련 침공, 세계 핵전쟁 위협을 고조시킨 1962년 미국의 쿠바 미사일 위기 개입 결정 등도 마찬가지다.
국제정치 전략을 주도할 힘이 있는 강대국 사례가 주로 소개돼 한국을 직접적으로 대입하긴 어렵지만, 윤석열 정부를 포함한 각 정권의 외교적 선택이 합리와 이성을 기준으로 이뤄졌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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