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협박 무법천지 '사이버레커'…"유튜브 아노미 상태"

유영규 기자 2024. 7. 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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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달하거나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 역시 많은 피해자를 낳습니다.

이어 "사이버 협박은 일반 협박과는 양상이 다르다"며 "온라인에 다 까발려 사회적으로 매장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인데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래 회복 가능성을 갖기 어려운 종류의 협박이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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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쯔양 협박 의혹 밝힌 가세연 유튜브

유튜브를 휩쓸고 다니는 '사이버 레커'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이슈몰이를 하는 이른바 '레커 연합' 유튜버들이 구독자 1천30만 명을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의 과거를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입니다.

앞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쯔양이 과거 술집에서 일했다는 과거 등을 빌미로 다른 유튜버들에게 협박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쯔양이 직접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전 남자친구의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며 강제로 일을 해야 했다고 밝히자 레커 연합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현재 유튜브에선 레커 연합으로 지목된 유튜버들의 구독을 취소하고 이들의 수익 창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사이버 레커는 사회적 관심이 쏠린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로 교통사고 현장에 빠른 속도로 몰려드는 견인차를 부르는 '레커'(wrecker)에서 유래했습니다.

이슈에 민감한 사이버 레커의 자극적인 콘텐츠는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끌고 조회수와 구독자수를 늘려 유튜버들의 수익 창출을 돕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비롯되는 문제는 적지 않습니다.

일부 유튜버들은 이른바 '정의구현'을 외치면서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 사실을 폭로해 사적제재를 하고 더 나아가 타인의 치부를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뜯어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한 유튜버가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을 멋대로 공개해 당시 사건에 공분했던 이들의 응원을 받았으나 결국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습니다.

해당 유튜버는 피해자 측과 논의해 가해자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고 했지만 피해자 지원단체에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피해자의 일상 회복, 피해자의 의사 존중과 거리가 먼 일방적 영상 업로드"라고 비판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폭행·아동학대 사건 등의 가해자 신상을 공개해 온 유튜버 엄 모(30) 씨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 모 씨의 고등학교 선배 A 씨 등을 협박해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공갈·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로 지난 5월 구속기소 되기도 했습니다.

엄 씨는 A 씨에게 신 씨와의 친분과 A 씨의 별도 범죄 의혹을 유튜브에서 공개하겠다고 협박해 3억 원을 받았고 이 외에 다른 사건 가해자 등 2명으로부터도 같은 수법으로 총 1억 8천만 원 상당을 갈취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달하거나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 역시 많은 피해자를 낳습니다.

특히 연예인들이 근거 없는 비방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서 기획사들이 민·형사 소송 등 강력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폭로나 협박을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레커연합 협박 의혹에 대해 "심각한 문제다. 무법천지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 교수는 "정의를 구현한다는 간판을 걸고 불법적인 정보 거래를 통해 불법적 활동을 해 이익을 추구하는 건 비양심적인 것"이라며 "이 사건의 문제는 2차 가해 행위가 그들(유튜버들)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사이버 협박은 일반 협박과는 양상이 다르다"며 "온라인에 다 까발려 사회적으로 매장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인데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래 회복 가능성을 갖기 어려운 종류의 협박이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도덕이 무너진 '유튜브 아노미' 상태"라며 "유튜브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혐오를 부추겨 돈을 벌었을 경우 이를 환수한다든지 가짜뉴스를 확산시키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사이버 레커 현상에 대해 "당사자의 아픔이나 사고가 중요한 먹이 양식이 되는 구조"라며 "유튜버들이 마치 사회적 정의에 대한 욕구를 대변하는 듯했지만 결국 상업적 목적을 띄고 있는 것이고 아예 처음부터 악의적 목적으로 이를 따라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생태계가 오염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수사를 엄격히 하는 것도 물론 있어야 하고 타인의 사생활을 흥미 위주로 즐기려고 하지 않는 시민들의 성숙한 태도도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류희림 위원장은 전날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쯔양을 협박하고 갈취했다는 유튜버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로 돈을 버는 유튜버들에 대한 대책도 방심위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한편 검찰은 쯔양을 협박하거나 이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유튜버들에게 공갈 혐의가 있다는 고발장을 접수해 이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했으며 현재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혹은 경찰에 이송할지 검토 중입니다.

(사진=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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