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경제안보시대”…FTA로 경제영토 넓힌다
정부가 지난 7월 3일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이라는 신통상정책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7년까지 경제영토를 90%까지 확대해 FTA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역동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신규 FTA 체결 및 기존 FTA 업그레이드, 신규분야·신흥지역과 다층적 통상협력을 전개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확장하게 된다.
정부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히려는 것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필리핀, 에콰도르, 아랍에미리트(UAE), 걸프협력회의(GCC)와의 FTA가 서명·타결돼 발효를 앞두고 있다.
올해 초 중미 최대 경제국인 과테말라가 한-중미 FTA 가입의정서에 정식 서명하면서 중미 6개국(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파나마, 과테말라) 간 FTA가 완성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3월 말레이시아와 FTA 협상을 재개했고, 태국과는 협상을 개시했다. 한·일·중 FTA도 협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사우스(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있는 개발도상국) 지역들과 협력벨트 구축 및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계기,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등 FTA 1위를 위한 발걸음을 가속화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토면적은 10만 4318㎢(’21)로 전 세계 227개 국 중 109위에 불과하다. 반면 경제영토는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로 평가받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좁은 국토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무역의존도 높은 우리나라, FTA 확대는 선택 아닌 필수
자유무역협정(FTA)이란 협정을 체결한 국가 간 상품, 서비스 교역에 대한 관세 및 무역 장벽을 철폐함으로써 배타적인 무역 특혜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즉, FTA를 체결한 국가는 마치 한 나라처럼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을 한다는 의미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FTA 확대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 59개국(건수로는 21건)과 FTA를 체결·발효 중에 있다. 우리나라와 FTA를 맺고 있는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다 더하면 전 세계 GDP의 85%나 된다. 중계무역국으로 알려진 싱가포르(87%)가 우리나라를 근소하게 앞서 있다.
지난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되면서 올해로 FTA 20주년을 맞았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된 FTA는 이후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베트남, 인도, 호주 등 주요국들과 잇달아 FTA를 체결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영토를 꾸준히 넓혀왔다.
FTA 발효국 대상 수출액이 전체의 81%, 소득 3만 달러 달성에 기여
FTA 발효국 대상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의 81.8%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가로 도약했다.
주요 성과를 보면 한-미 FTA 발효 이후 양국 간 교역 규모는 연평균 5.3% 증가했고,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석유제품, 이차전지, 가전 등 우리 주력 수출품목이 한-미 FTA의 수혜품목으로 떠올랐다. 한-EU 간 무역규모는 FTA 발표 전 536억 달러(’10)에서 741억 달러(’23)로 약 38% 성장(연평균 3.6%)했다.
신흥시장에서도 FTA는 큰 힘이 됐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 순위는 FTA 발효 전 7위에서 2022년 2위로 상승했으며, 한-인도 양국 간 교역액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발효 전 121.5억 달러(’09)에서 246.8억 달러(’23)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밖에 한-UAE CEPA 최종 타결과 한-GCC(걸프협력이사회) FTA 협상 타결로 신 중동 붐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최근 수출시장, 원자재 확보 등 주요국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FTA 확대를 통한 경제영토 확장은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을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FTA를 매개로 한 양자 및 소다자 협력을 전개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신통상 규범을 형성하는 등 다양한 통상협력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올 하반기 ‘통상정책로드맵’(가칭)을 발표하고 FTA 확대를 위한 전략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3월 열린 FTA 발효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FTA를 통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에 달하는 국가들과 구축한 통상네트워크는 대외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대응하는데 중요한 정책 수단”이라고 평가하면서 “경제안보 시대에 맞추어 유연하고 다양한 형태의 통상협정을 지속 추진하여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우리 기업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경제 운동장을 넓혀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좁은 국토의 한계를 딛고 경제영토를 최대한 확대한다는 글로벌 네크워크 확장 전략과 역동경제 로드맵에 경제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FTA란?]
FTA(자유무역협정, Free Trade Agreement)는 국가 간 상품 및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관세 및 무역 장벽을 철폐함으로써 배타적인 무역특혜를 서로 부여하는 협정이다. FTA는 그 동안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NAFTA)등과 같이 인접 국가나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흔히 지역무역협정(RTA:Regional Trade Agreement)이라고도 부른다. WTO(세계무역기구)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무역체제가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한계에 직면하면서, FTA와 같은 양자간, 지역간 무역협정이 대안으로 부상하게 됐다.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의 자유화를 비롯해 투자, 경제협력 등 경제 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관세 철폐 등 시장개방 요소를 포함하면서도, 상대국과의 공동번영을 목적으로 협력요소를 강조하는 EPA(경제연계협정,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등도 FTA와 비슷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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