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사업가 납치 살해’ 필리핀 경찰, 1심 무죄→2심 무기징역
[앵커]
8년 전 필리핀에서 한인 사업가가 납치 살해된 사건, 범행을 주도한 필리핀 경찰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공분을 샀는데요.
2심 재판부가 결국 이 경찰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방콕에서 정윤섭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6년 10월, 필리핀 앙헬레스에 살던 한인 사업가 지익주 씨가 괴한들에게 납치됐습니다.
이들은 곧바로 지 씨를 살해해 화장한 뒤 유해를 유기했습니다.
괴한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필리핀 현직 경찰들, 당시 필리핀 대통령까지 나서 엄벌을 약속했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당시 필리핀 대통령/2017년 1월 : "내가 당신(범인)들의 머리를 한국으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은 지연됐고, 지난해 6월에서야 1심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경찰관 산타 이사벨, 그리고 정보원인 제리 옴랑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그런데 주동자로 지목됐던 상급 경찰 라파엘 둠라오는 무죄였습니다.
[최경진/고 지익주 씨 부인 : "그 사람(둠라오)이 무죄가 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그런데 무죄가 나와서 제가 그때 아마 쇼크가 와서 정신을 잃었어요."]
그리고 또다시 1년, 지난달 말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둠라오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납치와 살해를 공모한 혐의가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선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유지했습니다.
기나긴 법정 싸움을 이어온 유족들은 이제야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최경진/고 지익주 씨 부인 : "정말 눈물이 나고, 진짜 가슴이 뻥 뚫리면서 그래도 정의는 살아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필리핀 당국은 둠라오의 신병 확보를 위해 체포영장과 출국금지를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최경진/고 지익주 씨 부인 : "제 남편이 죽은 이유는 아직도 정확히 모르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 이유를 좀 밝혀줬으면 좋겠고…."]
방콕에서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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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 기자 (bird277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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