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지도자협회 "홍명보 선임 비상식적…정몽규 즉각 물러나야"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한국축구지도자협회(지도자협회)가 지난 8일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 홍명보 감독을 신임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발표한 것과 관련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지도자협회는 12일 "우리는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발표가 지난 5개월간의 무능과 반복되던 시행착오를 종결짓는 매듭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이는 더 심한 혼돈과 또 다른 기만의 서막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감독을 선임한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이사에 대해 "무엇인가 숨겨야 할 일이 없다면 모든 권한과 책임을 준 회장에게 과정과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의 말대로 회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중차대한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고 기자회견까지 했다면 월권"이라며 "반면 회장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감독 선임 문제를 보고도 받지 않고 기술이사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하게 했다면 그런 회장은 있으나 마나 하여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했다"며 정 회장을 비판했다.
지도자협회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정 회장에게 축구인 들러리로 활용하지 말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러나 정 회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축구협회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며 "합리적 결정을 해야 할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과 결과가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신임 대표팀 감독 선임과 발표 과정은 역대 감독 발표와는 모든 것이 이상하고 비정상적이었다. 그리고 '보안'이란 이유로 규정과 절차적 시스템을 모두 내팽개쳤다"며 "축구협회는 스스로 규정과 절차를 어기는 이런 졸속행정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와 지도자에게는 규정과 규칙을 준수하라며 휘슬을 불 권위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도자협회는 정 회장이 지난 2013년 취임 이후 기술위원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전력강화위원회 등으로 국가대표 감독 선임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변경해 온 것이 비상식적으로 축구협회를 운영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전력강화위원 11명 중 절반 이상이 빠져 5명만 남았다. 그렇다면 위원장을 다시 선임하고, 위원 역시 추가해 해당 위원회가 이 일을 매듭짓게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런 절차는 철저히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또 "정 회장은 지난 5일 '절차적 정당성보다 감독에게 필요한 덕목이 중요하다'고 했다. 상식적인 국민과 많은 축구인들은 이 말에 귀를 의심했다"며 "작금의 한국 축구가 겪고 있는 숱한 위기와 혼돈이 축구협회 회장의 이런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걸 인제야 우리 축구인들은 제대로 알게 됐다"면서 축구협회를 향해 3가지 질문을 던졌다.
지도자협회는 ▲외국인 감독과의 면접 결과를 선임 과정에서 누구와 공유하고 결과에 어떻게 반영했는가 ▲모두에게 공평해야 할 면접 기준이 특정 후보 앞에서만 왜 갑자기 주관적이고 자의적 해석으로 바뀌었는가 ▲우리 지도자들에게는 축구협회 행정의 절차적 정당성이야말로 그나마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의 사다리지만 정 회장은 여전히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지 않는가 등을 축구협회에 물었다.
그러면서 지도자협회는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결정을 정 회장이 충성스러운 부하에게 전권을 쥐여준 독단적 결정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고 마음대로 결정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모든 절차는 뒤죽박죽되고 협회의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됐다"며 "국가대표 신임 감독이 선임되는 자리에서 팬들은 축하와 지지 대신 야유와 질책을 받았고, 신임 감독은 해명과 변명을 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전력강화위원으로서 감독 선임 과정을 폭로한 박주호에 대한 축구협회의 '법적 대응' 예고도 짚었다.
이들은 "실망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표한다. 이번 사태는 축구협회가 평소 축구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며 "즉 선수와 지도자에게는 존중을 강요하면서 정작 협회는 전혀 선수와 축구인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조그마한 비판도 들으려 하지 않고 견디지 못하는 협회는 발전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축구협회의 무능과 잘못을 비판하는 축구인에게 법적 대응 운운하는 일이 향후 다시 재발한다면 우리 지도자협회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총체적 난국을 조장하고 더 큰 혼란만 가중하는 책임이 전적으로 정 축구협회 회장에게 있음을 명백히 밝힌다. 따라서 정 회장은 이 모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즉각 회장직에서 사퇴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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