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둔화’ 지표 나온 날 나스닥·코스피 일제히 하락, 왜?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크게 둔화되면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둔화)’에 힘입은 9월 미국의 금리인하가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달러도 약세를 보이면서 고공행진을 하던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370원대까지 내려왔다. 다만, 예전 같았다면 물가 둔화에 환호했을 증시는 오히려 더욱 차갑게 식었다. 대형주에 대한 차익실현 움직임이 커진데다 이미 물가둔화 기대감이 ‘선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달 연속 미 소비자물가 둔화
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6월 CPI가 전달 대비 0.1% 하락했다고 밝혔다. CPI 전월비가 보합수준을 유지했던 지난 5월은 물론 시장의 예측치(0.1% 상승)를 밑돈 것이다. CPI가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은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전년 대비로는 3% 하락해 4월(3.4%), 5월(3.3%)에 이어 석달 연속 물가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3.3% 올라 예상치를 각각 0.1%포인트 하회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물가상승률 2% 도달 전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데다, 그동안 연준의 발목을 잡았던 물가가 둔화 추이를 보이면서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준의 9월 금리인하 확률은 10일 73.45%에서 이날 92.7%로 하루 사이 20%포인트 가량 급등했다. 시장에선 9월 인하가 가능하다는 확신이 커진 셈이다.
이를 반영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약세를 보였고 원화는 강세를 보였다. 11일 달러당 138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은 CPI발표 직후 1370원대 초반까지 내려가 1372.8원에 거래를 마쳤다. 12일에 1372원에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미 국채 금리가 반등하면서 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 달러당 1379.6원까지 올랐다.
‘호재’에도 테슬라 -8%, 엔비디아 -5% 폭락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졌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동안 상승 랠리를 이어온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들이 일제히 폭락했다. 이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7개 미국 빅테크를 뜻하는 ‘매그니피센트7(M7)’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2% 넘게 하락한 가운데, 11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던 테슬라(-8.44%)와 조정에서 반등 조짐을 보이던 엔비디아(-5.57%)의 낙폭이 컸다. ARM(-7.1%), 마이크론(-4.52%), TSMC(-3.43%) 등 반도체 업체들도 대거 폭락했다.
2900선을 코앞에 뒀던 코스피도 이 여파로 12일 전장보다 34.35포인트(1.19%) 하락한 2857에 장을 마치며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최근 상승세를 이끈 삼성전자(-3.65%)와 SK하이닉스(-3.32%)는 3%이상 급락했고 현대차도 이날 2.51% 하락했다.
다만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가 1.95% 하락한 것과 달리 미국의 중소형주 위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는 11일 전장보다 3.57% 급등했다. 그동안 랠리를 이어간 대형주는 ‘조정’에 들어간 반면 부진했던 소형주가 오히려 반등하는 등 상반된 흐름을 보인 것이다.
시장에선 그동안 과도하게 오른 대형주의 경우 피로감으로 차익실현 움직임이 나타났고, 랠리에서 소외됐던 소형주는 금리인하가 가시화되며 수혜를 받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미 물가 둔화 조짐이 보였던 만큼 9월 ‘금리인하론’이 선반영됐기 때문이란 견해도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 금리인하라는 재료를 어느정도 반영해왔고 이제부터는 기업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요, 즉 경기가 중요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당장 대형주의 급락으로 투심은 위축될 전망이다. 다만 시장에선 위험자산선호 심리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급락이 장기간 하락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의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원했던 물가 둔화세가 6월 소비자물가로 확인된 것은 분명 긍정적 뉴스이자 각종 자산가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고공 행진을 정당화해주는 요인들이 다분해 6월부터 시작된 미국 증시의 서머랠리는 7월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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