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수경기 회복 확대”…KDI와 석달째 엇박자 이유는?

올 상반기 코로나19 방역 해제로 내수 경기 회복이 기대됐지만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오히려 줄고, 하반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정부가 12일 최근 제조업과 수출 호조세에 뒤이은 ‘내수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을 석달째 이어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내수 회복이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와 석달째 온도차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7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해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과 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총평했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4%로 둔화한 것을 고려해 물가 상황에 대한 진단이 한 달 전 ‘물가 상승세 둔화’에서 ‘물가 안정 흐름’으로 바뀌었고, 나머지 진단은 유지됐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수출이 증가하면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로 연결된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고금리나 고물가 쪽 내수 제약 요인이 완화될 거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의 경기 진단과 국책연구기관인 케이디아이의 경기 진단 간 온도차가 석달째 이어졌다. 케이디아이는 지난 8일 내놓은 ‘7월 경제동향’에서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케이디아이 판단이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5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7% 감소,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0.2% 감소, 설비투자는 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전산업 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가 동반 감소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정부와 케이디아이의 경기 해석이 다소 엇갈리는 것에 대해, 정부는 “표현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김귀범 과장은 “산업활동동향 지표를 해석할 때 케이디아이는 ‘전년 동월비’로 보고, 정부는 ‘전기 대비’로 보고 있다”며 “케이디아이는 ‘물이 얼마나 찼느냐’를, 정부는 물이 차오르는 흐름으로 이해하는 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이디아이와 한국은행 등 다른 기관들 모두 수출 호조세가 파급되며 하반기 민간소비와 투자가 개선될 것이란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며 “표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회복 조짐에 대해서는 동일한 의견인 셈”이라고 말했다.

주요 경기 전망 기관들의 시선은 오는 25일 한국은행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발표에 쏠려 있다. 이달 말 나오는 6월 산업활동동향 등을 통해서도 하반기 경기 전망을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