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초 400G 대기록 그날 밤, 양현종이 떠올린 9명의 얼굴···“한 명이라도 없었다면”[스경x인터뷰]
양현종(36·KIA)은 지난 10일 잠실 LG전에서 또 한 번 두 가지 대기록을 세웠다. 리그 최초의 400경기 등판에서 리그 역대 3번째로 11년 연속 100이닝을 던졌다. 2007년 KIA에 입단해 총 501경기째 등판이었다. 데뷔 초기 101경기에 불펜 투수로 나선 이후 2009년부터 완전히 선발로 전환한 양현종은 프로야구 사상 유일하게 400경기에 선발 등판한 투수다.
이미 역대 최다 선발 등판 기록을 넘긴 지 오래인 양현종은 이날 경기 직후에는 “그냥 던진 경기 수인데”라며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이튿날인 11일 “어제 경기 마치고 숙소에 가서 자려고 누웠다. 400경기라고 생각을 막상 하니까 엄청 어렵게 훈련하고 그랬던 어릴 때부터 쭉 떠올랐다. 그래서 생각난 분들이 아홉 분 있었다”고 말했다. 양현종이 떠올린 얼굴은 조범현·선동열·김기태 전 감독과 투수코치였던 이강철·칸베 토시오·이대진·김정수·홍우태·서재응 코치다. 양현종이 KIA 입단한 뒤 리그 에이스로 성장할 때까지 함께 했던 사령탑과 투수코치들이다.
양현종은 2007년 입단해 2009년 풀타임 선발로 처음 던졌다. 29경기에서 148.2이닝을 던지고 12승5패 평균자책 3.15를 기록했다. 당시 조범현 감독과 칸베 코치, 이강철 코치가 양현종을 선발로 발탁했다. 그때만 해도 어려서 의지가 약했던 양현종은 선발을 준비하던 그해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비행기 타고 집으로 가버리라”며 귀국 티켓까지 구단에 요청한 칸베 코치의 불호령에 정신을 번쩍 차린 적도 있다.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는 은사다.
양현종은 “운이 좋았다. 우리 팀 성적이 좋지 않아서 신인임에도 선발 테스트 많이 받았고 많은 이닝 던져보면서 선발로 발탁이 될 수 있었다. 이강철, 칸베 코치님은 나를 봐주는 게 없었다. 무조건 많이 시키고 많이 얘기해주셨다. 정말 강하게 키우셨다. 그때가 없었으면 지금처럼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뒤 내가 어느 정도 선발로 던지기 시작하니까 조금씩 인정을 해주셨다. 조범현 감독님과 두 코치님은 나를 야구선수로 만들어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양현종은 “김정수 코치님도 내가 신인 때 불펜 코치님이셨다. 참 좋은 분이다. 그 뒤 2군에 계시다 2013년에 다시 1군에 오셨는데 ‘많이 컸구나’ 하면서 기특해하셨다. 그러고나서 이대진, 서재응 코치님이랑은 정말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내가 선발 투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17년)우승했을 때 같이 했던 홍우태 코치님도 진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낸다”고 했다.
선발로 발탁된 첫 시즌 KIA가 우승을 하고 3년간 선발로서 좋은 성적을 낸 양현종은 1년간 어깨 통증으로 방황의 시간도 겪었다. 그때 무너지지 않고, 수술 없이도 운동만으로 열심히 회복해 돌아오고 리그 대투수로 올라올 수 있을 정도의 의지를 만들어준 것도 함께 했던 감독 코치들이 만들어준 환경 때문이라고 여긴다.
양현종은 “선발로 발탁돼서 던지고 팀 성적이 나다보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도 가볼 수 있었다. 2011~12년은 어깨가 아파 어쩔 수 없었지만 그 뒤 다시 선발로 돌아왔을 때도 이닝을 많이 던지게 해주셨다. 그때가 선동열 감독님이다. 아프고 부진했었는데도 그냥 나를 믿어주셨다. 나를 선발 투수로 업그레이드 시켜주신 분이다. 나는 이닝을 많이 던지기 때문에 승이 따라온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점에서도 복을 많이 받았다”며 “그 뒤 선발로 자리를 잡고 나 자신도 선발 투수구나 생각할 수 있게 됐을 때는 김기태 감독님이 완전히 에이스로 대우를 해주셨다. 김기태 감독님은 나를 진짜 사람으로 만들어주셨다. 리더십을 그때 많이 보고 배웠다”고 했다.
양현종은 “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그 감독, 코치님들이 필요한 방식으로 나를 가르쳐주셨다. 물론 내가 아프지 않고 꾸준히 던졌기 때문에 기회도 얻을 수 있었겠지만, 내가 계속 잘 한 건 아니었는데 그때마다 나를 컨트롤 해주는 분이 계셨다. 이 아홉 분 중에 한 분만 안 계셨어도 내가 지금 400경기 선발 등판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보다 좋은 감독, 코치님을 만났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현종은 리그 유일의 9년 연속 170이닝을 던진 투수다. 올해도 11년 연속 100이닝을 돌파한 양현종은 이같은 이닝 기록에 대해서도 “시대를 잘 타고난 것 같다”고 했다.
양현종은 “지금은 어린 투수들에게 보통 100이닝 제한을 걸지만, 나 어렸을 때는 좋으면 그냥 계속 던졌다. 선발 첫 시즌에 148이닝을 던지고 그 다음 160이닝 던졌다. 그래서 내가 아시안게임에 갈 수 있었다. 지금 이 시대에 뛰었으면 절대 이런 기록은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닝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된 것도 환경 때문이다. 양현종은 “내가 어릴 때 팀에 그렇게 많은 이닝을 던지는 외국인 투수가 없었다. 2016년에 헥터가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래서 선발을 맡은 뒤에, 이 팀에서는 내가 이닝을 많이 던져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다. 이닝이터 용병 1선발이 딱 있어버렸으면 내가 그런 생각도 못했을 것”이라며 “데뷔 이후 내 인생 자체가 그냥 좋은 선발 투수가 될 수 있게 굴러간 것 같다. 상황도, 사람도 잘 만나서 다 맞아떨어져 돌아갔다. 앞으로도 내 목표는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이다. 그동안에 받은 것에 감사하면서 또 한 경기 한 경기 던져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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