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달째 “하반기 내수 회복”… KDI는 “침체 계속” 엇박

기재부 ‘최근 경제동향’ 발표
“물가안정 속 경기회복 흐름”
OECD도 “내수 강세보일 것”
소매판매 등 내수지표 부진에
KDI “수출훈풍에도 개선 미약”

정부가 3개월째 ‘내수가 회복하는 조짐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12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하는 등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내수지표가 좋지 않은 탓에 정부 시각이 다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올해 하반기에는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지난 4월부터 3개월째 2%대를 머무는 만큼 정부는 올해 하반기는 고금리와 고물가로 주춤했던 내수 활성화에 사활을 건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정부는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내수 회복 조짐을 언급했다.

그러나 정부의 시각과는 정반대로 최근 내수 관련 지표는 부진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소매판매는 내구재(0.1%)와 비내구재(0.7%)가 증가했으나 준내구재(-2.9%)가 줄면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5월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보다 0.5% 감소했다. 이를 토대로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내수 성적표가 좋지 않은 탓에 이날 발표된 경제동향은 정부의 향후 목표와 기대감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통계청이 내놓는 ‘산업활동동향’ 등을 따져보면 현재 경기 상황을 놓고 내수 회복세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Fed가 올해 9월쯤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한은도 10∼11월에 금리를 낮추면 올해 하반기에는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24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내수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행히 한국 경제를 짓눌렀던 물가상승률이 안정세에 접어든 덕분에 올해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와 내수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가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경제활력 제고에 대한 희망도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액은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째 증가세를 보이는 등 훈풍이 불고 있다. 이날 정부는 지난달 2.4% 오른 물가상승률에 대해 “안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물가안정 기조 안착·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등 민생 안정을 위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주요 정책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역동경제 로드맵’ 추진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