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앞에 모인 2000명 "마지막 남은 MBC, 시민들이 지켜내자"
[현장] MBC광장 앞에서 열린 'MBC 힘내라 콘서트', 시민 2000여 명 모여
고 이용마 기자 아내 김수영씨 "빼앗긴 다음에 찾아내는 건 훨씬 힘들어"
언론노조 YTN지부장 "지키면 더 좋은 친구가 아니라, 지켜야 좋은 친구 MBC"
노라조 "사이다처럼 방송하는 MBC, 누군가 탄산끼 빠지게 만들려 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마지막 남은 MBC를 시민들이 지켜내자.” 'MBC 힘내라 콘서트'가 지난 11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광장에서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주최로 열린 이번 콘서트는 시민들과 함께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에 대항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주최측 추산 2000여 명의 시민들이 콘서트 현장을 채웠다. MBC 구성원들은 'MBC 국민의 품으로'라고 쓰인 2017년 파업 당시 입었던 조끼를 다시 꺼내 입었다. MBC 광장 한 켠에선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시민들에게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일지' 책자를 나눠줬고, 시민단체 '촛불행동'에선 '윤석열 탄핵 소추 즉각 발의' 국민동의청원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고 이용마 기자 아내 김수영씨 “빼앗긴 다음에 찾아내는 건 겪었던 만큼 훨씬 힘들어”
이날 콘서트엔 이명박 정부 시절 MBC 파업을 이끌다 2012년 해직, 복직을 기다리던 2016년 발병한 암으로 끝내 세상을 떠난 고 이용마 MBC 기자의 배우자 김수영씨가 자리했다. 김씨는 “이명박 시절에 MBC 많이 힘들었다. 빼앗겼고, 다시 되찾기 위해 애썼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며 “이용마 기자가 사랑했던 MBC는 독립적 위치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힘있게 잘 말해내는 기자들과 제작진들이 남의 외압으로 힘들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의 MBC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민들에게 “빼앗기기 전에 지켜내는 것은 여러분의 힘으로 가능하지만, 빼앗긴 다음에 찾아내는 건 우리가 겪었던 것 만큼 훨씬 더 힘들 것”이라며 “잘 지켜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응원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씨와 함께 무대에 오른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고, 공영방송의 사장을 선출하는 데 국민이 참여한다는 가장 기본적 상식을 이뤄내는 데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려야 하는가”라며 “형수님을 다시 모시지 않더라도 이용마 선배의 약속을 반드시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2024년 왜 우리는 왜 김장겸, 이진숙 같은 자들과 또다시 싸워야 하는가. 우리는 왜 또다시 MBC를 지키는 싸움에 함께 나서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MBC 구성원들은 정권의 어떤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겠다. 지쳐 쓰러지지 않고 끈질기게 당당히 버터나가겠다”고 했다. 콘서트 객석에선 '방송3법 재입법' 'MBC 장악 중단'이 양면에 적힌 부채를 흔들며 환호하는 호응이 나왔다.
“지키면 더 좋은 친구가 아니라, 지켜야 좋은 친구 MBC”
MBC의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제작하고 있는 구성원들은 영상으로 목소리를 전했다. '나 혼자 산다'를 연출 중인 허항 PD는 “시청자 여러분들의 응원을 받으면 많은 MBC PD들과 제작진들이 더 흥 나는 마음으로 프로그램 만들고 더 많은 재미를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호 아나운서는 고 이용마 기자의 얼굴이 담긴 그림을 천천히 바라봤다. 'PD수첩' 진행자인 오승훈 아나운서는 “MBC 구성원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공정언론, 공정방송을 이뤄내고자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는 “힘 없는 사람들이 찍소리도 하지 못할 때 대신 찍소리를 해줄 수 있는 것이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며 “언론이 얘기하려고 하는 찍소리를 못하게 하는 순간 우리 사회는 훨씬 더 후퇴할 거다. 시민분들이 저희에게 힘을 보태주시면 최선을 다해 찍소리 내겠다”고 말했다. 조현용 '뉴스데스크' 앵커도 “진실을 전하고 사실 그대로 상식에 맞춰 말할 수 있게 저희에게 힘을 보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연출한 김현지 PD는 '이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다'는 김장하 선생의 말을 전했다. 김 PD는 “저도 여러분도 MBC 구성원들 모두 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며 “이런 저희가 용기 내서 진짜 언론인이 되게 하는 건 공영방송 MBC를 지켜주시는 시민 여러분의 믿음이다. 끈질기게 살아남은 MBC를 다시 한 번 지켜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서고 있는 타 언론사 구성원들도 콘서트를 찾았다. 상암동 MBC 맞은편에 위치한 YTN에서 언론노조 지부장을 맡고 있는 고한석 지부장은 “자기 집에 불 났는데 옆에 더 큰 집에 불났다고 해서 도와주러 온 YTN 지부장”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고 지부장은 “살다보니 좋은 친구가 나쁜 친구가 되는 건 순식간이더라. MBC를 지키지 못하면 무서운 나쁜 친구가 될 거다. 불량배가 돼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땡윤뉴스'를 만들어 시민들을 겁박할 것”이라며 “그래서 지키면 더 좋은 친구가 아니라, 지켜야 좋은 친구 MBC”라고 말하기도 했다.
폐국 위기에 놓인 TBS의 송지연 언론노조 TBS지부장도 “청취율 1위인 프로그램 하나 때문에 방송사 전체를 날려버리려 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며 “이렇게 많이 모인 시민들을 보니 MBC가 너무 부럽다는 생각도 들고, MBC 구성원들이 많은 위로 받고있을 것 같아 안심된다”고 말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MBC가 살아야 KBS를 되살릴 수 있고 YTN을 되찾을 수 있고 TBS의 폐국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라조 “사이다처럼 방송하는 MBC, 누군가 탄산끼 빠지게 만들려 해”
무대에 오른 가수들도 MBC에 대한 응원을 전했다. 노라조의 조빈씨는 “MBC가 먹고 살게 해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노라조”라며 “위기의 MBC를 뒤에서 힘있게 밀어주기 위해 은혜 갚으러 왔다”고 말해 관객을 웃게 했다. 조씨는 “사이다처럼 멋지고 공정한 방송하는 MBC를 누군가 점점 탄산끼가 빠지게 만들려 하고 있다. 이럴 때 더욱더 시원하고 탄산 가득한 사이다 같은 방송을 꿈꾼다”며 본인들의 노래 '사이다'를 불렀다.
조씨가 “방통위가 2인조로 진행하고 계셔서, 우리가 2인조로 오는 건 좀 죄짓는 것 같다”며 “3명을 추가해 5명으로 와야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갑자기 노라조 하겠다는 사람들이 없어 2명으로 왔다. 그곳도 5명으로 가게 되지 않겠나”라고 말하자 좌중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내일은 국민가수' 우승자 가수 박찬근씨는 자신을 “믿고 싶고, 힘을 드리고 싶고, 변화를 바라고 싶은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공연을 이어갔다. 그룹 오직목소리는 MBC를 “어렸을 땐 '뽀뽀뽀'로 함께하고, 10대~20대때는 '무한도전' 등 즐거운 프로그램으로 함께하고, 지금은 공정한 방송과 언론을 통해 우리 마음을 대변해주는 든든한 만나면 좋은 친구”라고 설명했다.
이선영 MBC 아나운서, 이상민 크리에이터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쇼에서는 정치인 성대모사로 유명한 이상민 크리에이터가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 사진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 성대모사를 하기도 했다.
이날 토크쇼 패널로 참석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2년2개월은 전두환 더하기 이명박 더하기 박근혜”라며 “전두환 정권의 무도함, 이명박 정권의 뻔뻔함, 박근혜 정권의 무능함을 다 합했다”고 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민주주의의 위기를 막아내는 첫 번� 길은 MBC를 지키는 것이다. 아마 그마음으로 여기 오셨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영상으로 전한 메시지에서 “언론장악은 해서도 안되고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앞으로 MBC 구성원들 투쟁의 길에 개혁신당도 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 권영길 언론노련 초대 위원장 및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 등 언론계 원로, 방문진·KBS·EBS 이사 등이 참석했다.
콘서트 현장에서 만난 50대 심해인씨는 “현재로선 MBC가 정의를 지키는 유일한 방송”이라며 “MBC마저 무너지면 언론 환경이 완전히 바닥이 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함으로써 다른 언론이 압박을 느끼게끔 하고 싶다”고 했다.
부천에서 왔다는 70대 김명완씨는 “공영방송 MBC를 사유화하려는 걸 저지하고 싶은 마음에 왔다”며 “방송은 공평하게 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사유화하려 들면 안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60대 최아무개씨는 “딸한테 (콘서트 소식을) 들었다”며 “MBC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역시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20대 청년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를 (기사로) 읽고 정부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됐고 언론에 관심이 생겨 오게 됐다”고 했다. 3시가량 진행된 콘서트는 밤 10시경 종료됐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요긴하게 쓰시길’ 장예찬 문자 폭로에 야당 “김건희·한동훈 댓글팀 수사해야” - 미디어오
- 블랙핑크 제니까지…한국은행·네이버·유재석 사칭 광고 - 미디어오늘
- 파리 올림픽, 지상파의 마지막 올림픽? - 미디어오늘
- “노상방뇨 정치”, “고의 패배” 국힘 전대 비난전에 신문들 “자해” - 미디어오늘
- ‘연애남매’ 효과 2030세대 웨이브 유입 많았다 - 미디어오늘
- 조국 “尹, 국정농단 증거 드러날까 두려워 MBC 장악” - 미디어오늘
- 뉴스룸국장 교체 앞둔 한겨레 노조 “사장 현실 인식 무책임” - 미디어오늘
- 1인 방통위 공영방송 이사선임 강행… KBS 53명, 방문진 32명 지원 - 미디어오늘
- 양지 1.68g 갈비탕에 솜방망이 방심위, 이제 와서 심의 강화? - 미디어오늘
- 김만배 돈거래 “부정 청탁” 한겨레·중앙일보 전 간부 구속영장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