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책저책] 35년 외길 걸은 IT전문가, ‘한 번뿐인 인생’이라며 찾은 곳

장주영 매경닷컴 기자(semiangel@mk.co.kr) 2024. 7. 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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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나 계절과 상관없는 게 있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굉장히 중요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이것’을 진정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 따위’ 수준으로 생각합니다. 바로 여행입니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을 보면 날씨가 비가 오고 눈이 오든, 계절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이든 걱정하지 않습니다. 일단 일상을 탈출해 어디론가 간다는 것에 의미가 큽니다. 거기서 행복과 함께 성취감마저 느낍니다.

​평생을 IT 연구에 몰두한 이가 있습니다. 35년 넘게 한 길만 판 그는 유수의 기업 사장과 연구원의 장을 거치며 그야말로 전문가 중의 전문가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가 수필가로 숲 해설가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하더니 여행작가로도 데뷔를 했습니다.

사진 = 픽사베이
매사에 열정적인 젊은이, 아니 요즘 말로 MZ세대에 속한 두 청년이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것과 여행을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아예 여행하며 돈도 버는 여행유튜버의 길로 나섰습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노마드 워커를 꿈꾸면서 말이죠.

​여책저책이 만날 두 권의 책 속 저자는 세대도, 삶의 궤적도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여행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풀어낸 이야기에 주목할 분들입니다. 과연 이들이 전하는 여행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까미노, 꽃중년이 걸은 꽃길
이상홍 | 지식과 감성#
사진 = 지식과 감성#
공대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35년 이상 IT 연구를 해 온 저자 이상홍씨도 딱 그 공대생 출신이다. 그런데 저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쯤부터다. 2014년에 문인협회의 수필가로 등단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숲 해설가 자격을 획득했다.

​저자는 아예 본격적으로 외도(?)에 나섰다. 몽블랑, 돌로미테를 포함한 알프스, 캐나다 로키, 뉴질랜드 밀포드, 중국 호도협, 일본 다테야마, 오제/니코 트레킹을 다녀왔다.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 둘레길을 걷고, 꽃을 보고, 그것을 글로 옮겼다.

​실제로 저자는 ‘우면동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2012), ‘꽃의 향기, 소통의 향기’(2013), ‘꽃바위 언덕에 피는 꽃’(2018) 등 3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이들 책 모두 생활 주변의 야생화를 소재로 경영과 연계한 수필이다.

사진 = 지식과 감성#
최근 저자는 산티아고 프랑스길 800km를 걸으며 보고, 듣고, 느낀 내용을 고스란히 책으로 옮겨왔다. 이번에는 함께 60대로 접어든 아내와 동행한 만큼 일반적인 일정 중심의 걷기 여행과는 다른 여정을 다녔다.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한 꽃중년의 경험, 부부가 33일 24시간을 마주 보며 지낸 이야기, 까미노 길에 숨어 있는 사연들, 까미노 관련 영화들, 야생 들꽃에 대한 애정으로 정리한 까미노 봄꽃 이야기까지 기존의 여행기와는 사뭇 다르다. 여기에 글 전체에 흐르는 세상과 자연을 보는 감성적이고 따뜻한 저자만의 시선도 읽는 동안 울림이 있다.

​작가가 오세브레이로 성당에 직접 한글로 번역해서 남긴 순례자를 위한 축복기도의 내용이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저자는 “행복하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하세요”라고 도보 여행자들에게 전하며 순례길을 걷는 이들의 힘듦과 그를 통한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사진 = 지식과 감성#
종교적인 체험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인생사에는 불변의 진리가 있는 게 아닌 가 싶다. 그냥 두면 기고만장하고 자만해지는 것이 인간의 속석ㅇ이고, 그때마다 적당한 경고 – 그게 신이든 자연이든 – 가 내려진다. 그 신호를 눈치채고 순순히 받아들이면 기회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하루 종일 지루한 길을 걸으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순례길만이 줄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선물이다.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하게 되고, 함께했던 인연들, 가족들 그리고 내 앞에 펼쳐질 미래를 상상해 보게 된다. 내가 이룬 작은 성취도 돌아보게 되고, 해 왔던 일들이 진정 가치 있었을까? 나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은 없었을까? 반성을 하게 되기도 한다. 결국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을 가지게 된다.
꿈꾸지 않아도 빤짝이는 중
브로디‧노아 | 미래엔 북폴리오
사진 = 미래엔 북폴리오
‘놀면서 일하는 두 남자 삐까뚱씨, 내일의 목표보단 오늘의 행복에 집중하는 인생로그’. 딱 이 문장 하나가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꿈꾸지 않아도 빤짝이는 중’의 저자 브로디와 노아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본 적 있을 ‘여행하며 일하는 삶’을 실제로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꿈을 현실로 가져왔다. 누구보다 현재에 충실하고, 하고 싶은 건 웬만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두 사람의 성향도 이 결정에 한 몫 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들을 보고 미래의 삶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현재를 가장 재미있게 사는 것이야말로 내 인생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디자이너로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몰입했고, 그러다 보니 경험이 쌓여 또 다른 재미있는 일로 이어졌다. 여행 유튜버가 바로 그 수단이다. 저자는 그걸로 돈까지 벌고 있으니 이만하면 대만족스런 삶이라고 대놓고 말한다.

​유튜브 영상 속에서는 마냥 깨발랄한 청춘들이지만, 이들에게도 또래들이 겪는 고민과 숨기고픈 이야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 책은 그러한 이들의 낭만 가득한 삶은 물론, 진솔하면서도 내밀한 이야기까지 담아냈다.

사진 = 미래엔 북폴리오
책은 크게 4개 파트로 구성했다. 1부에서는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지금이 있기까지 두 사람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브로디가 N잡러로 살 수 있게 한 원천인 블로그 이야기, 노아가 다니던 회사를 뛰쳐나온 사연, 두 사람의 첫 만남 등을 담았다. 2부에서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두 사람의 역사가 밝혀진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유년부터 아이돌을 꿈꿨던 노아의 학창 시절, 핑클로 물든 브로디의 꿈, 군대에서의 기억 그리고 가슴속에서 꺼내기 힘들었던 아린 이야기를 써냈다.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이들의 굵직한 커리어에 대한 내용을 수록했다. 노아가 캐릭터 브랜드 쿠키베어스를 론칭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와 대세 핫플 테디뵈르하우스를 꾸민 일,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을 꿈꿔온 브로디가 유명 아티스트의 브랜드와 작업한 감회, 삐까뚱씨 탄생 비화까지 두 사람의 프로페셔널한 진면목을 담뿍 느낄 수 있다. 행복, 꿈, 결혼, 여행 등에 관한 두 사람의 상념을 담은 마지막 4부에서는 이들이 실제로 나눈 이야기를 대화체 그대로 실었다. 브로디와 노아의 티격태격 실감 나는 말투에서 두 사람의 삶에 대한 가치관을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다.

​유튜브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을 연출한 이석로 PD는 “꽃은 꼭 봄에 피지 않는다. 아니, 피지 않아도 된다. 초록 이파리만으로도 세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삐까뚱씨가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 들었다.

사진 = 미래엔 북폴리오
노아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이를 물어보지도 얘기하지도 않는다. 나이를 말하는 순간, 알 수 없는 위계질서와 서열이 자리 잡고 그로 인해 선입견이 생기는 것이 너무 싫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게 노아의 나이를 물어보면 “노아는 지구 어딘가에 있는 피터팬 같은 존재라 그냥 존재 자체로 바라봐주세요”라고 얘기한다.
각자 주력으로 삼고 있는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업무 특성상, 장비만 있다면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 매우 용이한 직업이기 때문에 본업을 겸하면서 유튜브를 운영하기가 비교적 부담스럽지 않았다. 혹자들은 가끔 우리를 보고 ‘여행하면서 돈도 벌고 좋겠다’라고 하는데, 그말이 정말 맞다. 한살이라도 더 젊고 건강할 때 여러 나라와 도시를 돌아다니며 다양성을 느껴보는 건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다. 우리는 그런 가운데 각자의 일과 유튜브를 통해 돈까지 벌 수 있으니 그야말로 축복이다. 게다가 영상으로 청춘의 시절을 한 페이지씩 차곡차곡 쌓고 있어 훗날 이 시간을 추억하고 기억하기에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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