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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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우니 찬 것을 많이 찾는다.
찬 것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아이스크림, 아이스케이크, 쭈쭈바 등이다.
그렇다면 이 '치린'은 무엇일까? 귀엽게도 이는 번역하기 어려운 '크림'을 최대한 발음이 가까운 한자로 쓴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얼음이 '아이스'인 것도 알고 크림은 흔히 볼 수 있으니 '얼음니불'이라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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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우니 찬 것을 많이 찾는다. 찬 것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아이스크림, 아이스케이크, 쭈쭈바 등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중국을 방문할 일이 있어 슈퍼마켓에, 아니 ‘차오스(超市)’에 가면 아이스크림이 아닌 ‘빙치린(氷淇淋)’을 찾아야 한다. 한자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저 중국어 단어일 뿐이지만 한자를 뜯어 보면 빙치린은 ‘super’를 ‘超’로 ‘market’을 ‘市’로 번역한 것만큼이나 재미있고도 귀엽다.
‘氷淇淋’의 첫 글자는 얼음을 뜻하니 이해가 되는데 우리는 쓰지 않는 나머지 두 글자는 이해가 안 된다. 한자음으로는 ‘기림’이지만 중국어에서는 ‘치린’이다. 그렇다면 이 ‘치린’은 무엇일까? 귀엽게도 이는 번역하기 어려운 ‘크림’을 최대한 발음이 가까운 한자로 쓴 것이다. 따라서 둘을 합치면 ‘얼음 크림’이 되니 결과적으로는 영어의 이름과 같은 뜻이 된다.
버터와 우유를 섞어 만든 서양의 음식인 크림이 개화기 문헌에는 ‘소젖니불’ 또는 ‘소젖겁질’로 나타난다. 앞엣것은 크림의 모양이 솜이불 같아서 붙여진 것이다. 뒤엣것은 ‘껍질’의 옛말이 쓰인 것인데 이에 대한 뜻풀이로 ‘우유의 막’이 제시된 것으로 보아 우유에 생기는 얇은 막과 크림을 관련지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새로운 문물이 이 땅에 들어왔을 때 그것을 보았거나 아는 이가 없으니 최대한 의역을 해서 그 뜻을 추측하게 하려는 배려의 산물이다.
오늘날 우리는 얼음이 ‘아이스’인 것도 알고 크림은 흔히 볼 수 있으니 ‘얼음니불’이라 하지 않아도 된다. 한글로는 어떤 발음도 유사하게 적을 수 있으니 ‘아이스크림’이라고 써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뜻글자인 한자로는 한계가 있으니 빙치린이란 편법이 쓰인 것이다. 외래어를 배격하는 이들은 ‘얼음과자’나 ‘빙과(氷菓)’를 고집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구촌 시대에 가장 과학적인 소리글자 한글을 쓰며 사는 우리의 젊은 세대에게는 아이스크림이 더 어울린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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