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소의 감시… 괜찮은 걸까요[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

보름 전쯤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 탑승구 앞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다 한 중국인이 음료수 자판기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 자판기를 슬쩍 바라보는 것만으로 음료값을 결제하더군요. 얼굴을 지갑으로 쓰는 ‘페이스페이’였습니다. 우리도 일부 대학의 구내식당 등에서 똑같은 서비스를 운영합니다만 느낌이 전혀 달랐습니다. 우리나라 결제기기는 ‘모니터가 있는 키오스크’ 형태인데, 푸둥공항 자판기는 보통의 자판기와 다를 게 하나도 없어 ‘익숙해진 일상’이란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공항에서 ‘얼굴결제’를 목격한 뒤로 CCTV가 적잖이 신경 쓰였습니다. CCTV로 찍은 얼굴 사진만으로, 누군가 나의 지불 능력이나, 잔액, 지출 내역 따위를 다 들여다보는 게 아닐까 하는 망상에 가까운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아, 오해하실 수도 있겠네요. 페이스페이는 얼굴을 데이터로 변환한 후 암호화한 상태로 서버에 저장해 누구도 활용할 수 없답니다. 그런데도 거부감이 들었던 건, 순전히 개인 성향 때문이겠지요.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지난 4월 30일부터 호스트의 숙박장소 실내에서의 CCTV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이런 결정은, CCTV의 역할과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오래된 논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동안 에어비앤비는 복도나 주방 등 공용 공간에 설치한 CCTV의 존재를 숙박객에 고지하는 걸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프라이버시 논란에 대응해왔습니다. 그러다 결국 ‘실내공간에는 어떤 CCTV도 설치할 수 없다’는 쪽으로 기준을 강화한 것이지요. 미국의 민박 예약 사이트 브르보(VRVO)는 이미 지난 2022년부터 숙박객에게 스스로 끌 수 있는 카메라를 제외하고는 실내 카메라 사용을 금지해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숙박업소에서의 촬영과 감시에 동의가 필요한지, 촬영이 필요하다면 어떤 수준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지를 주마다 정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요. 특1급 호텔인 서울 A 호텔 현관 입구와 로비에 설치된 CCTV는 모두 37대. 각층별 복도와 주차장에도 383대가 있습니다. 420대의 CCTV가 24시간 공용공간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호텔은 이런 걸 고시해야 한다는 의무라도 있습니다. 모텔이나 민박은 업주 편의로 CCTV를 마구 달수 있도록 두어도 괜찮을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