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韓 '색깔론·막말' 이전투구…與지도부까지 "자폭" 비판

전날 TV 토론서 "강남 좌파냐" "운동권 출신 아니냐" 상호 비방
"실망한 당원들, 대거 투표 포기…이러다 당 깨져" 우려 팽배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안채원 기자 = 국민의힘 차기 대표 선거가 후보들의 막말과 폭로가 이어지는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원희룡 후보와 한동훈 후보 사이 갈등이 격화되면서 당 내부에서는 전당대회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후보는 12일 BBS 라디오에서 "미래를 향해 비전을 제시해야 할 전당대회가 특정 몇몇 후보가 네거티브와 인신공격에만 집중해 판단을 흐리고 있다"며 원 후보를 겨냥해 "왜 혼자만 이렇게 물을 흐리시나"라고 비난했다.

앞서 한 후보의 비례대표 '사천(私薦)' 의혹,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 운영 의혹 등을 제기했던 원 후보가 전날 2차 TV 토론회에서 한 후보를 향한 '색깔론' 공세에까지 나선 점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원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이모부가 민청학련 주동자이고, 검찰 출신 장인이 과거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았냐며 "강남 좌파인가"라고 몰아붙였고, 한 후보는 "원 후보야말로 운동권 출신 아니냐"고 맞받았다.

원 후보가 토론회에서 비례대표 '사천' 의혹 당사자를 거론하며 그 근거로 언론 보도 등을 언급하자 한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그냥 오물 뿌리는 것 아닌가"라며 "'뇌피셜(근거 없는 생각)'"이라고 비꼬는 모습도 생중계됐다.

원 후보가 토론회에서 언급한 비례대표 '사천' 의혹 당사자 중 한명인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은 페이스북에 "허위 주장으로 인해 한동훈 처(妻)가 사천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다"며 원 후보의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총선 공천 탈락 후 국민의힘을 탈당한 친윤(친윤석열)계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이 장외에서 한 후보를 공격하고, 한 후보 캠프가 반격하는 상황도 되풀이됐다.

한 후보의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 관계자로부터 받았다는 메시지 4건을 공개한 장 전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관련 주장을 이어가며 "(사실이 아니라면) 본인이 직접 나서서 고소하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한 후보 캠프 정광재 대변인은 "법무부 장관에게 (여론 동향을) 보고 드린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장 전 청년최고위원에 대한 고소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 후보와 한 후보가 막말과 인신공격으로 얼룩진 비방전을 이어가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상황이 심각하다"며 두 후보에게 '주의·시정조치 명령'을 내리는 제재에 나섰다.

당 지도부도 참다못한 듯 두 후보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에게 제일 걱정을 많이 끼치는 것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라는 말이 들린다"며 "남은 전당대회 기간만이라도 자폭, 자해 전당대회라는 지적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는 당권 주자 간 싸움이 내전 수준이라며 후유증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영남의 한 재선 의원은 "당원들이 '아무도 안 찍고 싶다'고 한다"며 "실망한 당원들이 대거 투표를 포기하면서 투표율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의혹이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도 당 안에서 싸우다 불거진 문제 아니냐"며 "우리도 그 꼴이 날까 무섭다"고 우려했다.

나경원 후보는 KBS 라디오에서 "지금 원 후보와 한 후보의 격돌이 너무 지나쳐서 사실 두 사람 중에서 하나가 되면 당이 깨지겠다고 하는 정도"라고 우려했다.

윤상현 후보도 "한 후보, 원 후보는 당을 사분오열로 몰고 가는 이전투구를 멈추라"고 했다.

chae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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