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펌 대표 “한국 기업 위계질서 문화, 국제소송 준비에 방해돼”
업무 문서 작성 땐 정제된 표현 사용해야
글로벌 법무법인(로펌) ‘퀸 이매뉴얼’의 존 퀸 대표는 12일 한국 기업의 위계질서 문화가 국제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 회장에 대한 과보호가 오히려 치밀한 소송 준비를 방해한다는 취지다.
퀸 대표는 이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2024 최고경영자(CEO) 제주하계포럼’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퀸 대표는 한경협 제주포럼 사흘째인 이날 ‘국제 소송에서 이긴 한국 기업의 사례로 배우는 비즈니스 전략’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퀸 이매뉴얼은 기업 간 국제 소송으로 유명한 글로벌 로펌으로, 한국 기업을 여러 차례 대리했다.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에서 삼성전자 측을 대리한 이력도 있다.
퀸 대표는 한국 기업에 대해 “회장같이 높은 사람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리고, 높은 사람에게 보고하고 승인받는 문화 때문에 (소송 업무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사례를 소개했다. 퀸 대표는 “소송을 준비 중인 한국 기업 회장에게 질문해야 했는데, 이 회사 임직원 2명이 서울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까지 날아와 그건 안 된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또 “회장에 대한 녹취 작업과 함께 소송에서 방어해야 할 사항들을 (회장에게) 설명하기 위해 3시간이 필요하다고 (회사 측에) 말했는데, 부하 직원들은 2시간밖에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해 그 회장에게 (내가) 직접 이야기했더니 회장은 오히려 ‘시간을 다 뺄 테니 도와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반면 퀸 대표는 “한국인의 조직에 대한 높은 충성도, 근면·성실, 기업을 위한 많은 시간과 노력 투자, 파이팅 정신 등의 특징은 국제 소송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퀸 대표는 또한 소송을 대비해 임직원들이 업무 문서를 작성할 때 정제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퀸 대표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 소송을 예로 들며 “(삼성전자 내부에서) ‘아이폰과 갤럭시를 비교하고, 갤럭시를 아이폰처럼 만들어라’라고 한 문서가 많았다”며 “이런 부분은 소송 상대방이 악용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문서를 작성할 때 어떤 문구를 사용할지를 회사 내부에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읽은 뒤 삭제 요망’ 표현 등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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