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한 마지막 기회’…우승만큼 치열한 리랭킹 경쟁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7. 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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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주요 프로 골프 투어
1회 이상 시드 순위 재조정
PGA·LPGA·亞투어는 두차례
KPGA는 하반기 앞두고 진행
출전 기회가 생존으로 연결돼
매 대회 전력투구하게 만들어
지난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정상에 오르며 리랭킹 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된 마티유 파본. AFP 연합뉴스
퀄리파잉 토너먼트와 2부 투어 등을 거쳐 정규투어 출전권을 따낸 프로 골퍼들이 현실적으로 목표를 잡는 건 리랭킹 생존이다. 리랭킹은 특정 대회까지의 성적에 따라 시드 순위를 조정해 남은 시즌 출전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등 전세계 주요 프로 골프 투어에서 리랭킹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해당 선수들은 생존을 위해 매 대회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각 투어에서 리랭킹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성적이 좋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리랭킹 순위에서 하위권으로 밀리게 되면 남은 시즌 단 한 개의 대회에도 출전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매년 우승만큼 치열한 리랭킹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KPGA 투어에 리랭킹 제도가 생긴 건 2007년이다. KPGA 투어 카테고리 22~25번에 속한 선수들은 매년 리랭킹 순위가 결정되는 상반기 대회까지의 성적에 따라 하반기 카테고리 순번이 달라지게 된다.

올해는 지난달 30일 막을 내렸던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으로 남은 시즌 리랭킹 순위가 확정됐다. 1위에는 SK텔레콤 오픈 공동 3위를 포함해 톱10에 두 번 이름을 올렸던 김백준이 자리했다. 김연섭과 유송규는 각각 2위와 3위에 포진했다.

리랭킹 순위가 중요한 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대회 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순번이 높을수록 많은 대회에 출전할 확률이 큰 만큼 KPGA 투어 리랭킹 전 마지막 대회였던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에서는 해당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KPGA 투어의 경우 남은 시즌 공동 주관 대회를 제외한 일반 대회 출전을 위한 마지노선을 리랭킹 20위 이내로 보고 있다. 9월 이후부터는 일몰이 빨라져 대회 출전 인원이 줄어드는 만큼 리랭킹 20위 밖 선수들은 매 대회 가슴을 졸이며 자신의 순번이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올해 KPGA 투어 리랭킹 순위에서 상위권에 자리한 선수들은 안도감을 드러냈다. 김백준은 “거의 모든 대회 출전을 보장받게 된 만큼 남은 시즌에는 상반기보다 마음 편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신인상과 첫 우승을 목표로 앞으로 열심히 쳐보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24시즌 상반기 리랭킹 순위 1위에 이름을 올린 김백준. KPGA
PGA 투어와 LPGA 투어, 아시안투어 등에서는 리랭킹이 한 시즌 두 번이나 진행된다. PGA 투어는 지난 4월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1차 리랭킹을 진행했다. 2차 리랭킹은 오는 8월 윈덤 챔피언십으로 예정돼 있다.

PGA 투어의 리랭킹 대상자들은 지난해 콘페리투어와 DP월드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출전권을 따낸 선수들이다. 올해 우승을 차지해 리랭킹 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도 있다. 마티유 파본(프랑스·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과 제이크 냅(미국·멕시코 오픈), 로버트 맥킨타이어(스코틀랜드·RBC 캐나다 오픈), 크리스 고터럽(미국·머틀 비치 클래식)이 주인공이다. 이 선수들은 우승을 차지한 뒤 “앞으로 2시즌 동안 출전권 걱정 없이 PGA 투어를 누비게 돼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현재는 PGA 투어 간판급 선수 반열에 올랐지만 임성재와 안병훈, 김시우 등도 과거 리랭킹 대상자였다. KPGA 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콘페리투어, PGA 투어에서 리랭킹을 경험했던 임성재는 “두 번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게 리랭킹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동안의 노력이 모여서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리랭킹 대상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LPGA 투어를 누비고 있는 임진희는 최근 리랭킹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는 안도감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5월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에서 1차 리랭킹을 확정했던 LPGA 투어는 오는 8월 19일 개막하는 메이저 대회 AIG 우먼스 오픈에서 올해 두 번째 리랭킹을 진행한다.

임진희는 “지난해 퀄리파잉(Q) 시리즈를 공동 17위로 통과해 1차 리랭킹 전까지 몇몇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는데 순위가 높아지면서 남은 시즌에는 거의 모든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됐다”며 “출전 기회가 늘어난 만큼 우승 확률도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LPGA 투어 첫 우승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대회 수와 총상금이 크게 늘어난 아시안투어에서도 리랭킹이 두 차례 진행된다. 다음달 인터내셔널 시리즈 잉글랜드까지의 성적으로 1차 리랭킹 순위가 정해지고 10월 또는 11월에 2차 리랭킹이 결정된다.

바늘구멍을 뚫고 정규투어 출전권을 따낸 뒤 곧바로 리랭킹 경쟁이 펼쳐지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리랭킹을 경험해본 여러 선수들은 “내가 잘 치면 많은 대회에 나갈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가 리랭킹”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리랭킹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KLPGA 투어는 시드순위전과 드림투어 등을 통해 출전권을 따낸 선수들에게 한 시즌 동안 동일한 기회를 주기 위해 리랭킹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국내 유일의 골프 선수 출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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