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주자 실점률 리그 TOP5' 문학 차은우 등판하면 주자 쌓여도 걱정 없다

김동윤 기자 2024. 7. 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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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SSG 조병현이 12일 인천 롯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어디서 이런 복덩이가 나왔나 싶다. 첫 풀타임 시즌임에도 안정감이 남다르다. SSG 랜더스 우완 투수 조병현(22)이 롯데 자이언츠의 거센 추격을 막아내고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조병현은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⅔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없이 삼진 하나만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SSG의 5-4 승리를 지켜냈다.

상황은 긴박했다. SSG는 5-2로 앞서 있었으나, 9회 초 롯데의 막판 추격이 매서웠다. 마무리 문승원을 상대로 선두타자 전준우의 좌중간 솔로포로 한 점을 만회했고, 빅터 레이예스의 안타, 나승엽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1, 2루 찬스에서 노진혁의 1타점 적시타까지 터지면서 SSG는 5-4, 1점 차까지 쫓겼다.

계속된 위기에 SSG는 조병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조병현은 9일 인천 롯데전에서 ⅔이닝 2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부진했으나, 문승원이 내려간 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불펜 자원이었다. 최고 시속 153㎞의 빠른 구속과 뛰어난 수직 무브먼트에서 나오는 묵직한 직구에 낙차 큰 커브와 포크는 리그 톱급 구위를 지닌 불펜으로 만들었다. 전반기 46경기 3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44⅔이닝 55탈삼진, 피안타율 0.206으로 9이닝당 탈삼진이 무려 11.08개에 달했다. 이는 20이닝 소화한 불펜 중 두 번째로 박영현(21·KT 위즈)의 11.2개 다음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더욱 강해지는 투수가 조병현이었다. 박승욱을 상대로 초구부터 몸쪽 높게 포크볼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더니, 곧장 두 개의 포크볼을 떨어트려 3구 삼진을 잡아냈다.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 이정훈을 상대로는 초구부터 포크로 헛스윙을 유도하고 시속 150㎞ 직구를 한 번 보여준 뒤 포크를 연거푸 던져 타이밍을 뺏고 중견수 뜬 공 처리했다. SSG의 승리를 지키는 조병현의 데뷔 첫 세이브였다.

문학 차운우(가운데)가 12일 인천 롯데전을 승리로 이끈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조병현은 온양온천초-온양중-세광고 졸업 후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8순위로 SK(현 SSG)에 입단했다. 2021년 3경기를 치른 뒤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통해 병역 문제를 먼저 해결했다.

상무 입대가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입대 전 조병현은 선발 투수 유망주로서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커브와 체인지업을 곧잘 던지는 투수였다. 하지만 상무에서의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균형 잡힌 신체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구속도 평균 시속 147㎞, 최고 151㎞로 크게 올랐다. 군 동기들의 권유로 체인지업 대신 포크를 던지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가장 큰 소득은 마무리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뒷문을 맡길 투수가 없어 조병현을 경기 후반 올려보내던 박치왕 상무 감독은 2년 차부터 9회만 맡기는 전문 마무리로 활용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43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4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2.25, 44이닝 48탈삼진을 기록하며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그런 조병현을 본 야구계 관계자는 "(빠른 직구와 포크가 강점인) 롯데 김원중 느낌도 난다. 선발 자원이라 들었는데 상무에서 저 정도면 차기 마무리 후보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고 눈여겨볼 정도.

조병현. /사진=SSG 랜더스 제공

제대 후 첫 시즌인 올해도 곧장 SSG 필승조로 올라서면서 훈훈한 외모까지 주목받아 '문학 차은우'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시즌 성적은 48경기 3승 3패 10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91, 46이닝 18볼넷 56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15, 피안타율 0.211.

전반기 리그 4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거둔 표면적인 성적도 뛰어나지만, 더욱 주목할 건 그가 등판한 상황이다.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조병현의 승계주자 실점률은 10.5%로 그가 등판했을 때 이미 19명의 주자가 있었지만, 이들 중 홈을 밟은 선수는 단 2명에 불과했다. 이는 리그 5위에 해당한다.

그 이유로는 언제든 삼진을 잡을 수 없는 뛰어난 구위와 강심장이 꼽힌다. 대표적인 예로 조병현은 지난달 30일 잠실 두산전에서 KBO 구원 투수 최초 10타자 연속 삼진에 성공했다. 6월 26일 인천 KT전 7회 초 정준영에게 삼진을 솎아냈던 조병현은 이날 8회 말 강승호까지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이 해태 타이거즈 시절 기록한 9타자 연속 삼진 기록을 뛰어넘었다.

조병현이 어떤 위기 상황에 등판해도 막아줄 것 같은 믿음직한 투수로 성장하면서 SSG는 향후 몇 년을 책임질 마무리 투수 후보를 얻게 됐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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