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처음엔 6500명 빨간띠 둘렀는데…사흘만에 350명으로 급감

‘생산 차질’을 목적으로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집회 참여자수가 사흘만에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지난 11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벌인 집회에는 노조 추산 350여명이 참여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최대 규모의 노조다.

전삼노는 지난 8일 화성사업장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어 사상 첫 파업을 선언할 때만하더라도 노조원 6500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사흘 만에 노조 집회 참여자수는 95% 가량 감소했다.

전삼노는 실제 파업 참여자 수는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사측에서 파업 공백으로 인해 남은 인원들에게 연장근로 강요를 지시한다라거나, 파업 근태 조사를 해 불이익을 준다는 내용의 공지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삼노가 현재 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사항은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 성과금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이다.

하지만 노사협상에 진척이 없자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전삼노는 “사측이 여전히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며 “무책임한 경영진의 태도에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 목적이 ‘생산 차질’에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전삼노는 이날 평택 캠퍼스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라인을 찾아가 집회를 연다. 사측을 더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서다.

오는 15일에는 화성 캠퍼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H3 지역을 찾아 집회를 열 계획이다.

HBM은 A(인공지능)I 시대 필수 메모리로 올해는 물론 내년 물량까지 모두 완판된 상황이다. 만약 총파업으로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파운드리 H3 지역에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쓰는 라인이 있다. EUV 라인은 파운드리 중 가장 최첨단 라인이어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큰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전삼노는 “HBM 포토(장비)를 세우면 사측에서 바로 피드백이 올 것”이라며 “EUV 파운드리도 멈추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외 삼성전자 투자자와 고객사, 외신들은 지난해 반도체 15조원 영업적자 수렁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반등을 모색하는 중대한 시기 삼성전자 노조가 ‘생산 차질’을 목적으로 무기한 파업을 벌이는 것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노조 파업으로 인해 보고된 생산차질은 아직까지 없다“며 ”생산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것은 물론 노조와의 대화 재개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