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습격에 산양삼밭 ‘초토화’…“피해 확산 방지 대책 마련해야”

강원 홍천군 화촌면 일대에서 산양삼을 재배하는 조재훈씨(오른쪽)가 동료 농가와 함께 멧돼지 피해를 본 현장을 살피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됐어요. 이게 어떻게 길러온 것들인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너무 막막합니다.”

강원 홍천·인제군 일대 산양삼밭에 야생 멧돼지가 출몰하며 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농가에 따르면 피해액 규모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대한 지원과 확산 방지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홍천군 화촌면 장평리 일대에서 산양삼을 재배하는 조재훈씨(58)는 최근 멧돼지 습격을 받아 애지중지 키워온 산양삼을 대량으로 잃었다. 지난달 중순 출몰한 멧돼지가 약 13만2231㎡(4만평)가 넘는 면적의 땅 곳곳을 파헤치며 산양삼 대부분을 뿌리째 먹어 치운 것이다.

피해 규모는 수십억원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해 농사로 그치는 것이 아닌 산양삼 재배 특성상 10년 가까이 오랜 기간 길러온 산양삼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대부분 7년근에서 8년근으로 이번 추석 때 팔려고 했던 것들”이라며 “못해도 100만뿌리 이상 피해를 봤는데 한뿌리를 1000원으로만 잡아도 손실액이 10억원을 훌쩍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인제군 남면에서 농사를 짓는 조성규씨(56)도 지난달 하순 멧돼지 습격으로 1만6528㎡(5000평)의 산양삼밭이 쑥대밭이 되는 피해를 봤다. 이외에도 홍천·인제·춘천 등 강원지역 곳곳에서 멧돼지가 출몰해 산양삼밭을 훼손하고 있다.

멧돼지 습격으로 피해를 본 산양삼밭. 빼곡하게 심겨 있어야 할 산양삼들이 뿌리째 뽑힌 채 나뒹굴고 있다.

농가들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대책 마련을 호소 중이다. 그러나 산양삼은 관련 규정이 미비해 피해보상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르면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면적이 10㏊ 이상일 경우 재해로 인정해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산양삼의 경우 대부분 실제 피해면적이 그에 못미치는 데다가 피해면적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워 지원이 힘들다는 게 산림당국의 해석이다.

산림청 사유림경영소득과 담당자는 “실질적으로 야생동물이 일정 시기 내에 10㏊ 이상의 큰 면적을 동시에 피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가령 10㏊에 피해를 봤다고 하더라도 야생동물이 파헤친 면적만 더하면 실제 피해면적은 절반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국내에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 보상이 나간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임산물 재해보험에서 인정하는 주요 8개 품목에도 산양삼은 해당하지 않아 보험 정책으로도 보호받지 못한다. 시·군 지자체 단위의 보상 또한 요원하다. 지자체별로 야생동물과 관련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부분 산양삼을 대상 품목에 포함하지 않고 있어서다.

홍천군 관계자는 “현재 군 야생동물 피해보상사업에 산양삼은 제외돼 있다”며 “해당 사업 예산이 한해 2200만원 정도로 책정돼 있으나 산양삼의 경우 단가가 높다 보니 지원 품목에 넣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산양삼 재배농가들은 먼저 멧돼지 습격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라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피해를 일으킨 멧돼지가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만큼 엽사를 지원해 포획하거나 울타리를 설치해 달라는 것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산림정책과 담당자는 “시·군별로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 예방과 보상에 관한 조례가 있지만 대부분 산양삼을 대상 품목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 지원책을 마련하기 애매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각 지자체에 요청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