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대금 못받아 공사비 미지급… "하도급업체에 전가"

김노향 기자 2024. 7. 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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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확산되고 아파트 미분양이 쌓이면서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원·하도급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 아파트 건설사업은 대부분 선분양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 발주사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한 시공사가 이를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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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5개월새 13%↑… 공사비 분쟁으로 전문건설·하도급업체 연쇄 도산 위험
국내 아파트 건설사업은 대부분 선분양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 발주사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한 시공사가 이를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그래픽=김은옥 기자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확산되고 아파트 미분양이 쌓이면서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원·하도급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 아파트 건설사업은 대부분 선분양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 발주사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한 시공사가 이를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미분양 주택 수는 7만2100가구로 올 1월(6만3800가구) 대비 13.0% 증가했다. 국토부 건설공사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폐업을 신고한 건설업체는 총 1809개(종합 292개·전문 1517개)로 조사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직접공사비의 가격변동을 측정한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5월 130.21로 집계돼 통계 조사를 시작한 200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하기 전인 2019년 5월(97.77) 대비 33.2% 상승했다.

주로 중소 규모로 구성된 전문건설업체나 하도급업체들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공사 적자의 피해마저 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사비 상승을 이유로 원도급사가 하도급 대금을 줄이거나 분담을 강요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현금 유동성이 좋은 편인 대기업 시공사들도 발주사에 공사비 상승분을 청구했다가 보전받지 못하면 현장에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있고 이때 하도급업체에 비용을 떠넘기는 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공사비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과 수익 감소는 대·중소기업 모두가 직면한 문제지만 협상력이 취약한 중소업체일수록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쌍용건설-KT 사태처럼 대기업 시공사들도 발주사로부터 공사비 상승분을 보전받지 못하는 경우가 실제 많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준공(입주)을 앞둔 수도권의 민간 도시개발사업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자 시공능력 10대 건설업체가 공사비를 받지 못한 상황도 확인됐다.

지난 4월 도급계약에서 물가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기로 한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이 무효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와 앞으로 공사비 분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산고등법원은 원심에서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의 강행 규정성을 인정하고 도급계약 특약으로 물가상승시 도급금액을 증액할 수 없도록 정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이 건산법에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팬데믹이나 전쟁 등 예상치 못한 원자재 가격 상승의 부담을 시공사가 모두 떠안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법원이 해당 판결을 통해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전면 무효로 본 것인지에 대해서는 개별 사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건산법 제22조 제5항의 강행 규정성이 인정됐다"며 "시공사의 귀책 사유가 없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사유로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을 위반해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시공사에 떠넘기는 것은 무효임이 확인돼 각종 분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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