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세청장 후보자 ‘12·12 거사’ 논문, 알고 보니 표절
후보자 “상처받은 분들께 송구”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12·12 군사반란을 ‘12·12 거사’라고 표현해 논란이 된 논문은 다른 사람의 논문을 베껴 쓴 것으로 나타났다. 강 후보자 측은 “상처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논문의 표절률은 4%로 표절기준인 10% 이하”라고 밝혔다.
강 후보자가 1995년 2월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제출한 석사논문 ‘우리나라 현대 국무총리의 정치적 위상에 관한 연구’에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리더십을 서술한 대목은 1989년 이종훈씨의 한양대 행정대학원 석사논문 ‘한국 최고지도자의 리더쉽에 관한 연구’와 거의 유사하다.
강 후보자는 12·12 반란을 ‘12·12 거사’로 표현한 원논문 대목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 강 후보자는 논문에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에 대해 “10·26 이후의 혼란한 상황에서 12·12 거사를 단행한 것”이라며 “85년 수재 때 북한이 제공하는 소위 구호품을 받아들여 남북한 접촉의 기회를 확보한 것이나, 성장정책이냐 안정정책이냐로 경제정책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을 때 먼저 안정을 다진 후에 그 기반 위에서 성장을 추진하는 정책으로 단안을 내려 고집스러울 정도로 물가안정책을 추진한 것 등은 모두 그의 결단력을 말해준다”고 적었다. 강 후보자는 원논문에서 “그의 결단력이 범상치 않았다는 것”이라는 대목만 “그의 결단력”이라고 바꿔썼다.
강 후보자는 또 “전두환의 리더쉽 성향은 권위적 리더쉽의 행태를 보였는 바, 이는 국가의 안정을 내세운 자기이익적 결정을 과감성 있게 발휘한 것”이라고 적었다. 이는 원논문의 “전두환의 리더쉽 성향은 극단적인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나치즘적인 권위적 리더쉽의 행태를 발휘했다고 본다. 이는 국가의 안정을 내세운 자기이익적 결정을 과감성 있게 발휘한 것”이라는 대목과 유사하다. 원문의 두 문장을 하나로 합치고, ‘나치즘적 권위적 리더쉽’을 ‘권위적 리더쉽’으로 바꿔썼다.
강 후보자는 이어 “전두환의 리더쉽은 그 폭이 자기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1차집단의 범위 내에 주로 안정돼 있었다”며 “다만 그 범위 내에서 발휘되는 전두환의 리더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력했던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적었다. 이 역시 원논문을 거의 그대로 베껴 썼다.
강 후보자는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의 참고문헌 목록으로 원논문을 명시했다. 다만 원논문을 베끼면서 인용 부호를 쓰지 않아 해당 대목이 인용임을 표기하지는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 따르면 타인의 연구내용 전부 또는 일부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면 표절에 해당한다.
강 후보자 측은 “해당 논문은 후보자가 30년 전 작성한 석사학위 논문으로,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표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단프로그램(카피킬러)으로 점검한 결과, 표절이 아니라고 평가받는 10% 이내인 4%가 나왔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 측은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해명 자료를 통해 “논문에서 ‘전두환 리더쉽’ ‘12·12 거사’로 표기된 부분은 타 논문을 인용한 부분”이라며 “인용 표기가 누락됐으나 논문 뒷부분 참고문헌 목록에 위 인용 논문을 표기했다”고 해명했다. 강 후보자가 논문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표현한 것을 두고는 “(1980년) 사건 직후 언론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다 보니 표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30년 전 큰 성찰 없이 작성했던 논문의 표현들로 상처받았던 분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1980년대 후반 대학생활을 했던 저는 당시 시대의 아픔과 5・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역사적 의미를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5·18민주화 운동의 명예회복을 위한 5·18특별법이 제정됐던 1995년 12월보다 약 10개월 이른 시기에 해당 석사논문을 썼다. 다만 민주화추진위원회가 ‘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 정식으로 규정한 건 1988년 4월이라 김 후보자가 1995년 2월 논문에서 ‘광주사태’라는 표현을 쓴 것은 논란의 소지가 남는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강 후보자는 역사 인식 논란은 물론 논문표절 의혹까지 드러났다”며 “오는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역사관과 도덕성 문제를 엄중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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