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아샴, '천 년 후 서울' 발굴…유독 흰 색이 많은 이유 있었다
송파 롯데뮤지엄서 '서울 3024-발굴된 미래'展
31세기 서울 주제 '북한산에서 발견된~'회화 2점 첫 공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색감을 교정하는 안경 렌즈를 만드는 회사 덕분에 이젠 더 많은 색을 볼 수 있어요."
세계적인 현대미술 스타 작가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이 선글라스를 끼는 이유가 있었다.
11일 롯데뮤지엄에서 열린 다니엘 아샴 개인전에서 만난 그는 '색맹'이라고 고백했다. 그동안 하얀 색을 많이 사용한 배경이기도 했다.
"제 초기 작품을 보시면 색상, 색감이 배제되어 있어요. 2013년 2014년에 만들었던 작품들을 보면 컬러 프린트 색깔이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볼 수 있을겁니다."
그는 "제 뉴욕 스튜디오에는 12가지가 넘버링이 되어 있는 색이 있는데, 이젠 어떤 색깔인지 추측을 하기보다는 숫자에 도움을 빌어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색맹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조각, 회화, 건축,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히 작업하고 있다. 시간성, 역사성, 공간성의 경계를 초월하는 작업을 펼치는 아샴은 원래는 건축가가 꿈이었다.
미국 오하이오(Ohio) 클리블랜드(Cleveland) 출생으로, 현재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이애미의 디자인 건축 고등학교(Design and Architecture Senior High School, DASH)에서 건축을 배웠고, 뉴욕 쿠퍼 유니언 대학(Cooper Union)에 진학해 회화를 전공했다. 졸업 후 2007년 마이애미에서 아티스트 운영 공간인 더 하우스(The House)를 창립,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예술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순수 예술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대중과 교감하고 활동하고 있다. 퍼렐 윌리암스더 위캔드 비롯한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작업 뿐 만 아니라 티파니앤코, 크리스찬 디올, 포르셰 등 하이브랜드와 협업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천 년 후의 미래인 '3024년의 서울'의 모습을 데려왔다. 현대 문명과 유적 발굴을 재해석한 ‘상상의 고고학(FictionalArchaeology)’이라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개념에 기반한 작품 250여점이 전시됐다.
일상적인 물건들을 석고, 화산재, 수정과 같은 광물을 소재로 주조하고 인위적으로 부식시켜 마치 미래에서 발견된 듯한 가상의 유물로 제시한 작품이다.
‘상상의 고고학'은 2010년 남태평양의 이스터섬을 방문, 고대 유적과 발굴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서 착안됐다. 작업하는 고고학자들과 발굴 유물에서 영감을 받은 '상상의 고고학'이라는 개념은 다니엘 아샴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철학이다.
어린 시절 마이애미에서 겪은 허리케인으로 폐허가 된 도시는 작가에게 인간의 무력함, 자연의 압도감, 문명의 덧없음을 느끼게 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초기작에는 자연과 인공, 시간의 경계가 사라진 형태의 조각과 회화가 자주 등장한다.
총 아홉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세계관 속 공존하는 여러 시대와 시간, 문화, 장르를 혼용하는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을 활용해서 만든 밀로의 비너스 부터 고전 조각 시리즈를 시작으로 애니메이션 포켓몬과 협업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특히 천년 후 서울을 주제로 한 대형 회화 2점이 최초 공개됐다. 서울 북한산을 배경으로 한 '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헬멧을 쓴 아테나 여신'과 '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신격화된 로마 조각상'이 출품됐다. 북한산 이미지를 보고 그렸다는 작품은 오래되고 빛바랜 사진처럼 한 가지 색으로 칠해져 폐허같기도 미래세계 같기도 한 SF영화 장면같은 분위기다.
허구와 현실이 하얗게 뒤엉킨 전시장은 눈이 부시다. 마치 흰 동굴 속을 헤치듯 관람하게 선보여 신비로우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전한다. “당신이 도착하는 매순간이 미래다. 당신은 이미 그곳에 도착했다."(다이넬 아샴) 전시는 10월13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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