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 지침…"교육했다는 문서만 잘 갖추라는 것"

박은경 2024. 7. 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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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판 중대재해법이라 불리는 책무구조도 제재 지침이 나오면서 은행권이 술렁거린다.

하지만 금융사고 등 위법행위가 없더라도 검사 과정에서 임원 등이 평소 관리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도 '중대한 위법행위'로 제재를 받는다.

다른 은행 준법감시인은 "파생결합펀드(DLF) 사례만 보더라도 금감원의 제재는 항상 옳은 것이었느냐"면서 "금감원의 제재 사례가 아닌, 법원의 판례를 중심으로 기준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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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 나면 빨리 희생양 찾아야 윗선 건재' 한탄
'주의 기울였다' 문서화 시스템 개발 착수하는 은행들
"금감원의 판단과 기조 따라 인사 교체 폭이 커질 것"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금융 판 중대재해법이라 불리는 책무구조도 제재 지침이 나오면서 은행권이 술렁거린다. 제재 범위가 넓고 수위가 높아 임원 책임이 지나치게 강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을 증명하면 제재를 감면받는데, 내용은 일종의 주의 교육을 했다는 문서만 잘 갖추라는 형식 요건뿐이어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조치라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대표이사와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의무 관련 제재 운영지침'을 공개했다. 지침에서는 위법행위의 중대성과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는지를 고려해 제재 및 감면 여부를 결정한다.

[자료=금융감독원]

하지만 금융사고 등 위법행위가 없더라도 검사 과정에서 임원 등이 평소 관리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도 '중대한 위법행위'로 제재를 받는다. 과한 제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금융회사가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점을 소명할 기회를 준다. 은행들도 내부통제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을 문서로 만드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관리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감기관으로선 100% 소명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다.

한 은행의 준법감시인은 "법률상으로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경우 감경해 주거나 면제까지도 가능하다고 쓰여있지만, 현실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며 "금감원에서도 그렇게 인정해 주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기준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은행 준법감시인은 "파생결합펀드(DLF) 사례만 보더라도 금감원의 제재는 항상 옳은 것이었느냐"면서 "금감원의 제재 사례가 아닌, 법원의 판례를 중심으로 기준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제재 과정에서 금감원의 주관적인 해석이 깃들 여지가 있다"면서 "제재를 무기로 은행들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의 제재는 합리적인지, 견제할 수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에선 때아닌 인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5일 정기인사에서 횡령 사고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준법감시인을 교체했다. 횡령 사고와 관련한 전·현직 결재 라인에도 강력한 인사상 책임을 물었다.

BNK금융지주도 횡령 사고 책임을 물어 준법감시인을 교체하고, 케이뱅크도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준법감시인을 교체했다. 결국 각종 사고가 나면 은행으로선 사고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희생양을 찾는데 더 주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사고가 없더라도 금감원의 판단과 기조에 따라 인사 교체 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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