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못 사" 30대 영끌 가계부채 폭증

30대 주택 매수자 비율 급증

부동산 시장에 30대 영끌족이 재등장해 아파트값과 가계부채 상승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 30대 직장인 김씨는 최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를 7억원대에 샀다. 3억원가량은 대출을 받았다. 김씨는 매달 원리금과 이자로 200만원 가까이 지출해야 하지만 "지금 아니면 집을 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무리해서 아파트를 샀다"며 "대출을 포함해 모든 자산을 끌어모았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30대가 이른바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울 아파트값이 16주 연속 상승한 배경에 부동산 시장에 재등장한 '영끌'(영혼 끌어모은 대출)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30·40세대의 주택 구매를 촉진해 가계부채를 폭증시킨다고 지적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 현황에 따르면 올들어 6월까지 전국에서 생애 첫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을 구입한 이들은 총 20만715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5만8198명)보다 약 31.0% 증가한 수치다.

30·40세대 매수자 비율이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 가운데 30대는 7만6850명으로 지난해 5만5355명에 비해 38.8% 늘었고 전체의 45.2%를 차지했다. 40대는 4만3501명으로 전년 대비 32.3% 늘었다.

이른바 영끌족 성지로 불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의 집값은 영끌족의 재등장과 함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노원아이파크' 180㎡는 지난 5월16일 9억2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찍었다. 2017년 종전 신고가인 7억3000만원보다 1억9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지난달 강북구 수유동 '삼성타운' 84㎡는 5억1300만원에, 도봉구 창동 '세인트라디움' 52㎡는 2억3750만원에 각각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생애 최초 주택을 장만한 비율이 높아진 데는 최저 연 1%대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이 출시된 영향이 크다. 지난 1월 출시된 신생아특례대출은 9억원 이하 85㎡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을 연 1.2~3.3%의 초저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당초 부부 합산 연소득이 1억3000만원보다 낮아야 신청할 수 있었지만 하반기부터 2억원, 내년부터 3년 동안 2억5000만원으로 소득 기준이 상향된다.

문제는 폭증하는 가계부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 가계대출이 6월 기준 전달 보다 6조원 늘며 7개월 만에 최대로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5조7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1조2000억원 확대됐다.

이에 하반기 신생아 특례대출에 대한 신청 기준 완화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영끌족의 매매 수요를 부추겨 가계부채를 늘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집값 상승과 함께 전·월셋값도 치솟고 있어 영끌족의 주택 매수세를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과 달러 강세가 지속돼 주택 구입을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 소득 대비 상환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현재 매수세는 서울에만 집중돼 일시 현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있어 가계부채 관리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