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위 승률이 .440이라니…이렇게 무서운 꼴찌팀 본 적 있나, 5위와 불과 5G 차이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시즌 전 이견이 없는 꼴찌 후보로 지목됐다. 시즌 전체 일정의 59.9%를 소화한 시점에서 예상대로 키움은 10위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보통 시즌의 꼴찌 팀이 아니다. 승률이 무려 4할4푼으로 5위와 5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는 ‘역대급으로 강한’ 꼴찌팀이다.
키움은 지난 11일 고척 한화전에서 연장 11회말 로니 도슨의 끝내기 2루타에 힘입어 5-4로 승리했다. 1회 시작부터 4점을 내줬지만 11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투수들이 버틴 뒤 야수들이 야금야금 따라붙어 역전극을 합작했다.
이날 승리로 키움은 시즌 성적 37승47패, 승률 4할4푼을 마크했다. 9위 한화와는 0.5경기 차이로 탈꼴찌가 머지않았다. 5위 SSG와도 불과 5경기 차이로 여차하면 포스트시즌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다. 전력 평준화로 어느 때보다 물고 물리는 순위 싸움이 치열한 시즌인데 그 중심에 ‘꼴찌 같지 않은 꼴찌’ 키움이 있다.
키움의 승률 4할4푼은 역대 꼴찌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KBO리그의 42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꼴찌는 2001년 롯데였다. 그해 59승70패4무로 승률 4할5푼7리를 찍었다. 당시 포스트시즌 커트라인이었던 4위 한화와도 2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23년 전 롯데 다음으로 올해 키움의 승률이 역대 꼴찌 중에서 두 번째 높다. 물론 지금 키움의 기세라면 꼴찌로 시즌을 마칠 것 같지 않다. 시즌 전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호성적이다.
키움은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사실상 ‘탱킹’ 모드로 들어갔다. 이정후가 발목 수술로 시즌 아웃되자 핵심 선발 최원태를 LG로 트레이드하며 이주형 등 미래 자원들을 받았다. 그 결과 지난해 창단 첫 10위로 시즌을 마쳤다. 2011년 8위 이후 두 번째 꼴찌 시즌이었다.
토종 에이스 안우진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군입대하면서 올 시즌에도 전력 약화가 뚜렷했다. 내년까지 성적을 내기 어려우니 2년 뒤 안우진 복귀 시점에 맞춰 유망주들을 키우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였다. 시즌 전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키움을 꼴찌로 봤고, 개막 4연패로 예상은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4연패 이후 7연승을 질주하며 초반에 반짝했지만 4~5월에 두 번의 7연패로 성적이 떨어졌다. 5월30일에는 주전급 내야수 김휘집을 신인 지명권 2장(1라운드·3라운드)을 받고 트레이드하면서 ‘탱킹’ 모드를 이어가는 듯했다.
지난달 2일부터 10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그대로 꼴찌가 굳어지는가 싶었지만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로 다시 반등했다. 투타에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 속에 분위기를 계속 타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됐다.
외국인 선수 3인방의 활약이 큰 힘이다. 투수 아리엘 후라도(8승4패 ERA 3.36),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10승5패 ERA 3.14)가 18승을 합작하며 리그 최고 원투펀치로 자리잡은 가운데 타자 로니 도슨은 타율(.363), 안타(118개) 1위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도슨과 함께 타율 10걸에 포함된 김혜성(.338), 송성문(.345) 그리고 이주형(.279)까지 1~4번 좌타 라인을 구축해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는 화력을 뽐내고 있다. 마무리투수로 복귀한 조상우가 최근 15경기 14⅔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으로 위력을 떨치면서 경기 후반에 밀리지 않는 힘이 생겼다. 이 기간 키움은 7회까지 앞선 11경기를 모두 잡았다.
주전 포수로 떠오른 2년차 김건희, 신인 내야수 고영우, 외야수 원성준, 투수 김윤하,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한 장재영, 신인 자격을 갖춘 선발 김인범 등 새로운 얼굴들이 투타에서 끊임없이 계속 튀어나오며 내부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탈꼴찌가 눈앞에 온 키움의 과제는 천적 극복이다. 올 시즌 SSG와 두산에 각각 2승7패, KT에 1승6패, KIA에 1승4패로 유독 약했다. 다음주부터 KT, SSG, 두산, KIA를 차례로 만나는 일정이라 여기서 얼마나 잘 버티느냐에 5강 가능성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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