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록 1억1000만km… ‘데이터 산’ 쌓는 중국

김경필 기자 2024. 7. 12. 10: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이두의 로보 택시가 베이징 도로를 달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중국 베이징 이좡(亦庄) 경제기술개발구에서 운전자 없이 스스로 손님을 태우고 달리는 로보 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호출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가 개발한 ‘아폴로 고(Apollo Go)’서비스다. 모바일 메신저 앱 ‘위챗’과 연동된 ‘뤄보콰이파오(萝卜快跑)’ 앱에서 목적지를 입력하자, 몇 분 지나지 않아 지붕에 라이다가 달린 승용차가 도착했다.

운전석은 비어 있다. 승객 앞에 달린 디스플레이는 로보 택시가 지금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차도의 형태와 함께, 주위의 다른 차량과 자전거, 보행자가 표시됐다. 로보 택시가 앞으로 진행하려는 경로도 표시됐다.

도로 상황에 대한 인식과 반응은 인간 운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형 트럭들이 바깥쪽 차로 전체를 점령한 구간이 나타나자, 로보 택시는 중앙선을 침범해 왼쪽으로 트럭들을 피해갔다. 이륜차가 뒤쪽에서 달려나왔을 때도,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가 오른쪽에서 갑자기 나타났을 때도 로보 택시는 적당한 위치에서 제동했다가 곧 속도를 회복했다. 다른 차량이 없는 구간에선 시속 70km까지 한껏 속도를 냈다. 인간 운전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제한 속도를 ‘칼같이’ 지키고, 경적을 울리거나 고함을 지르거나 딴 짓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요금은 기본요금 18~19위안에 1km당 2.7~3.0위안으로, 사람이 운행하는 택시와 비슷하거나 더 쌌다.

이 정도의 자율주행 기술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특정 구역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4′ 자율주행 기술은 중국 아닌 다른 나라의 여러 기업도 구현하고 있다. 중국의 특별한 점은, 이런 로보 택시를 기술 시험장이나 좁은 시범 구역이 아니라 일반 시민 수천만 명이 있는 도시 전체에 내보내 빠르게 운행 데이터를 쌓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두의 로보 택시는 2021년 12월 이좡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뒤로 2년 6개월간 600만 차례 이상 운행됐고 누적 운행 거리는 1억1000km가 넘는다.

중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와 인구, 무(無)규제에 가까운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분야가 자율주행이다. 무인 자율주행 택시의 상용 서비스는 미국이 가장 빨랐다. 구글 계열사인 웨이모는 2020년부터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로보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의 자율주행 사업부문 크루즈(Cruise)는 좀 더 복잡한 도시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북서부에서 2022년 6월부터 무인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낮 시간대가 아니라 차량이 많지 않은 밤 시간대(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6시)에만 운행이 가능하고, 폭우가 쏟아지거나 안개가 낀 날에는 불가하다는 조건이 달렸다.

반면 중국 정부가 바이두에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안전요원조차 타지 않는 완전 무인 택시의 운행 허가를 내준 것은 2022년 8월이었고, 바이두가 실제로 무인 택시를 운행하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바이두·비야디(BYD)·니오(Nio) 등 중국 기업들에 무인 택시 운행을 허용한 구역은 순식간에 확대됐다. 서울의 약 3분의 1 넓이인 베이징 이좡(225㎢)을 비롯해 상하이, 충칭, 우한, 광저우, 허페이, 청두, 창샤, 선전, 양촨, 자싱 등 16개 도시에 무인 택시 구역이 지정됐고, 이 중 한 곳인 우한 내에 지정된 구역의 넓이는 서울의 약 5배인 3000㎢에 달한다. 이 구역에 거주하는 770만명을 포함해 우한 전체 인구 1370만명이 잠재적인 승객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율주행차를 시험 운행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우한에서만 약 500대의 자율주행차가 운행되고 있고, 중국 전역에서 매달 1000만km가 넘는 운행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14억명이 넘는 중국 국민 대다수의 생체 정보도 중국 정부와 기업에 쌓여 있다. 중국 정부는 2019년부터 신규 휴대전화를 등록할 때 얼굴을 의무적으로 스캔하도록 했고 이후 사실상 휴대전화를 가진 모든 국민의 얼굴 정보를 축적했다. 이는 중국 전역에 6억대 넘게 설치된 얼굴 인식 카메라를 통해 수집된 정보와 교차해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14억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얼굴을 혼동하지 않고 구별하는 기술도 완성 단계다. 중국 내 기술 기업들이 중국 국민들의 생체 정보를 축적하는 것에도 큰 제한이 없다.

중국 정부는 데이터가 중국 내에서만 흐르고 중국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는 제도적 틀까지 만들어뒀다. 일종의 ‘데이터 보호주의’다. 2021년 9월 중국에서 수집하거나 생산한 데이터의 외국 반출을 금지하는 데이터보안법을 만들었고, 현재도 이 규제가 유지되고 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이 외국에 설립한 연구 시설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중국으로 들어간다. 또 중국 기업에는 고해상도 지도 등의 지리 정보 수집과 사용이 허용되지만, 외국 기업에는 허용하지 않는다. 중국 기업과 합작해야만 중국 기업을 통해 지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