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지상파의 마지막 올림픽?
2026년 동계올림픽부터 JTBC 중계, 보편적 시청권 문제 없나
"방송법 제76조 시청권을 제공하는 주체 모호해 생긴 문제"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저는 유료 방송을 가입하지 않고 지상파만 수신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번 올림픽은 지상파로 볼 수 있지만, 다음 올림픽부터는 TV로 볼 수 없게됩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가 11일 한국방송협회에서 개최한 'OTT시대의 스포츠 중계와 보편적 시청권' 스터디에서 발표 중 한 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주관한 2026년 동계올림픽, 2028년 하계올림픽, 2030년 동계올림픽, 2032년 하계올림픽의 중계권 공개입찰에서 종합편성채널인 JTBC가 지상파 3사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해 중계권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방송이 시작된 이래 KBS, MBC, SBS의 공동협의체인 '스포츠 중계방송 발전협의회'가 2026년부터는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방송권을 획득하지 못한 상황이다.
유료방송 가입률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지상파만 수신하는 경우 주요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없게 돼 '보편적 시청권'이 침해당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는데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2026년 JTBC의 가시청 범위가 90%가 넘을 경우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JTBC가 중계권을 지상파에 재판매할 수도 있다는 점, 미디어 환경 변화로 인해 콘텐츠 투입 비용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고민수 교수는 이미 2007년 논문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 개념에 관한 비판적 고찰'에서도 유사한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고 교수는 이날 스터디에서도 방송법 제76조에서 보편적 시청권을 명시하고 있지만 빈틈이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법 제76조(방송 프로그램의 공급 및 보편적 시청권)는 방송 사업자 간 방송 프로그램의 공급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가격으로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할 것과 국민 관심 행사 등에 대한 중계방송권자 또는 그 대리인은 일반 국민이 이를 시청할 수 있도록 중계방송권을 다른 방송 사업자에게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에서 가시청 가구의 산정기준에 대한 모호성이 있고 보편적 시청권을 제공하는 주체가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아, 유료방송 채널도 보편적 시청권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방송법은 국민적 관심 행사를 시청 가능 가구수에 따라 두가지 그룹으로 분류한다. 그룹 A는 국민 전체 가구 수의 90% 이상이 시청 가능한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하는 행사 (동하계 올림픽, FIFA월드컵), 그룹 B는 75% 이상이 시청 가능한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하는 행사 (동하계 아시아경기대회, 야구 WBC 등)이다. 그러나 '전체 가구 수의 90% 이상이 시청 가능한 방송 수단'이라는 점이 모호하고 이를 수신료 외에 무료로 볼 수 있는 지상파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 고민수 교수의 생각이다.
고 교수는 “이 같은 규정은 '보편적 시청 보장이라는 근본 가치와 충돌한다”며 “수신료 외에 추가적인 경제적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국민들은 국민적 관심 사항에 대한 방송 서비를 향유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해당 방송법에 국민 누구나가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더욱 명확하게 특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 교수는 호주, 영국, EU에서 관련된 입법 사항을 소개했다. 실제로 보편적 시청권 개념은 1990년대 영국에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계열의 유료 채널들이 각종 스포츠 중계권을 독점해 별도 가입료를 낸 유료 방송 가입자들에게만 프리미엄 서비스로 제공하는 흐름을 바로 잡기 위해 시작됐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스포츠의 중계권은 특정 유료 방송에 의해 독점돼선 안 된다는 취지로 영국과 EU에서 법제화된 경우가 있다.
2019년 JTBC가 2026년 동계올림픽, 2028년 하계올림픽, 2030년 동계올림픽, 2032년 하계올림픽의 중계권 입찰에 성공했을 때 지상파 중심의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을 내고 “향후 4번의 올림픽 중계권을 지상파 3사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해 확보한 JTBC가 과연 방송법이 명령하는 보편적 시청권 기준을 만족하는 주체인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한국 유료 방송 가입률이 높다고는 하나 방통위가 요구하는 국민 전체 가구 수의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만족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에 반대하는 논리도 있다. 2026년 시점에 JTBC의 가시청 범위가 90%가 넘을 경우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관점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상파 직접수신률은 3% 미만에 불과하다. JTBC가 지상파에 등에 재판매를 할 가능성도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펴내는 '미디어 이슈& 트렌드' 3~4월호 <스포츠 중계권은 왜 주목받고 있는가?>라는 글에서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있고 미디어 산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막대한 콘텐츠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포츠 중계를 포함해서 콘텐츠 소비에 투입되는 비용에 대한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주장에 고 교수는 “최저선을 어디에 설정할 것이냐가 문제”라면서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따지면서 온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또 어디 가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소외감이 들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중계는 무료로 볼 수 있는 채널에서 방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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