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돋보기]버드리 야구마을.."400년 넘은 팽나무..20명 숨어도 안보여"(3편)
1960~1970년대 임동 옛 모습 생생히 전해
문화극장에서 영화보다가 난로에 옷 태워
"광주농고 석비와 석불 원위치로 환원을"
[전라도 돋보기]버드리 야구마을.."400년 넘은 팽나무..20명 숨어도 안보여"(3편)
시간은 흘러가는 것 같지만, 실상 우리들의 기억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빛바랜 한 장의 사진을 보고도 수많은 시간과 조우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기억 속에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 기억들은 우리의 삶에 한 그루 느티나무가 되어 무성한 잎을 돋우며 정겨운 향수(鄕愁)를 선물합니다.
최희갑 광주농고(현재 광주자연과학고) 총동창회장은 임동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서림초등학교를 거쳐 예전 임동에 소재한 광주중학교와 광주농업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최희갑 회장을 만나 1960~1970년대 임동(버드리마을) 일대 옛 모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임동 거주기간은.
"제가 1953년생인데 2살 때부터 1972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살았습니다. 서림초등학교 다닐 때 길도 제대로 없어서 후문 쪽 논길로 다녔습니다. 지금의 방직공장 앞으로 난 큰 길도 당시에는 편도 1차선으로 아주 좁은 도로였지요."
- 당시 집의 위치는.
"임동 자동차 거리 가는 쪽에 지금은 크게 공장이 세워진 곳이었지요. 당시 광주농고 팽나무가 있었던 오른쪽에 우리 집이 있었고, 그 옆에 대장간이 있었어요. 그리고 조금 지나서 왼쪽에 농약공장과 연탄공장이 있었어요. 오른쪽에는 미진제약과 철길이 있었지요."
- 옛날에 팽나무가 많았다고 하던데.
"광주농고 입구에 400년이 넘은 팽나무 수 십그루가 있었어요. 나무가 워낙 커서 학생 20명이 한꺼번에 올라가서 숨어도 안 보일 정도로 잎이 무성했어요. 팽나무 열매를 따서 먹기도 했는데 그 맛이 쌉쌀했어요. 팽나무에는 개고마리 새가 서식했는데, 한꺼번에 큰 소리로 울면 마을이 떠나갈 정도였어요. 또 뱀이 새들을 잡아먹으려고 올라갔는데 우리가 막대기로 뱀을 쳐버리기도 했지요."
- 자주 놀던 곳을 소개한다면.
"여름방학 때 뽕뽕다리 아래 광주천에서 낚시하며 놀았습니다. 전남대 정문 앞 용봉천에서 수영도 했지요. 초등학교 때는 전남대 농대 뒷산으로 소풍을 갔어요. 농대 뒷산에 노루가 살고 있어서 사냥꾼들이 노루를 잡으러 다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 뽕뽕다리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면.
"뽕뽕다리는 옛날 간이활주로로 쓰였던 공사장 PS판을 깔아 만든 다리였어요. 철판에 구멍이 뽕뽕뚫려서 뽕뽕다리라고 불렀지요. 그 다리는 임동에서 광천동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인도교였어요."
- 광주농고는 임동 어디쯤에 있었는지.
"당시 학교 주소가 임동 60-1 번지일 겁니다. 예전에는 그 곳을 십신사지라고도 불렀어요. 당시에 학교에 십신사지 석비와 석불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가장 귀중한 유물이라 현재 총동문회장으로서 그 석비와 석불을 원위치로 돌려놓고자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광주농고 벽돌이 독특했다고 하던데.
"광주농고의 벽돌은 당시에 평양에서 실어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 벽돌이 가마에 들어가기 전에 바닷물에 3개월 동안 담갔다고 하는데 그래서 거미줄이 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학교를 이전할 때 그 벽돌을 보관하지 못했던 게 못내 아쉽습니다."
- 방직공장 앞 문화극장을 소개한다면.
"문화극장은 방직공장 측에서 일류로 만들겠다며 아주 크게 지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일류는 되지 못했지요. 일단 극장 내에 난방이 고루 되지 못했어요. 1층과 2층에 십구공탄 6개씩 들어가는 난로 네 개가 있었는데, 그 주변에만 사람들이 몰렸지요. 저도 그 주변에 앉았다가 연탄불에 옷이 타서 어머니에게 혼난 기억이 있습니다."
- 도깨비시장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 때 소방도로로 넓게 구획을 해서 정리했는데, 철길에 막혀서 넓은 공터가 됐어요. 사람들이 그곳에서 운전연습도 하고 그랬지요. 그러다가 부녀자들이 이것저것 가져와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임동시장(도깨비시장)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 당시 임동의 교통사정은 어땠는지.
"당시 시내버스 노선이 임동-학동 노선 밖에 없었어요. 학생들 일부는 버스비를 아껴서 과자 사먹으려고 무임승차를 시도하기도 했어요. 앞 문으로 타서 요금을 낸 척 내리려다 안내양에게 걸린 경우가 많았지요. 그리고 예전에 서림초와 전남대 사이에 단선 철로가 있었어요. 단선이라 서울-광주 노선이 야간열차로 약 10시간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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