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파이오니어 l 다음 세대 K-POP신 이끌 예비 선구자는?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K팝 산업이 계속해서 확장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산업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키워나간 많은 선구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철학과 음악적 색깔을 바탕으로 K팝 산업의 잠재력을 여전히 믿어 의심치 않는 미래의 예비 선구자들이 있다.
독립 레이블로의 도약 꿈꾸는 더블랙레이블, 테디
현시점에서 미래가 기대되는 프로듀서 중 한 명을 꼽으라면 더블랙레이블의 테디를 빠트려서는 안 된다. 그룹 원타임으로 데뷔, 이후 YG 소속 프로듀서로 음악을 만들던 테디는 2016년 더블랙레이블을 설립했다. 더블랙레이블은 설립 초창기에는 독자적인 레이블이라기보다는 YG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프로듀싱하는 데 집중하며 YG의 하위레이블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변화가 생긴 건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직관적으로는 외부의 투자자를 받으며 YG의 지분 비중을 낮췄고, 태양, 로제, 전소미 등의 아티스트와 박보검, 이종원 등의 배우를 영입하며 자체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시작했다. 여기에 YG가 아닌 다른 회사들과도 협업을 시작했다. 최근 종영한 Mnet '아이랜드2'에 테디를 비롯한 더블랙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와 프로듀서가 출연한 것이 대표적이다.
착실히 독립성을 키워가고 있지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자체 제작한 아티스트가 없다는 것이다. 외부 수혈만으로는 회사를 이끌어갈 수 없기에 더블랙레이블은 신인 걸그룹 론칭을 통해 마지막 퍼즐 조각을 채울 예정이다.
프로듀서 테디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지점이 여기다. 테디는 2NE1, 블랙핑크 등 YG 소속 걸그룹의 음악을 만들었다. 특히 블랙핑크를 통해 이뤄낸 성과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이랜드2'의 데뷔조 이즈나의 프로듀싱도 담당해야 하는 테디가 두 그룹을 성공적으로 연착륙시킨다면 K-POP신 내 그의 존재감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잔밍아다. 그의 행보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블랙아이드필승, 스타 작곡가에서 스타 제작자로
1984년생 동갑내기 최규성과 라도로 구성된 작곡가 그룹 블랙아이드필승 역시 주목할 만한 잠재력을 가진 프로듀서 그룹이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던 두 사람은 2014년 팀을 결성했고 씨스타의 '터치 마이 바디'부터 블랙아이드필승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건 트와이스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부터다. miss A의 '다른 남자 말고 너'로 JYP와 인연을 맺은 블랙아이드필승은 트와이스의 '우아하게', '치어 업', 'TT' 등을 함께 했다. 트와이스와 블랙아이드필승의 조합은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블랙아이드필승 역시 스타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트와이스 말고도 청하의 '롤러코스터', 에이핑크의 '1도 없어', 환불원정대의 'DON'T TOUCH ME' 등을 만들며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했다.
스타 작곡가였던 블랙아이드필승은 2017년 CJ ENM과 손잡고 하이업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다. 설립 당시에는 CJ ENM 산하 였지만 2018년 CJ ENM의 지분을 블랙아이드필승이 매입하며 CJ ENM 산하 기획사에서 제외됐다. 현재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뮤직부분 산하 레이블로 편입됐다.
회사를 설립한 블랙아이드필승은 2020년 11월 걸그룹 스테이씨를 론칭하며 아이돌 제작자로 나서기 시작했다. '틴프레시' 콘셉트를 내세운 스테이씨는 블랙아이드필승이 만든 'ASAP', 'Teddy Bear', 'Bubble' 등의 히트곡을 발매하며 빠르게 입지를 다졌다. 최근에는 첫 정규 앨범을 통해 색다른 변화에 나서기도 했다.
하이업은 2022년을 기점으로 신인 개발팀 SNS를 개설하는 등 스테이씨의 후배그룹 양성에 나서고 있다. 어떤 그룹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기대감을 가지기에는 충분하다. 10년 동안 스타 작곡가로 활동하다 스타 제작자로 성공적으로 변신하고 있는 블랙아이드필승이 있기 때문이다.
SM을 넘어 K팝에 영향력을 흩뿌리고 있는 켄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작곡가 켄지는 유영진과 함께 SM의 음악을 담당하는 양대산맥으로 평가받을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당초 A&R 직원으로 입사했지만,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눈에 띄어 전속 프로듀서로 활동한 켄지는 600곡이 넘는 노래를 작사·작곡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SM 경영권 분쟁 속에서 회사를 떠나고, 유영진 역시 함께 SM을 떠나며 SM 내 켄지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됐다.
켄지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단순히 경력이 오래되거나 참여한 곡이 많기 때문은 아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엑소의 '첫눈'·'중독', 규현의 '광화문에서' 등 과거 인기를 끌었던 노래뿐만 아니라 태연의 'To. X', 에스파의 'Supernova', 라이즈의 'Memories' 등 여전히 트렌디한 감각으로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감각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변화해 나갈 K팝 시장에서 그 흐름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심게 만들어준다.
또한 SM 전속 프로듀서라는 신분은 SM 소속 아티스트만 작업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켄지는 외부 작업도 활발하게 한다. ITZY의 'Not Shy', 나연의 'POP!', 더보이즈의 'ROAR', 엔믹스의 'Just Did it', 투어스의 '내가 태양이라면' 등은 모두 켄지의 손을 거쳐 나온 작업물이다. SM의 많은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K팝 시장에서 전방위적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흩뿌리고 있다.
인상적인 부분은 음악적인 능력과 별개로 극도로 외부 노출을 꺼린다는 점이다. 물론 켄지는 자신을 굳이 홍보할 필요가 없는 인하우스 작곡가이다. 또한 결과물만으로 충분히 자신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례적일 정도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언젠가는 독자노선을 걷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에서 지금 켄지의 의중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앞으로도 K팝 신에서 켄지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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