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래·박효신…엑스지(XG), 왜 韓·日 경계 넘는 글로벌 걸그룹인가
K팝 시스템 기반 日 걸그룹…"한국은 또 하나의 Home"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국 최고의 디바, 전설적인 힙합 R&B 싱어가 윤미래 선배님이잖아요. 사이먼(재이콥스) PD님이 좋아하셔서 추천해주셨는데, 계속 듣다 보니 커버하게 됐어요."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 2002년생인 그룹 '엑스지(XG)'의 일본인 멤버 치사가 국내 R&B 힙합 여성 뮤지션들의 상징적 존재인 윤미래가 2001년 발표한 '시간이 흐른 뒤(As Time Goes By)'를 부를 때, 음악의 '시간의 나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했다.
팀의 메인보컬인 치사는 전설적인 이 곡에 대한 오마주는 분명히 하면서도 자신의 맑은 소리에 방점을 찍어 해당 곡을 소화했다. 주리아와 히나타는 연습생 시절 각각 많이 불렀던 박효신의 '숨'과 백예린의 '바이 바이 마이 블루'를 커버했다.
XG가 월드투어 '더 퍼스트 하울(The first HOWL)'의 일환으로 이날 서울에서 연 첫 콘서트는 이들의 음악적 뿌리, 현재,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하게 했다.
지난 5월 약 5만5000명을 끌어모은 일본 콘서트에선 우타다 히카루 '플레이버 오브 라이프', 자드의 '흔들리는 마음(揺れる想い)' 등을 재해석했다. 각 나라에 맞는 솔로 커버 무대를 선보이면서 자신들의 취향, 능력도 증명해나가는 것이다.
K팝 시스템 기반의 일본 걸그룹인 XG는 사실 한마디로 색깔을 정의하기 힘들다. 일곱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이 팀을 프로듀싱한 주인공은 K팝 아이돌 그룹 'DMTN'(옛 달마시안) 출신 프로듀서 재이콥스다. 한국인 부친, 일본인 모친을 둔 그가 태어난 곳은 미국 시애틀이다.
재이콥스의 다문화적 성장 배경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를 수렴하는 결과를 만들어냈고, 그의 음악과 프로듀싱 배경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XG가 어디에서도 못 본 고유성을 가진 걸그룹이 된 이유다.
멤버들은 국내에서 거주하며 K팝 시스템 아래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주로 영어로 노래한다. 모든 문화를 존중하면서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이유다.
이날 콘서트의 토크 시간에도 멤버들은 대다수의 내용을 한국어로 전달했다. 노래 가사뿐 아니라 일상 대화의 한국어 발음도 또박또박 말했다. 객석 곳곳에서 "한국어 잘한다"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찜닭, 김치찌개 등 먹고 싶은 것도 한국음식이었다. 멤버들은 "3년 동안 한국에서 살고 있는데 이렇게 콘서트까지 열게 돼 신기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하나의 홈(Home)인 곳인 한국 공연은 특별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XG가 최근 K팝 마니아들 사이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탄탄한 기본기다. 힙합, R&B 요소를 기반으로 삼는 가창과 랩 실력이 뛰어나고, 댄스도 물 흐르듯 유려하다. 2층 객석에 등장해 화려한 쇼맨십을 선보인 하비를 비롯 코코나, 마야, 주린 등 래퍼 라인의 래핑 실력은 힙합 공연을 방불케 했다.
'슈팅 스타' '레프트 라이트' '윈터 위드아웃 유' '저스트 스탠드 업' 등 본인들의 곡에선 화음 등 몽환적인 장면들을 세련되게 빚어냈다. 특히 대표곡 '워크 업'을 시작으로 'TGIF', '마스카라', '퍼핏 쇼'로 이어지는 역동적인 대목이 화룡점정이었다. 칼각을 맞추는 군무가 아니라 점진적 변화가 느껴지는 그라데이션 형태가 일품이었다. 절도가 있는데 딱딱하지 않았다. 멤버들의 유연한 몸짓, 가창 덕분에 가능했다.
최근 K팝의 자연스러운 콘셉트와 비교하면 언뜻 과해 보이는 의상도 사실 곡 분위기, 멤버들의 이미지와도 제대로 부합했다.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술적인 면모도 엿보였다. XG는 올해 2월 미국 권위의 음악 매체 '롤링스톤'이 선정한 '2024년 가장 스타일리시한 뮤지션 25 (The 25 Most Stylish Musicians of 2024)'에 K팝 간판 보이 그룹 '엔시티(NCT)'·'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스키즈)와 함께 꼽히기도 했다.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매진된 이날 공연의 한국인 관객 비율은 전체 관객의 20%가량이었다. 일본은 물론 북미,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관객들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제이콥스가 이날 공연 중간에 등장해 선보인 DJ 브레이킹 타임 때 들려준 88서울 올림픽 주제곡인 '손에 손잡고' 선곡이 안성맞춤이었다. 이 곡 역시 '일렉트로닉 뮤직의 선구자'로 통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겸 프로듀서 조르지오 모로더가 만든 노래로 글로벌 협업곡이다.
여성 관객 비율이 높은 XG의 팬덤 '알파즈(ALPHAZ)'의 화력은 대단했다. 최근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콘서트 중 환호성, 리액션이 가장 컸다.
XG는 팀의 정체성과 색깔처럼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 보는 이들에겐 그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느끼게 만든다. 이날 공연 중간 중간 멤버들의 음악, 춤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영상들이 상영됐다. 그건 국적, 장르를 초월하는 Z세대의 진중함이었다.
XG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월드투어를 본격화한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필리핀 마닐라, 방콕,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등을 돈다. 이번 서울 공연을 지켜본 이들은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할 이들의 첫 목격자가 될 확률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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