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스 “세계 최초 붙이는 위고비 1상 10월 종료, 기술수출 기대”
자가 주사와 패치제, PK 입증 확보
노보노디스크 GLP-1 매출 총 29조
중국 특허 만료 2026년 맞춰 출시
“글로벌 제약사들이 붙이는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세계 최초 임상 1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도현 라파스 대표는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라파스가 패치형 위고비 DW-1022의 임상 1상에 진입했다는 건 비임상 동물실험에서 약동학(PK)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것”이라며 “제형 변경에서 가장 중요한 PK 데이터의 허들을 넘은 건 큰 의미”라며 이같이 말했다.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미세 바늘침) 개발사이다. 마이크로니들은 상처가 났을 때 붙이는 습윤밴드와 비슷하다. 차이점은 접착 밴드에 미세바늘 형태의 약물이 붙여져 있다. 패치제를 붙이면 미세바늘 형태의 약물은 시간이 흐른 후 피부에 흡수된다. 치료제, 백신,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라파스는 DW-1022의 임상시험계획서(IND) 승인을 위해 진행한 비임상 동물실험에서 PK 데이터 증명에 성공했다. PK는 약물에 대한 신체 활동이다. 약물을 사람 몸에 투약하면 시간 경과에 따라 흡수, 분포, 대사, 배출 등 4단계를 정량적으로 연구하고, 수학적 원리와 방법을 사용해 시간에 따른 혈중 약물 농도의 변화를 측정한다. 개발 중인 약물이 효과가 아무리 좋아도 적합한 농도가 유지되지 못해 체내 표적 기관에 도달하지 못하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PK는 신약 개발에서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기존 위고비는 자가 주사 제형이다. 환자가 직접 배 또는 허벅지를 찔러 투약한다.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는 펩타이드이다. 펩타이드 의약품은 경구 투여 시 생체 이용률이 매우 낮아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반면 라파스의 패치형 위고비 DW-1022는 자가 주사의 번거로움과 주사 통증을 개선하고, 기존의 치료 효과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라파스는 DW-1022를 대원제약과 공동개발 중이다. 임상 1상 디자인은 건강한 성인 30명을 대상으로 하루 한 번 패치제를 붙이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임상 1상을 10월에 종료할 것”이라며 “중국 현지 제약사 및 글로벌 제약사들이 휴먼 PoC(개념 증명, Proof of Concept)를 보고 기술을 이전해 가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제약사가 DW-1022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특허 만료가 있다. 위고비의 주요 국가에서 특허는 미국 2032년, 중국 2026년, 일본 2031년, 유럽 2031년에 만료된다. 중국 현지 제약사들은 위고비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활발히 하고 있다.
위고비 바이오시밀러는 중국에서 15개 이상이 임상 단계이며, 이 중 11개가 후기 임상 단계이다. 또 이미 중국 제약사 두 곳이 중국 보건당국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이다. 다만 모두 자가 주사 형태이다. 따라서 중국 제약사들이 패치형 위고비에 큰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2026년 중국에서 위고비의 특허가 만료되는 시기에 맞춰 패치형 위고비가 나올 수 있도록 개발 일정을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패치형 위고비에 주목하는 이유는 차별성뿐만 아니라 바늘 공포증도 있다. 미국과 유럽은 바늘 공포증을 질병으로 인식할 정도로 흔한 의료 공포증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어린이 3명의 중 2명, 성인 4명 중 1명이 바늘 공포증을 갖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재단’은 마이크로니들 백신 개발을 위해 2360만 달러(327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노보노디스크의 2023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의 매출은 1270억 덴마크 크로네(25조5000억원)이다. 또다른 GLP-1 계열 의약품 리라글루타이드(제품명 삭센다)의 매출은 189억 크로네(3조8000억원)이다. 패치형 위고비가 출시할 경우 최소 수조원의 매출을 전망한다.
정 대표는 “올해 하반기부터 기술수출을 위한 외부 활동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DW-1022 임상 1상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내 바이오 전문 뉴스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7월 11일 09시28분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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