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K-신스틸러'를 만나다...예수정의 '유연한 고집스러움'
[※ 편집자 주 = '신스틸러'(scene stealer)란 어떤 배우가 출연 분량과 관계없이 주연을 뛰어넘는 큰 개성과 매력을 선보여 작품에 집중하게 하는 인물 혹은 캐릭터를 이르는 말입니다. 단어 그대로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강탈한다는 뜻입니다. 이에 연합뉴스 K컬처팀은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배우 중 드라마, 영화 등의 매체로 영역을 확대해 '신스틸러'로 활약하는 배우의 릴레이 인터뷰 콘텐츠를 연재합니다. 콘텐츠는 격주로 올라가며 한국의 연극출신 'K-신스틸러' 배우 아카이브로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데뷔 45년차, 배우 예수정(69)은 여전히 공부한다. 그는 늘 국어를 가까이하고 더 나아가 한국어 자격증을 준비하기도 했다. 한때 오지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것을 꿈꿨다는 게 예수정의 설명이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꾸준히 무대를 지켜온 그를 두고 연극평론가 김수미(51) 씨는 '유연한 고집스러움'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연기에서 "강건함과 유연함이 함께 느껴진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여전히 연극과 드라마, 영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 예수정의 활동에서 특유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12일에는 예수정이 출연한 재난 생존 스릴러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개봉한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의 유작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예수정은 병학의 아내 순옥 역을 맡아 황혼 부부를 연기한다.
그의 연기 인생과 철학을 들여다보기 위한 자리가 연합뉴스 스튜디오에서 마련됐다. 연극 평론가 김수미, 연극 연출가 김시번이 인터뷰에 함께 했다. 다음은 인터뷰의 주요 내용.
▲김수미 평론가(이하 수미) : 한 25년 정도 무대를 보아왔다. 연극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극을 완성하는 데 있어서 배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새삼 느끼게 된다. 예수정은 특히 그런 배우이다. 항상 공부하고 연구한다.
▲예수정 배우(이하 수정) :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한글에 늘 관심이 많다. 한국어 자격증 취득을 위해 대학에 등록금도 냈다.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두 번째 직업을 꿈꾸기도 했다. (웃음)
▲김시번 연출가(이하 시번) : 저와는 2010년 연극 '메카로 가는 길'을 함께 하기도 하셨다. 제가 그때 무대 감독이었다. 선생님 그때 공연 직전에 마음 졸이면서 눈을 탁 감고 계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 때 '와 저런 대배우도 초조한 시간이 있구나'하는 걸 느꼈다.
▲수정 : 연극을 하는 석 달 동안 사고나 정신의 방향이 그 작품의 본질과 만나고자 일종의 그물망 같은 것이 생긴다. 그리고 그물망 안에서 한참 보면 다이아몬드 같은 게 걸리기 마련이다. 어느 배우나 그 다이아몬드가 자칫 그 빛이 변질하거나 할까 봐 그것을 소중히 느끼는 시간이 있고, 그런 모습이 초조해 보였을 수 있다.
▲시번 : 예수정 배우는 연극 무대를 들어가시기 전에 경건함 같은 게 있다.
▲수정 : 그렇다. 감히 말하면 나의 일종의 부잡스러운 에너지가 빠지고, 다른 인물을 만나는 것이다. 그것이 딱 연결돼야 하는 선을 생각하면서 호흡하는 시간이 난 아직도 필요하다.
▲시번 :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역시 대배우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걸 느꼈고, 그때 제가 팬심이 생겼다.
▲수정 : 목욕재계 같은 것이다. 그 모습을 들켰다. (웃음)
▲수미 : 제가 옆에서 적잖이 예 선생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 내면의 모습이 남다른 점 있다는 것이다. 강건함과 담백함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유연한 고집스러움'으로도 느껴진다.
▲수정 : 유연한 고집, 그러니까 '극한 고집'이라는 거 아닌가? (웃음) 그런 게 있을 수 있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수미 :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시거나 캐릭터화하는 과정에도 늘 그런 자세와 생각이 묻어나는 것 같다.
▲수정 : 그렇다. 내가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이 사람의 언어가 내가 설득되지 않으면 못 하는 그런 촌스러움 같은 것이 있다.
▲수미 : 연기자의 자질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실 때 자세와 태도, 마음가짐 등을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 방향성을 제시해 주신 것 같다.
▲수정 : 방향 제시라고 볼 수 있다. 배우마다 수많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다만 저마다 '나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방법이 있고, 수많은 방법을 만나서 자기 고유의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판단력, 그리고 순수함을 갖고 나를 자꾸 열어놓는 연습을 하는 것이 나의 경우 많은 도움이 됐다. (2편에서 계속)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정규득, 책임 프로듀서 : 이동칠, 구성 : 민지애, 프로듀서 : 신성헌, 진행 : 유세진·김시번·김수미, 촬영 : 박소라, 스튜디오 연출 : 김혜리, 촬영협조 : 와이엔엔터테인먼트 김영일 대표, 김혜경 팀장, 연출 : 김현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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