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돌봄·생업 보장은 국가 책임[김헌·김월회의 고전 매트릭스]
■ 맹자
의지할 데 없는 네 부류 ‘환과고독’ … 정치로 보살필 존재
일반적인 경우엔 가정서 돌보지만 국가는 ‘항산’ 보장… 배고픔 막아줘야
‘환과고독’이라는 성어가 있다. 환(鰥)은 아내를 잃은 늙은 남자를, 과(寡)는 남편을 잃은 늙은 여자를, 고(孤)는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를, 독(獨)은 자녀가 없는 노인을 각각 가리킨다. 여기서 퀴즈 하나! 이들은 요새 우리가 쓰는 표현으로 바꾸면 무엇에 해당될까?
답은 ‘사회적 취약계층’. 이 넷을 한데 묶어 사회적 취약계층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한 이는 맹자가 처음인 듯하다. 그는 옛적 성왕의 한 사람인 문왕의 어진 정치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문왕은 반드시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을 먼저 챙겼다고 증언하였다. 이에 대해 훗날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는 이 네 부류의 사람은 불행히도 그러한 환경에 처하게 된 이들인 만큼 더욱더 배려하고 구휼하여 추위에 시달리거나 굶주리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칫하면 이들은 무시되기 십상이고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맹자의 후배 순자는 “국가의 법령과 제도가 백성을 위함에 불합리한 점이 털끝만큼이라도 있다면 환과고독 같은 힘없는 사람들일지라도 절대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가란 어떤 존재여야 하냐면 백성이 맡은 일들을 가볍게 해주고 적절하게 조정하여 주며, 널리 모든 사람을 아울러 보살펴 주고 갓난아이를 보육하듯 백성을 양육해 주어야 하는 존재라고 규정했다.
국가가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했다. 순자는 국가가 그렇게 하면 백성의 생활은 여유 있게 되고, 백성을 부리는 데도 도리를 다하게 되며, 법령과 제도가 천하 사람들에게 합당하게 적용되어 환과고독에게 털끝만큼이라도 불합리한 것이 절대로 강요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맹자나 순자 모두 사회적 취약계층을 돌보는 책임이 국가에 있다고 본 것이고, 국가는 법령과 제도로 이를 구현해 가야 하되 그것으로 만족하면 안 되고 항상 우선적으로 그들을 보살피고 양육해야 한다고 단언했음이다.
지난해 미국의 한 교수가 한국의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얘기에 “한국 완전 망했네요!”라며 머리를 부여잡는 모습으로 화제가 되었다. 그 교수는 지난달 한국을 찾아 지난해 당시 발언이 과했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육아 등 돌봄 문제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그러니까 국가 등 공적 영역에서 상당 부분 담당해야 하는 돌봄을 가정에, 그중에서도 여성에게 집중적으로 전가한다면 저출생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경고했다.
맞는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비롯한 영유아와 청소년, 노인 등에 대한 돌봄 일반을 국가로 대변되는 공적 영역에서 담당해야 함은 이미 맹자의 시대, 그러니까 2400여 년 전부터 좋은 정치의 표본으로 운위되어 올 정도로 당연했다. 그렇다고 가정은 돌봄으로부터 자유로워도 된다고 얘기함은 아니었다. 맹자는 환과고독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은 국가가 정치로써 돌봄을 해결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의 경우는 가정에서 돌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국가는 백성에게 ‘항산(恒産)’, 곧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50세를 넘긴 노인이 비단옷을 입을 정도로, 70세를 넘긴 노인이 고기를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두고 사치스럽다고 한다면 틀림없는 오판이다. 맹자는 50세를 넘으면 비단같이 촘촘하게 짜인 옷감으로 만든 옷이 아니면 추위를 피할 수 없고, 70세를 넘기면 고기가 아니고선 배고픔을 막을 수 없기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노인이 춥고 배고프지 않도록 제대로 돌보자는 취지였다.
결국 돌봄은 국가의 법령이나 제도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의 당연한 기본이고, 그에 더하여 맹자의 통찰처럼 일정한 수입의 보장, 곧 지속 가능한 생업의 보장이 동시에 필요한 것이다. 돌봄은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과 함께 가야 한다는 얘기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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