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를 내 몸처럼 돌보는 건 인간 도리[김헌·김월회의 고전 매트릭스]
■ 신약성서 마태복음
천국을 말한 예수 “약한 이 돌본 게 곧 나를 돌본 것”
돌봄과 배려가 사회적 제도화돼 약자도 안심해야 제대로 된 나라
기원전 31년 옥타비아누스는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클레오파트라 연합군을 무찔렀다. 로마의 내전은 끝났고 옥타비아누스는 ‘존엄한 자, 아우구스투스’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인 황제로 등극한다. 로마는 그의 지배 아래 지중해 세계를 제패한 제국이 되었다. 그리고 ‘신약성서’의 ‘누가복음’에 따르면, 그로부터 약 30년 뒤에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제국의 인구조사를 명했다고 한다. 당시 로마제국 치하 이스라엘에 살던 요셉과 마리아는 인구조사를 위해 베들레헴으로 갔다. 출산이 임박했던 마리아는 마구간에서 예수를 낳았다.
그로부터 약 30년 뒤 로마의 두 번째 황제인 티베리우스가 로마를 다스릴 때, 예수는 새 왕국을 선포했다. 로마제국 치하에서 위험한 역모였다. 그러나 그가 선포한 왕국은 로마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그 왕국은 지상에 있지 않은 하늘의 왕국이었기 때문이다. 로마제국의 압박에 시달리며 세속 권력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 가난하고 병들어도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그 왕국에 희망을 걸기 시작했다. 이 땅에서의 고단한 삶을 그 왕국에서 보상받고 싶어 했다. “그 왕국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많은 사람이 그를 찾아와 문의했다. 그들에게 예수는 하늘 왕국의 시민이 되는 조건을 제시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의를 위해 박해를 받는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 천국은 바로 그런 사람들 것입니다.” 그곳에선 애통해하는 사람이 위로받고, 온유한 사람이 땅을 얻으며,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이 배부를 것이라고 약속했다. 가장 획기적인 것은 천국의 시민이 되면 영원한 삶을 보장받는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복이었다. 로마제국이 아무리 화려하고 웅장해도, 로마 시민권이 온갖 혜택과 권리를 인정해 준다고 해도, 그리고 로마에서 누리는 부와 권세, 영광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것은 모두 죽음과 함께 허무한 것이 되고 만다. 그런데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복이라니! 게다가 시민이 되는 조건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도 않았다. 로마제국에서 잘살려면 돈과 권력이 필요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다양한 실력과 운, 술책과 계략이 필요한데 영생을 누리는 천국의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선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한 부유한 청년이 예수를 찾아왔다. “제가 어떤 선한 일을 해야 영생을 얻을 수 있을까요?” 예수는 그에게 계명을 지키라고 했다. 청년이 그런 것은 다 지키고 있다고 말하니, 예수가 이렇게 덧붙였다. “그렇다면 집으로 돌아가서 지금 당신이 소유한 모든 재산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십시오. 그러면 천국의 보화가 당신 것이 됩니다. 그리고 나를 따르십시오.” 청년은 고민했다. 자신의 막대한 부를 모두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는 데 쓰고, 예수를 따라다니면서 병들고 고통받는 자들을 돌보는 고된 삶을 살아야 할 까닭과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 청년은 천국의 시민이 되어 누릴 영생을 포기하고, 지상의 안락한 현실에 자족하기로 했다.
예수는 최후 심판의 날도 그려주었다. 천국의 왕은 그곳 시민이 된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내가 주릴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로 떠돌 때, 헐벗고 병들어 옥에 갇혔을 때 나를 정성껏 돌보아 주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저희가 언제 당신을 만났고, 그렇게 돌보았단 말인가요?” 그러자 왕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대들이 지상에서 가장 약한 한 사람을 돌본 것이 곧 나를 돌본 것이다. 반대로 지상에서 가장 약한 한 사람을 외면하고 무시한 것은 바로 나를 돌보지 않은 것과 같다.”
예수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우리 곁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내 몸 돌보듯 돌보는 것이 인간의 도리며, 그런 돌봄과 배려가 사회적 제도로 구현되어 약자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런 나라를 만든다면 예수가 말한 천국이 이 땅에 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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