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끊기고 대학선 퇴출… 파란만장 mRNA 백신 개발자의 삶[북리뷰]

장상민 기자 2024. 7. 1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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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커털린 커리코는 국제사회가 팬데믹에서 극적으로 탈출하며 가장 많은 편지를 받은 사람이다.

미군 군의관 양성기관 등의 연구실을 전전하던 그는 과학 저널을 인쇄하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실의 공동 복사기 앞에서 평생 연구의 동반자이자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인 드루 와이스먼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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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파의 시간
커털린 커리코 지음
조은영 옮김│까치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커털린 커리코는 국제사회가 팬데믹에서 극적으로 탈출하며 가장 많은 편지를 받은 사람이다. 그 편지들은 ‘당신 덕분에’로 시작한다. ‘마침내 요양원에 있는 내 남편을 보게 되어’ ‘마침내 동생과 포옹하게 되어’로 이어진다. 이 책은 메신저리보핵산(mRNA)의 정체를 밝혀내 mRNA를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개발까지 이뤄낸 커리코의 회고록이다.

“나는 한때 아이비리그 대학가에서 ‘퇴출(kick-out)’당했습니다.” 그는 노벨상 시상식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연구를 수행하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발견을 이룬 과학자도 많지만 그의 인생은 그렇지 않았음을 고백한 것이다. 책은 과학과 뗄 수 없는 그의 인생 전반을 되돌아본다. 회상은 헝가리 시골 마을에서 푸주한의 딸로 태어나 전기,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진흙 벽돌집의 단칸방에서 자란 유년시절에서 시작한다. 그럼에도 할머니의 텃밭과 그곳에서 피어난 꽃에서부터 생물학을 사랑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생물학에 두각을 나타낸 그는 헝가리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공부하던 중 RNA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책은 DNA가 우리의 유전정보를 간직한 영원불변의 저장고라면 RNA는 ‘몸에 필요한 성분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잠시 활동하고 사라지는 찰나의 분자’라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모든 연구자가 인류 기원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DNA를 연구할 때 RNA에 집중하는 커리코의 연구는 학계에서 보잘것없는 것으로 치부됐다.

커리코가 RNA 연구의 핵심 물질인 리포솜(이후 백신과 같은 약물을 넣을 수 있게 되는 구형 인공 소포체) 개발에 성공하지만 헝가리 정부는 연구 자금을 끊어 버린다. 결국 커리코는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다. 그는 헝가리 정부의 외화 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차를 팔아 마련한 900파운드를 딸의 곰인형에 넣은 채 미국에 닿는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유명 생화학자 로버트 수하돌닉의 연구실에 들어가지만 더 많은 연구를 위해 이직을 선택하자 미국에서 추방해버리겠다는 위협을 받기도 한다. 미군 군의관 양성기관 등의 연구실을 전전하던 그는 과학 저널을 인쇄하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실의 공동 복사기 앞에서 평생 연구의 동반자이자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인 드루 와이스먼을 만나게 된다. 이후 그와 함께 독일의 백신 연구사 바이온텍으로 이직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이른다.

mRNA가 몸을 치료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면 그는 이 책 또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하나의 매개체라고 말한다. 첫째는 과학계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과학계가 직함, 논문 기록과 같은 ‘명예의 징표’를 더욱 중요시하며 가능성이라는 ‘과학의 징표’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학자들이 돈 문제에 더욱 솔직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건 돈인데 명예로운 과학자의 덕목에 돈에 대한 요구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를 ‘중대한 기여자를 놓친 평범한 세상’으로 정의한다. 평범한 세상은 중국에서 발견된 작은 바이러스 하나로 극심한 위기를 겪었다. 여전히 발견할 것이 많음에도 가능성 있는 과학자들을 무시한 채 평범한 세상을 살고 있다는 그의 비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388쪽, 1만8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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