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지 않는 가게 위해 오늘도 생업은 계속된다[시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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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카페 주인으로 살면 어떨까 상상해본 적이 있다.
빛이 잘 드는 가게에서 세련된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를 내리고 싶었다.
가게는 북적여도 주인만은 늘 우아한 자태로, 슬렁슬렁 움직이는 카페를 상상했다.
이제 자영업자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알 만한 나이가 되어 그런 꿈은 꾸지 않지만, 이서수 작가의 '마은의 가게'(문학과지성사)를 읽고 정신이 번쩍 든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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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카페 주인으로 살면 어떨까 상상해본 적이 있다. 빛이 잘 드는 가게에서 세련된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를 내리고 싶었다. 가게는 북적여도 주인만은 늘 우아한 자태로, 슬렁슬렁 움직이는 카페를 상상했다. 이제 자영업자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알 만한 나이가 되어 그런 꿈은 꾸지 않지만, 이서수 작가의 ‘마은의 가게’(문학과지성사)를 읽고 정신이 번쩍 든 건 사실이다.
마은은 이제 막 카페를 연 신참 자영업자다. 목이 좋지 않은 대신 권리금이 없고 월세가 싼 곳에서 가게를 열었다. 장사를 오래 한 어머니는 “그런 가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라며 딸을 말리지만 마은의 마음은 확고하다. 젊은, 여성, 자영업자. 이게 다는 아니지만, 세상 사람들은 마은을 이렇게 규정한다. 젊음도, 여성도, 자영업자도 뭐 하나 호락호락한 게 없다. 마은은 정성으로 카페를 꾸미고, 커피를 내리고, 간단한 디저트를 만들어 팔지만 장사는 쉽지 않다. 텃세를 부리는 주민들, 손님이 없는 일상, ‘혼자인 여성’에게 치근덕거리는 동네 남자들이 마은을 위협한다. 저녁이 되도록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 가게에 앉아 마은은 깨닫는다.
“속이 타들어 간다는 건 불길 없이 타들어 가는 것이구나.”(88쪽)
마은의 가게는 계속된다. 삶이 그렇듯이.
나는 장편 ‘젊은 근희의 행진’으로 소설가 이서수를 알았다. ‘근희’도 ‘마은’처럼 가난하고 힘들지만 행동한다. 이서수가 그리는 인물들은 생활이 힘들다고 포기하지 않고 멀찍이서 삶을 관망하지만 않는다. 생업전선에 뛰어든다. 자영업을 하고, 택배 배송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비슷하게 처지가 어려운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생업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고민을 나눈다. 뾰족한 해결책은 없지만 그들은 다시 일어난다. 다음 날 출근 준비를 하러 뿔뿔이 흩어진다.
이제 가난은 매스컴에서 구경거리처럼 다루어진다. 생업을 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을 그리는 작가로서, 이서수는 이 시대에 귀한 작가다. 함부로 인물을 소비하지 않고, 이야기에 촘촘히 담아내는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 앞으로 그가 어떤 이야기를 써내든, 나는 무조건 사서 읽을 것이다.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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