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입맛도 돌아온다는 진짜 '대륙의 냉면'은 이것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7. 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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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짜장면처럼 오리지널 중국의 여름 국수가 한국으로 건너와 현지화한 것이 아니라 한국 냉면이 중국집에서 중국풍으로 살짝 바뀐 것이다.

그런 만큼 실제로 중국에서는 한국에서 보는 그런 중화냉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 중국에는 냉면이 없을까? 찬 음식은 몸을 상하게 한다며 꺼리는 중국인들인 만큼 찜통 속 같은 무더운 여름에도 이열치열을 외치며 뜨거운 국수만을 고집할까? 그럴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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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⑬] 중화냉면은 가짜, 량면(凉麵)이 진짜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한국인은 무더운 여름이면 차가운 냉면 한 그릇으로 더위를 식힌다. 중국 사람도 그럴까? 우리나라 중국음식점의 중화냉면을 보면 중국도 비슷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단 우리가 먹는 중국 냉면은 사실상 중국 음식이 아니다. 짜장면처럼 오리지널 중국의 여름 국수가 한국으로 건너와 현지화한 것이 아니라 한국 냉면이 중국집에서 중국풍으로 살짝 바뀐 것이다. 그런 만큼 실제로 중국에서는 한국에서 보는 그런 중화냉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 중국에는 냉면이 없을까? 찬 음식은 몸을 상하게 한다며 꺼리는 중국인들인 만큼 찜통 속 같은 무더운 여름에도 이열치열을 외치며 뜨거운 국수만을 고집할까?

그럴 리가 없다. 당나라 시인 두보가 "허리띠 졸라매고 발광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束帶發狂欲大叫)"고 읊었을 만큼 더울 때는 이열치열도 헛소리고 찬 기운이 몸을 상하게 한다는 전통 상한론(傷寒論)도 다 필요 없다.

량면. 출처 : 바이두

그저 시원한 것이 최고이니 중국에서도 이럴 때는 전통적으로 뜨거운 국물의 국수 대신 시원한 국수를 먹었다. 다만 우리처럼 차가울 냉(冷) 자를 쓰는 냉면(冷麵)이 아닌 서늘할 량(凉) 자를 쓰는 량면(凉麵)이다. 물론 살얼음 낀 차디찬 냉면을 먹는 우리 눈에는 말이 서늘한 국수인 량면이지 실상은 뜨겁지 않은 국수, 그저 미지근한 국수에 지나지 않는다.

사천 량면. 출처 : 바이두

어쨌든 중국인들한테는 이런 국수도 파격적으로 서늘하다고 느껴지는 모양인데 한여름에도 냉차 대신 뜨거운 차를 마시는 중국에서도 량면만큼은 예외다. 많은 사람들이 찾을 뿐 아니라 상해 량면, 사천 량면처럼 다양한 지역 량면이 발달했다. 이를테면 사천 량면은 사천 음식의 맵고 얼얼한 양념 맛이 일품이고 상해 량면은 담담한 맛에 참깨 소스 혹은 땅콩 소스 등으로 국수를 비비는 것이 특징이다.

량펀. 출처 : 바이두

우리나라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처럼 뚜렷하게 다른 량면도 있다. 일단 중국 북방에서는 중국어로 량펀(凉粉)도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의 수제비, 이탈리아의 라자냐 파스타처럼 넓적한 면인데 다른 량면 국수와는 달리 밀가루 대신 녹두가루로 만든다. 그래서 이름도 면(麵)이 아닌 분(粉)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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