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지속가능성’ 증진하는 청년들, 세계가 주목
하나님의 교회 대학생봉사단 ASEZ 주최 ‘2024 전 세계 ASEZ 정상회의’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사회 지지, 6대륙 대학생과 각계각층 ‘지구환경 복원 프로젝트’ 결의
지구촌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목표다. 현재와 미래를 위해 인간 발전과 지구환경 보존의 조화를 지속하는 것으로, 2030년까지 유엔과 국제사회가 달성하려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s)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범세계적 기후위기를 겪는 지금, 글로벌 비전과 행동력, 국경을 초월한 연대로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고자 세계를 선도하는 청년들에게 국제사회가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사막화 방지와 토지 복원 위한 글로벌 교류의 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6월 30일 '2024 전 세계 ASEZ 정상회의(Global ASEZ Summit 2024)'를 개최한 국제 청년봉사단체 ASEZ에 축전을 보내왔다. 페루 국회의장과 사회개발부 장관, 주한 필리핀 대사, 주한 온두라스 대사, 브라질 국회의원 등 글로벌 리더들은 영상으로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구스타보 아드리안젠 페루 국무총리는 "이 회의에 참석한 것은 여러분이 더 푸르고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증거"라고 인사했다. 저명한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도 "사막화 방지, 토지 복원, 가뭄 저항성 등 중요한 주제들이 다뤄질 것이며, 여기 필요한 것은 바로 여러분"이라면서 청년의 역할에 주목했다.
행사를 개최한 ASEZ는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이하 하나님의 교회) 대학생봉사단이다. 단체명에는 'Save the Earth from A to Z(처음부터 끝까지 지구를 구하자)'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하나님의 교회가 설립된 175개국 7500여 지역을 기반으로 기후변화 대응, 범죄 예방, 재해 구호, 지역사회 봉사를 전개한다.
이번 정상회의는 경기 성남시 분당의 '새예루살렘 판교성전'에서 열렸다. 올해 '세계 환경의 날' 주제인 '토지 복원과 사막화·가뭄 회복력 강화'를 촉진할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ASEZ의 '지구환경 복원 프로젝트(Earth Recovery Project)' 실행에 대한 전 세계 대학생의 결의를 모으는 자리였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 따르면 기후변화, 가뭄, 삼림 벌채, 과도한 방목 등으로 지구 토양의 40%가 이미 황폐화돼 세계 인구 절반이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 ASEZ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환경을 되돌릴 수는 있다"는 자세로 지구환경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는 보존과 복원이 필요한 전 세계 삼림과 하천, 바다를 지정하고 보호·관리해 생태계 변화를 창출하는 활동이다. 재삼림화(나무 심기와 그린카본운동), 생물다양성 보존(동식물보호와 서식지 복원), 오염 감소(정화 활동과 제로웨이스트(zero-waste) 캠페인), 네트워킹(파트너십) 등 4대 활동으로 사막화 예방과 복구 조치를 병행한다.
세계 대학생 온·오프라인으로 한자리 모여
하나님의 교회 총회장 김주철 목사는 개회사를 통해 "각 국가나 지역의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 미래를 위해 함께 모인 자리"라며 진심과 실천으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역사 속 선도자들과 같이 "여러분은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개척가다. 앞으로도 국제기구, 정부기관, NGO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결집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송칸 루앙무닌턴 주한 라오스 대사는 축사에서 "젊은 세대의 협력은 범죄, 기후위기, 복지, 재난 같은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고 개인과 조직, 정부의 공동 노력은 효과적 해결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다자 간 연대와 행동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시군자치구의장협의회 최봉환 회장은 "여러분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질 때 그 영향력은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와 언어, 문화를 초월한 각계 전문가들은 지지 서명을 통해 ASEZ의 지구환경 복원 프로젝트를 응원했다.
6대륙 환경 현안 논의, 결의안 채택
6대륙의 활동 사례 영상 발표에서 대학생들은 미국, 영국, 브라질,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각 대륙 및 나라의 현안을 듣고 방안을 공유하며 토론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의 니콜라이 베네딕트 헤르팅 씨는 유럽 패스트패션(패스트푸드처럼 단기간 저가 의류를 대량생산해 판매) 산업으로 인한 탄소 배출과 오염 문제를 짚었다. "ASEZ가 의류 비용 환기를 위해 2021년부터 시행해온 'The Cost' 캠페인으로 첫해에만 약 4100만L의 물을 절약하는 효과를 거뒀다. 여기에 착안해 청소년 대상 '친환경 소비교육'을 개발하고 유네스코 인증을 취득해 전 세계에서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남미는 삼림 벌채로 인한 아마존 소실과 사막화, 아프리카는 토양 소실로 감소되는 생물다양성, 아시아는 쓰레기로 인한 토양 오염, 오세아니아는 산불 등 숲 소실로 인한 서식지 파괴, 북미는 기후변화에 따른 토지 황폐화를 지목했다.
이 같은 논의를 통해 6대 해법 의제가 세계 각국 ASEZ 대표 110명의 투표를 거쳐 최종 채택됐다. △아마존 복원과 남미 9개국 대학생 네트워크 구축 △이탄지(Peatland·식물 잔해가 분해되지 않고 수천 년간 퇴적된 토지) 복원 △청소년 대상 교육·캠페인 △유네스코 인증 친환경 소비교육 △서식지 복원을 위한 생태계 교란 생물 제거·관리 △재삼림화를 위한 민간 참여와 광범위한 의식 증진 등이다. 의제들은 이날 지구환경 복원 프로젝트 이행 방안으로 결의됐다. 대학생들은 구호 "Recover Now! Recover the Earth!(바로 지금, 지구를 복원하자!)"를 힘차게 외치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현장에 함께한 다분야 전문가들은 "젊은이의 에너지와 각계각층의 지식·경험이 연대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결의안 도출을 환영했다. 외교부 소관 넷제로2050기후재단의 모세연 이사는 "젊은 세대가 선구자적 실천 의미를 부여했다"고 호평했다. 이집트 정부 소속 ICT(정보통신기술) 선임컨설턴트인 아야 하메드 씨는 "이집트도 기후변화가 심각해 정부 차원 대응을 하고 있다"며 "ASEZ가 인류를 살리는 좋은 일을 한다. 여러분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공무원 후사인 무하마드 안와르 씨(36)는 "지구온난화로 방글라데시에 사이클론이 자주 발생하고 대기·토양·수질오염도 심각하다. 환경 의식 증진과 숲 보전 활동 등이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그 일에 ASEZ가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대학생들의 감흥은 더 뜨거웠다. 북미 대표로 발표한 아나야 토머스 씨(22·하버드대)는 "전 세계 대학생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문제에 대한 우리 지식을 실천으로 옮기는 게 매우 중요하다. 지식만으로는 재난을 예방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보스턴, 케임브리지 등지에서 환경보호 활동을 실천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동참한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에티오피아 유학생 엘사 체가이 티쿠 씨(31·중앙대 대학원)는 "젊은 세대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 것 같다. 나도 청년으로서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진영 씨(21·군산대)는 "학교 가까이 새만금방조제와 바다가 있어 블루카본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손수경 씨(23·부산가톨릭대)는 "지구의 희망찬 미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확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열정과 포부를 가진 대학생들이 말하는 지구촌의 지속가능성 요건은 무엇일까. "행동을 이끄는 의지와 마음가짐"(김한나·21·강남대), "나부터 행동하는 작은 실천"(전소영·22·대림대), "사회 구성원과 단체, 기업, 정부 등의 협력을 위한 존중과 소통"(김별·24·한양대)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지구촌의 지속가능성 위한 열정
ASEZ의 전 세계 정상회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9년에 44개국 대학생들이 범죄 없는 세상을 향한 '공동선언문'을, 2023년에는 세계 500개 대학 소속 학생들이 지속가능한 사회와 환경 조성을 위한 'U500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각국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올해 지구환경 복원 프로젝트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대륙별 청년콘퍼런스를 개최하며 구체적인 활동을 시행한다. 그간 ASEZ가 전개해온 전 지구적 활동에 국제사회는 UNCCD 사무총장상, 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 금상, 페루 국회의장상, 국제환경상인 그린월드상과 그린애플상 등 다수의 상을 수여하며 격려를 보내고 있다. 네팔 교육부, 브라질 아마조나스 주의회 입법부, 남아프리카공화국 츠와네 시청, 미국 유타주 유엔협회 등 172개 기관이 ASEZ와 협약을 체결했고, 미래학자 제롬 글렌 등 전문가 200여 명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테레사 데베가 주한 필리핀 대사는 "여러분이 우리 공동체와 세계를 더 나은, 더 안전한, 더 회복력 있는, 더 지속가능한 곳으로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전 지구적 이타심에 뜨거운 도전을 겸비한 하나님의 교회 청년들의 전진에 세계가 동행하며 지구촌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환경 사랑 담은 문화예술, K-문화 체험 기회도
이날 식전 행사에서는 ASEZ 중창단의 합창과 샌드아트 공연으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삶의 근간인 대지의 소중함을 담아낸 합창곡 '숲속으로'는 2019년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사무총장상을 받은 ASEZ 자작곡이라서 더 뜻깊었다. 전문 예술가 유은정 작가는 샌드아트를 통해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아름다운 지구를 회복해가는 ASEZ 활동을 유연한 스토리로 풀어내 생생한 감동을 안겼다.
부대 행사장의 다양한 체험존도 인기였다. '지구환경 복원존'에서는 패널 전시, 미소서식지(microhabitat: 생물이 살아가는 최소 규모 서식지) 만들기, 세계지도에 복원 스티커 붙이기, 스칸디아모스(공기정화식물) 퍼즐 맞추기 코너 등에 발길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이 대형 지구 모양 판에 초록색과 파란색 스칸디아모스 퍼즐을 맞추자 숲으로 가득 찬 지구가 형상화됐다. 외국인들은 한국 이름 만들기, 전통 부채 체험하기 코너가 있는 'K-문화체험존'에서 특히 즐거워했다. 캘리그래피 문구가 적힌 부채를 선물 받고 'K-포토존'에서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사진을 찍는 이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통 부채 체험 코너 봉사자로 참여한 곽배선 씨(20·인덕대)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알려주고자 부채 앞면에 지구 사랑 메시지, 뒷면에는 캘리그래피로 한글 이름을 써드렸다"며 "요즘 K-드라마, K-팝 등이 많이 알려졌지만 ASEZ 회원으로서 'K-봉사'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한국 사회에서 환영받는 기분이다" "가족 같은 마음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몽골 대학생 엥호 토야 씨(24)는 '송경서'라는 이름이 쓰인 K-ID카드를 들어 보이면서 "한국 이름이 생겨 무척 좋다. 앞으로 이 이름을 사용하고 싶다. 오늘 행사가 정말 즐거웠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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