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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동차 취향은 간단하다.
아주 빠르거나 아주 편하거나.
아바스 595는 둘 다 충족한다.”
2021 Fiat Abarth 595 Competizione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외관이다. 일단 전체적인 비율이 너무 좋다. 차를 사고 2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바꾼 것 하나 없이 순정 상태를 유지 중이다. 고성능 모델이니 배기 사운드와 주행 질감이 훌륭하고, 크기가 작아 서울 시내 골목을 돌아다닐 때도 쾌적하다. 노을 지는 저녁 퇴근길, 소프트톱을 열어젖히고 라디오헤드의 ‘Creep’을 크게 틀어놓은 채 강변북로를 달릴면 그저 행복하다. 앞으로 다른 차를 사게 되더라도 이 차를 팔 일은 없을 것 같다.
“요즘 G바겐은 럭셔리 SUV 냄새가 풀풀 나지만,
1세대 G바겐은 투박하고 거친 날것의 느낌이 강하다.
내게도 그런 면이 있다.”
1992 Mercedes-Benz G 300
앞으로 더 비싼 차를 구입할 기회가 와도 신형 G바겐을 사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 돈으로 지금 차의 바퀴를 크롬 휠로 바꾸고, 새로운 색을 칠하고 싶은 정도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 차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다만 아빠가 태워주는 차에서 노래를 들으며 창밖을 보면 그저 좋았다. 지금도 나한테 자동차는 그거면 충분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차는 ‘내게 어울리는 차’다. 요즘 G바겐은 럭셔리 SUV 냄새가 풀풀 나지만, 1세대 G바겐은 투박하고 거친 날것의 느낌이 강하다. 내게도 그런 면이 있다. 나는 늘 그런 내 모습을 좋아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다.
“자동차는 보는 재미, 타는 재미, 꾸미는 재미로 탈 텐데,
그런 점에서 작고 희귀한 이 차는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차다.”
2003 Daihatsu Mira Gino
나는 작은 차를 좋아한다. 세상에 큰 차는 너무 많으니까. 내게 좋은 차는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차다. 차는 바퀴 달린 방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연인과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모든 방이 거실만큼 클 필요는 없지 않나. 자동차는 보는 재미, 타는 재미, 꾸미는 재미로 탈 텐데, 그런 점에서 작고 희귀한 이 차는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차다. 실내에 여러 액세서리를 달았을 뿐 차 자체는 순정 상태 그대로다. 보닛을 자세히 살펴보면 페인트가 벗겨져 있다. 빈티지를 좋아하는 내게는 이마저도 이 차를 타는 즐거움 중 하나다.
“빈티지가 됐다는 건 그만큼 오랜 세월을 버텨냈다는 뜻.
1990년대 닛산 피가로도 그렇다.”
1991 Nissan Figaro
내가 지금 운영하는 리틀리들에서는 1980~1990년대 옷을 가장 많이 소개한다. 그 당시에 만들어진 옷들을 가장 좋아한다. 그 시절 물건들은 재료와 노동력을 아끼지 않고 만든 티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빈티지가 됐다는 건 그만큼 오랜 세월을 버텨냈다는 뜻. 1990년대 닛산 피가로도 그렇다. 디자인도 멋지지만 튼튼한 내구성도 만족스럽다. 이 차를 탄 지난 4년 동안 엔진 오일이나 배터리 등 소모품을 제외하면 교체한 게 하나도 없다. 언젠가 고장이 나도 이 차를 팔아버릴 만큼 밉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예쁜 차도 결국 탈 수 있어야
좋은 차라고 생각한다.”
2002 Hyundai Santamo
싼타모는 현대자동차가 아닌 현대정공 시절에 만들어진 차다. 내 차를 비롯해 중고차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싼타모는 LPG 모델인데, 덕분에 새로운 동네에 갈 때면 근처 LPG 충전소를 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세상에는 좋은 차가 너무 많다. 빠른 차, 편한 차, 예쁜 차. 하지만 결국 ‘내게 좋은 차’는 저마다의 라이프스타일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차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족과 캠핑을 떠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 그런 내게 싼타모는 가장 좋은 차라고 자신할 수 있다.
“나는 지루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내 차도 그렇길 바란다.
장난감 같은 자동차. 아름다운 자동차.”
1995 Alfa Romeo 916 Spider 2.0 TS
‘견인차에 실을 때 가장 아름다운 차’. 이탈리아 자동차 타는 사람끼리 하는 농담이다. 견인차에 태워 수리를 보낼 일이 잦다는 뜻이기도, 여러 각도에서 볼수록 아름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차는 지금까지 견인차에 13번 태웠다. 그 와중에도 요트처럼 보이는 옆모습 라인은 늘 최고다. 요즘 차에서는 볼 수 없는 선으로 빚어진 디자인도 질리지 않는다. 이탈리아에서는 차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문화가 있다. 나는 지루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내 차도 그렇길 바란다. 장난감 같은 자동차. 아름다운 자동차. 이 두 가지를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세종대로에서 견인차를 부를 수 있다.
Editor : 주현욱 | Photography : 신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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