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소침 마크롱, 나토 정상회의에서 존재감 ‘뚝’

김태훈 2024. 7. 1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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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하원 총선거 이후 정치적 혼돈에 빠진 가운데 미국이 주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존재감은 보잘것없었다.

국제사회 일각에선 나토가 당면한 최대 현안인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서 프랑스의 비중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그래서인지 나토 정상회의 내내 마크롱은 국제사회 주요 현안에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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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패배 후 새 정부 구성 혼돈에 빠져
佛 외교관 “회의 준비 부족… 방향 잃어”
英 신임 총리는 외교 무대 성공적 데뷔

프랑스가 하원 총선거 이후 정치적 혼돈에 빠진 가운데 미국이 주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존재감은 보잘것없었다. 국제사회 일각에선 나토가 당면한 최대 현안인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서 프랑스의 비중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같은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 시작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은 나토 32개 회원국 정상들 중 가장 늦게 미 수도 워싱턴에 도착했다. 원래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이웃나라 캐나다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마크롱이 미국에 머문 기간은 불과 36시간에 그쳤다. 9일부터 11일까지 2박3일의 정상회의 일정 가운데 절반가량만 참여한 셈이다.

로이터는 이를 ‘총선 후유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7일 실시된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이 이끄는 중도 집권당은 전체 577석 중 168석을 얻어 원내 과반(289석 이상) 확보에 실패한 것은 물론 2당으로 처졌다. 182석을 차지한 좌파 연합 신인민전선(NFP)이 1당으로 올라섰고,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은 예상에 크게 못 미친 143석을 기록하며 3당이 됐다. 어느 세력도 단독 집권은 불가능해진 가운데 자칫 정부를 구성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그래서인지 나토 정상회의 내내 마크롱은 국제사회 주요 현안에 말을 아꼈다. 취재진과의 만남도 최소화했다. 프랑스가 핵무기 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영국과 더불어 나토를 이끄는 핵심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행동이다. 기자들이 프랑스 정국을 풀어갈 해법을 묻자 마크롱은 “이 자리에서 국내정치에 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당장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서 프랑스의 역할이 확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총선 후 새 정부가 꾸려지지 못하고 혼돈을 거듭하는 가운데 외교·국방 분야 정책에서 마크롱의 장악력이 크게 약화한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 외교관들은 로이터에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상부의 지침이 부족했다”며 “프랑스 외교가 방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프랑스에 연립정부가 들어서 마크롱과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이 총리, 외교장관, 국방장관 등을 맡는 경우 국제사회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이나 입지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키어 스타머 신임 영국 총리(가운데)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프랑스가 나토 정상회의에서 혼란을 겪는 사이 영국은 최근 노동당의 총선 승리로 정권교체를 이룬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가 세계 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스타머는 국제사회의 주목 속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정상회담을 했다. 또 지난 보수당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혀 다른 나토 회원국들의 환영을 받았다.

곁에서 이를 지켜본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 외교관은 로이터에 “스타머 총리와 영국은 나토의 중심으로 떠오른 반면 우리(프랑스)는 그 반대”라며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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