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젠, '비만약' 개발 자신하는 이유는

김윤화 2024. 7. 12.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즈人워치]김종균 대표이사 인터뷰
업력 26년차 베테랑 바이오벤처
GLP-1·GLP-2 표적 비만약 개발
"글로벌 비만약 개발에 사운 걸었다"
김종균 프로젠 대표이사는 "개발 중인 비만약 'PG-102'에 사운을 걸었다"며 "하반기 발표 예정인 임상 2상 중간결과를 토대로 국내외 제약사와 공동개발 파트너십을 맺을 계획"이라고 했다./그래픽=비즈워치

덴마크계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불러온 비만약 열풍이 거세다. 최근에는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처럼 수술에 버금가는 체중감량 효과를 내는 약물이 등장하면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미약품을 비롯한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약 개발에 일제히 뛰어들었다.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 중 비만약 개발로 주목받는 곳은 프로젠이다. 1998년 설립된 프로젠은 올해로 업력 26년 차의 베테랑 바이오기업이다. 지난해 기술력을 인정받아 유한양행에 인수됐으며 현재 대부분의 연구개발(R&D) 자원을 비만약 파이프라인 'PG-102' 개발에 쏟고 있다.

김종균 프로젠 대표이사를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박람회인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BIX 2024)'에서 만났다. 그는 유한양행에서 글로벌 신약센터장, R&D 전략실장 등을 역임하다 2년 전 프로젠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대표는 "프로젠은 PG-102에 사운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하반기에 나오는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기업과 공동개발 파트너링을 맺고 PG-102를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하는 게 저희의 목표"라고 했다.

프로젠의 비만신약 PG-102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와 GLP-2(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2) 수용체에 동시에 결합하는 독특한 작용원리를 갖고 있다. 현재 국내외 제약업계에서 이 두 수용체를 타깃으로 한 비만약을 개발 중인 곳은 프로젠과 덴마크계 제약사 질랜드파마 둘 뿐이다.

GLP-1은 위고비의 주성분으로 비만약으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으나 GLP-2의 비만치료 효과가 알려진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GLP-2는 장 점막의 재생을 촉진하는 효능으로 지난 2012년 단장증후군 치료 약물('가텍스')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적이 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PG-102를 비알코올성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개발했지만 간 섬유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기대했던 것보다 드라마틱하지 않았다"며 "그러던 중 임상에서 제지방량(체중에서 지방을 뺀 근육, 골격 등의 무게)이 증가하고 체중이 빠지는 효과를 확인하면서 비만치료제로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이어 "비만약으로 개발하기 위해 GLP-1과 GLP-2의 활성 비율을 최적화하는 데 총 2년이 걸렸고 동물실험에서 근육량보다 체지방이 약 6배 더 감소하는 결과를 확인했다"며 "이는 젭바운드와 같은 글로벌 비만약보다 우수한 결과로 GLP-2가 체중감량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PG-102의 장점은 이러한 효능뿐만 아니라 약물의 지속성에도 있다. 프로젠은 PG-102에 자체 융합단백질 플랫폼 기술인 'NTIG(엔티그)'를 접목해 반감기(약물의 성분이 체내에서 절반으로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를 늘렸다. 비만약 치료제로는 글로벌 비만약보다 두 배 긴 2주에 한 번 투약하는 빈도로 현재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젠은 이외에도 로봇알약 기술을 가진 미국계 제약사 라니테라퓨틱스와 손잡고 PG-102를 1주일에 한 번 복용하는 경구용 제형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는 "세포에 있는 FcRn(신생아Fc수용체)과 약물 간의 결합력을 5배 이상 높여 지속성을 늘린 게 저희 NTIG 기술의 핵심"이라며 "라니테라퓨틱스와 최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해 PG-102의 고유한 비만치료 효과를 재현하면서 환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경구약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젠은 향후 PG-102가 상용화되면 글로벌 비만약과 비교해 높은 수준의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로젠은 PG-102의 생산 효율성을 글로벌 레코딩 수준인 7g/L까지 끌어올려 생산단가를 낮췄기 때문이다.

프로젠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PG-102의 임상 2상 시험 허가를 받았다. 비만약은 임상시험 기간이 비교적 짧아 오는 하반기 중으로 중간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후 이 결과를 토대로 미국, 유럽 등 지역별 공동개발 파트너링을 맺고 PG-102를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프로젠은 이 과정에서 PG-102 개발에 도움이 된다면 코스닥 이전상장이나 미국의 나스닥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 프로젠은 지난해 코넥스에 상장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임상을 마친 후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임상비용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투자를 받거나 나스닥에 상장하는 등 여러 가지 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회사의 미션은 PG-102를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