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젠, '비만약' 개발 자신하는 이유는
업력 26년차 베테랑 바이오벤처
GLP-1·GLP-2 표적 비만약 개발
"글로벌 비만약 개발에 사운 걸었다"
덴마크계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불러온 비만약 열풍이 거세다. 최근에는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처럼 수술에 버금가는 체중감량 효과를 내는 약물이 등장하면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미약품을 비롯한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약 개발에 일제히 뛰어들었다.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 중 비만약 개발로 주목받는 곳은 프로젠이다. 1998년 설립된 프로젠은 올해로 업력 26년 차의 베테랑 바이오기업이다. 지난해 기술력을 인정받아 유한양행에 인수됐으며 현재 대부분의 연구개발(R&D) 자원을 비만약 파이프라인 'PG-102' 개발에 쏟고 있다.
김종균 프로젠 대표이사를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박람회인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BIX 2024)'에서 만났다. 그는 유한양행에서 글로벌 신약센터장, R&D 전략실장 등을 역임하다 2년 전 프로젠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대표는 "프로젠은 PG-102에 사운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하반기에 나오는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기업과 공동개발 파트너링을 맺고 PG-102를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하는 게 저희의 목표"라고 했다.
프로젠의 비만신약 PG-102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와 GLP-2(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2) 수용체에 동시에 결합하는 독특한 작용원리를 갖고 있다. 현재 국내외 제약업계에서 이 두 수용체를 타깃으로 한 비만약을 개발 중인 곳은 프로젠과 덴마크계 제약사 질랜드파마 둘 뿐이다.
GLP-1은 위고비의 주성분으로 비만약으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으나 GLP-2의 비만치료 효과가 알려진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GLP-2는 장 점막의 재생을 촉진하는 효능으로 지난 2012년 단장증후군 치료 약물('가텍스')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적이 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PG-102를 비알코올성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개발했지만 간 섬유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기대했던 것보다 드라마틱하지 않았다"며 "그러던 중 임상에서 제지방량(체중에서 지방을 뺀 근육, 골격 등의 무게)이 증가하고 체중이 빠지는 효과를 확인하면서 비만치료제로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이어 "비만약으로 개발하기 위해 GLP-1과 GLP-2의 활성 비율을 최적화하는 데 총 2년이 걸렸고 동물실험에서 근육량보다 체지방이 약 6배 더 감소하는 결과를 확인했다"며 "이는 젭바운드와 같은 글로벌 비만약보다 우수한 결과로 GLP-2가 체중감량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PG-102의 장점은 이러한 효능뿐만 아니라 약물의 지속성에도 있다. 프로젠은 PG-102에 자체 융합단백질 플랫폼 기술인 'NTIG(엔티그)'를 접목해 반감기(약물의 성분이 체내에서 절반으로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를 늘렸다. 비만약 치료제로는 글로벌 비만약보다 두 배 긴 2주에 한 번 투약하는 빈도로 현재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젠은 이외에도 로봇알약 기술을 가진 미국계 제약사 라니테라퓨틱스와 손잡고 PG-102를 1주일에 한 번 복용하는 경구용 제형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는 "세포에 있는 FcRn(신생아Fc수용체)과 약물 간의 결합력을 5배 이상 높여 지속성을 늘린 게 저희 NTIG 기술의 핵심"이라며 "라니테라퓨틱스와 최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해 PG-102의 고유한 비만치료 효과를 재현하면서 환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경구약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젠은 향후 PG-102가 상용화되면 글로벌 비만약과 비교해 높은 수준의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로젠은 PG-102의 생산 효율성을 글로벌 레코딩 수준인 7g/L까지 끌어올려 생산단가를 낮췄기 때문이다.
프로젠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PG-102의 임상 2상 시험 허가를 받았다. 비만약은 임상시험 기간이 비교적 짧아 오는 하반기 중으로 중간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후 이 결과를 토대로 미국, 유럽 등 지역별 공동개발 파트너링을 맺고 PG-102를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프로젠은 이 과정에서 PG-102 개발에 도움이 된다면 코스닥 이전상장이나 미국의 나스닥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 프로젠은 지난해 코넥스에 상장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임상을 마친 후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임상비용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투자를 받거나 나스닥에 상장하는 등 여러 가지 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회사의 미션은 PG-102를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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