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리바트·지누스, '프리미엄'으로 전략 수정한 까닭은
지누스, 중저가서 '고급' 공략…해외시장 확대
현대백화점그룹의 가구·침대 사업인 현대리바트와 지누스가 프리미엄 전략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나섰다. 현대리바트는 지난 2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지누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해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 여기에 최근 부동산·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탓에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고급 라인을 바탕으로 현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급화 노린다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리바트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리바트 토탈' 신규 매장을 열고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원목을 활용한 프리미엄 가구 라인 '리바트 마이스터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컬렉션의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브랜드 고급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이스터 컬렉션은 현대리바트의 최상위 프리미엄 가구 라인이다. MDF·PB 등 합판을 주로 사용하는 국내 가구 업계에서는 보기 힘든 월넛(호두나무), 애쉬(물푸레나무), 버치(자작나무) 등 최고급 천연 원목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마이스터 컬렉션 제품 생산 과정에는 원목 가공·패브릭·가죽 등 각 소재나 공정별 장인 10여 명이 참여한다. 전문가가 모든 생산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생산 소요 시간은 제품당 최소 3주가량 걸린다.
현대리바트는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글로벌 아티스트와 협업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지금까지 영국을 비롯해 폴란드·우크라이나·스페인·핀란드·스위스 등 해외에서 영향력 있는 글로벌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와 협업해 소파·침대·테이블 등 아티스트별 가구 컬렉션을 출시했다. 해외 하이엔드 가구 소싱뿐만 아니라 해외 디자이너와 협업해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창적인 디자인의 가구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주방가구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도 검토 중이다. 기존 중·고급형 중심의 주방가구 라인업에 글로벌 명품 주방가구 브랜드를 추가할 계획이다. B2C 주방가구 시장은 물론, B2B 빌트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난해엔 이탈리아 하이엔드 주방가구 브랜드 '발쿠치네'와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 2021년에는 124년 전통의 럭셔리 가구 브랜드 '죠르제띠'를 론칭한 바 있다.
소비자 대상 서비스도 강화했다. 지난해 현대리바트는 3년 무상 A/S 정책을 도입했다. 통상 인테리어 업계에서 1~2년의 품질보증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의 통합멤버십인 H포인트와 리바트의 통합회원제인 '리바트 멤버스' 가입자에게만 최대 3년 품질보증기간을 적용한다. 일반회원은 1년이다. 또 죠르제띠·발쿠치네·포터리반·세계가구관 제품 등 해외 완제품 가구류와 후드·쿡탑 등 타사 브랜드의 일부 기기류는 기존대로 품질 보증기간이 1년이다.
매트리스, 베개, 가구 등을 전개하는 지누스도 제품 프리미엄화에 나선다. 지누스는 그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아마존, 월마트, 코스트코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중저가 침구 수요를 겨냥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턴 300만원대의 시그니처 H1 매트리스 라인을 론칭하며 고급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300만원대 제품 출시는 지누스 창사 이래 처음이다.
여기에 지누스는 올해 가구류가 중심이었던 EU 국가에 본격적으로 매트리스 판매를 시작했다. 멕시코를 거점 삼아 중남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품 전반에 걸친 품질 개선과 더불어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해 글로벌 매트리스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지누스는 압축 포장 패키지 기술인 '뉴원더박스'를 도입해 제품 경쟁력을 높여 신규 국가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일명 '스몰박스' 전략이다. 부피를 줄여 물류비를 절감하고, 최종 판매가를 인하해 가격 우위를 가져가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판매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누스 관계자는 "올해 적자 SKU(취급 품목 수) 약 1000개 축소를 목표로 하고 있고 적자 SKU 미판매로 반덤핑 관세 부과율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가격을 5~15% 낮게 설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적 개선에 총력
현대리바트와 지누스가 프리미엄화에 힘을 주는 것은 수익성 제고가 시급해서다. 현대리바트는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그간 배당성향을 15% 수준으로 유지해왔던 것과 달리 최근 2년 간은 배당을 실시하지 못 했다.
일단 지난 1분기에는 반등에 성공했다. 현대리바트는 올해 1분기 매출 5048억원을 기록하며, 한샘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이는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68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 빌트인, 오피스 등을 대상으로 한 B2B 가구 부문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지누스의 경우 지난해부터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수익성도 악화했다. 사실 지누스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0년부터 매년 감소해왔다. 2020년 867억원, 2021년 743억원, 2020년 656억원에 이어 지난해엔 183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지난 1분기에는 적자 전환했다. 미국 내 금리인상으로 소비자 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누스를 품은 것은 지난 2022년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누스 지분 35.82%를 약 8900억원에 인수했다.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온라인 사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공장가동률이 감소하고, 광고비, 물류비 등 변동비 상승 탓에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이에 지누스는 지난 2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약 2.3% 수준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지누스는 적자를 내는 SKU 생산을 줄이고 미국 창고를 축소하기로 했다. 미국 외에 다른 국가로 진출하기 위해서다. 한국, 중국, 일본, EU에선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멕시코에는 지난 2월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으로 시장을 확장해 오는 2026년까지 29개국에서 판매를 개시하겠다는 생각이다.
지누스는 조만간 미국 대형 행사 시즌을 기점으로 재고 수준이 적정치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정 재고 수준 도달 후 러닝체인지 제품 판매가 본격화하면 3분기부터는 매출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리바트와 지누스가 프리미엄 전략을 선택한 것은 소비 양극화를 겨냥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중간 가격대의 제품을 사는 대신 값이 더 나가더라도 고품질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아예 저렴한 제품을 여러 번 사는 방식으로 양극화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과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소비가 위축되고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소비가 안정적인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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