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뷰] 김두관이 쏘아 올린 '이재명 사당화 논란', 파괴력은
전당대회 계기 수면 위로 급부상
'정책 전대' 내세운 이재명 '발끈'
친명계 "비판 말고 비전 내놔라"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4·10 총선 이후 수면 아래 있던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재점화됐다. '1%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일극체제로 굳혀지는 당의 실태에 목소리를 내면서다. 당내에선 김 후보 발언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면서, 당내 갈등으로 비화될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재명 사당화' 논란은 지난 4·10 총선을 기점으로 당내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소위 '비명횡사·친명횡재' 논란으로 인해 친명계 인사가 당내 주류 세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정계를 떠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한 우상호 전 의원 이외에는 쓴소리를 내는 인사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실상 '이재명 체제'가 견고해진 민주당 내에서 이 후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쉽게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김 후보만이 반명(반이재명)을 자처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 "단 1%의 반대 목소리도 전당대회를 통해 대변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책무"라고 밝힌 만큼, 김 후보는 현재 민주당의 실정을 알리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김 후보가 특히 문제로 삼는 것은 '제왕적 당대표·1인 정당화' 논란이다. 이들 모두 당 안팎으로 친명계가 주류가 된 이재명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위 '멸칭'인 만큼, 친명계에선 분열을 조장하는 단어라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비주류 인사들 입장에선 '사당화' 논란은 오는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이탈을 가속시킬 리스크인 만큼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비주류 인사들이 현재 당내 상황에 입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김 후보가 이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그는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 이 후보를 직격한 이후부터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을 당시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민주를 지켜내겠습니다'라는 방명록을 남겼고, 다음날(1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선 "최고위원 후보가 5인 5색이 아니라 5인 1색이 될 것 같고, 다양성이 실종된 당의 현주소를 국민이 많이 불편해한다"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를 바라보는 주류 인사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여당의 전당대회가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가자, 이 후보는 여당과 차별화를 하기 위해 자신의 출마 선언문에 '정쟁' 요소를 배제하고 차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했다. 그러나 김 후보가 자신의 성과를 비난하자 날 선 반응을 보였고, 여당과 마찬가지로 갈등 구도(친명-반명)가 형성됐다. 문제는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가 단순히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행사가 아닌, '이재명 대선가도'의 발판으로 보는 만큼 '정책·비전·성과' 부분이 부각되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김 후보가 이 후보의 총선 승리 성과가 '반윤'(반윤석열) 정서에 따른 반사이익이라고 치부하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 재선 의원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당대표에 출마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내가 대안이 되겠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단순 비판이 아닌 뛰어난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며 "(이 후보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본인이 대안이 된다면 당원도 자연스럽게 지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천준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선거는 결과가 중요하고 나머지는 주관적 요소인데, 객관적으로 야당이 헌정사상 최초의 단독 과반을 한 부분을 평가해 주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경태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김 후보의 선언문은) 약간 철지난 메시지인 만큼 아쉬웠다"며 "어떻게 강한 민주당을 만들 수 있을지 비전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다만 비주류 입장에선 현재 당의 문제점은 김 후보와 마찬가지로 공감하고 있지만, 이재명 체제가 견고한 현재 민주당에서 발언을 보태는 것은 무리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후보의 등장으로 인해 당내 '반명' 세력이 결집해 간접적인 표로서 의사를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재선 의원은 "초선은 모르겠지만, 재선급 이상 일부 의원들은 현재 당내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다만 쓴소리를 하면 공격을 받는 처지인 상황에서 자신의 지역을 돌보고 강화해 당의 변화나 강성 당원의 공격에 흔들리지 않는 것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 당 관계자는 "김 후보가 출마했다고 해서 김 후보가 이 후보를 꺾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아무도 하지 않은 도전을 했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당내에서 현재 표시는 나지 않지만 이재명 체제를 100% 지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만큼, 반대파가 김 후보를 일부 지지하는 결과가 나오면 당도 호전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일극체제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 득표율이 20% 이상 나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뭐든지 (영향력이) 강해지면 반작용이 있기 마련인데, 이것은 세상의 이치"라면서 "(이 후보가) 여러 가지 너무 강해진 것에 대한 조금 견제 심리도 작용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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