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생님이 킥보드로 때렸는데”…CCTV 못 주는 이유?
지난달 5일, A 군의 부모님은 자녀가 다니던 경기도 평택시의 한 유치원 선생님에게 '아이가 다쳤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은 약도 잘 발라주고, 이제는 친구와 잘 놀고 있다며 사진까지 보내줬습니다. "왜 병원에 보내지 않았느냐?" 따졌지만, 그 정도로 다치진 않았다며, 부모님을 안심시켰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에 와서 확인한 A 군의 상태는 더 심해 보였습니다.
아무 말을 하지 않던 아이에게 여러 번 사실을 말해달라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선생님이 거짓말을 했다. 킥보드로 나를 때렸다'는 거였습니다.
A 군은 아침에 입혀 보낸 옷이 아닌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습니다. 원래 입었던 옷에는 핏자국이 남아있었고 이를 세탁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A 군의 엄마는 경찰에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신고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살짝 긁힌 정도가 아니라, 무언가에 찔린 것 같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다음날, A 군 엄마는 유치원에 가서 CCTV를 직접 확인했습니다. 화면에는 A 군의 담당 선생님이 어린이용 킥보드로 A 군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 "내 삶의 이유였는데" … 달라진 아이
A 군의 엄마는 베트남 출신으로, 한국에 온 지 13년째, 귀화한 지도 10년이 됐습니다.
세 자녀를 낳아 생활하는 엄마에게 자녀들은 유일한 삶의 이유와도 같았습니다.
아이가 혹시라도 트라우마를 겪진 않을지, 엄마가 외국에서 와서 더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진 않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바로 눈물이 났어요. 여기 한국에 와서 아이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는데. 어떻게 아동학대를 할 수가 있는 거죠?"
"아이가 나중에 커서 '어렸을 때 선생님한테 맞아서 피를 흘린 적이 있는데, 우리 엄마가 베트남 출신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이들은 다 기억하니까요."
- A 군 엄마 인터뷰 중
해당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건 지난 3월이었습니다. 그 석 달 동안, 아이는 180도 바뀌었다고 엄마는 말했습니다.
"원래는 사탕을 받아도 자기가 양보했어요. 동생아, 빨리 먹고 크자. 오빠랑 같이 크자, 그렇게 잘했어요. …… 그런데 지금은 집에 와서 동생을 막 때려요. 장난감 뺏어가지고 막 때려."
- A 군 엄마 인터뷰 중
■ "CCTV 찍어갈게요" …유치원·경찰 모두 '불가'
A 군 엄마는 언론에 제보하고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당시 CCTV 화면을 찍어가겠다고 요청했지만, 유치원 측은 "다른 아이들도 찍혀있어서 어렵다"며 거절했습니다.
CCTV 영상을 갖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에도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개인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거였습니다.
귀하께서 청구하신 사건의 CCTV 영상은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 및 제6호에 따라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고, 또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공개할 수 없음을 알려드리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사유
다른 아이가 나오는 장면은 지우고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대신 경찰은 당사자가 원할 경우 직접 방문해서 영상을 보여주는 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교사,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유치원에선 퇴사
수사를 담당한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30대 교사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 해당 유치원의 CCTV 영상을 압수해 포렌식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신고 당일뿐만 아니라, 이 사건 전에도 다른 피해 아동 또는 학대 행위가 있었는지 세밀하게 살펴보기 위함입니다.
취재진이 해당 유치원에 방문했지만, 당시 원장은 자리를 비웠고, 한 직원에게서 "해당 교사는 사건 이후 퇴사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이후 원장은 KBS에 "선생님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상태여서 사직서를 반려하고, 사건이 해결될 때 그에 맞는 처리를 하려고 기다리는 중"이라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또 "A 군과 그 가족뿐만 아니라 이 사실로 상처받으실 모든 부모님과 교사분들께 굉장히 죄송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킥보드에 대해서는 '실외 이동용 킥보드가 아닌, 교구대여점에서 빌려주는 실내용 어린이 교구'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교사는 KBS와의 통화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 변호사를 통해 대응 중이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A 군 엄마의 증언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촬영기자: 허수곤 / 영상편집: 강동원 /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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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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