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그늘막서 더위 피하는 고령자…"피서시설 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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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낮 12시.
폭염특보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가운데, 횡단보도 앞 그늘막으로 버킷 모자를 쓴 고령의 여성이 들어왔다.
주의 마땅한 피서 시설이 없거나 전기료 등 냉방비를 걱정하는 고령자들이 그늘막을 찾아 더위를 피하는 것이다.
횡단보도 그늘막 아래에서 만난 정선경(68)씨는 "고령자들은 횡단보도 그늘막이 있으면 다들 앉아서 쉬어가는 것 같다"며 "더위도, 비도 피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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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쉴 수 있는 공간必…경로당은 못들어가"
전문가 "그늘막뿐 아니라 시설·소득 보장해야"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11일 낮 12시. 폭염특보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가운데, 횡단보도 앞 그늘막으로 버킷 모자를 쓴 고령의 여성이 들어왔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더니 목과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냈다. 횡단보도 신호가 2~3차례 바뀌었지만, 그는 길을 건너는 시민의 모습만 우두커니 바라보며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끙'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 그는 150m 떨어진 곳에 있는 그늘막을 보고 가방을 내려놨다. 그는 한참을 앉아 있다가 땀을 닦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고령의 폭염 취약계층에게 그늘막은 초소형 '피서지'였다. 주의 마땅한 피서 시설이 없거나 전기료 등 냉방비를 걱정하는 고령자들이 그늘막을 찾아 더위를 피하는 것이다.
횡단보도 그늘막 아래에서 만난 정선경(68)씨는 "고령자들은 횡단보도 그늘막이 있으면 다들 앉아서 쉬어가는 것 같다"며 "더위도, 비도 피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여든을 넘긴 임인순씨도 "10분 걷고 그늘막 의자에서 10분을 앉고 가는 것 같다"며 "더울 때는 오다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늘막이나 의자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서 아쉽다"며 "고령자들은 다들 모여서 잠깐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난경(61)씨도 그늘막에서 더위를 피하기는 마찬가지. 손씨는 "가끔 장을 보고 올 때 그늘막에 시장 바구니를 내려놔 물도 마시고 귤도 먹는다"고 말했다. 손씨는 "집은 너무 더운데 에어컨은 없고 선풍기를 켜면 전기료가 많이 나온다"며 밖으로 나온다고 했다.
손씨는 무작정 밖으로 나와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더위를 피하려고 향한 쉼터와 경로당에서 곤혹스러운 일을 겪어서다. 손씨는 "쉼터라고 해서 들어가면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브러진 경우가 있어 마음대로 쉬지도 못한다"고 했다. 또 "경로당은 나이 제한이 있어서 잘 들어가지도 못한다"며 사실상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돼 있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김모씨는 "새로운 고령자분들이 잘 오시지는 않는다"며 "오는 것도 힘들고 여기도 더워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이 더위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을 짚고 그늘막 외에도 피서 시설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로당이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며 "특히 쪽방촌에 사는 등 취약계층이 더위를 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더위를 피하는 데 "그늘막은 나무가 전혀 없는 삭막한 도시에서 필요하다"면서 "복지관 같은 시설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나아가 "집에서도 충분히 전기료 낼 수 있게끔 지원해야 한다"며 "연금 등 소득 보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4월말 기준 그늘막 3444개를 활용하는 서울시는 폭염취약계층을 위해 무더위쉼터·동행목욕탕을 운영해 폭염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frie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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